서울 시민들의 비밀의 정원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9.19. 00:00

수정일 2011.09.19. 00:00

조회 2,655

선유교의 야경

한강의 섬 중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는 하나 선유도는 그렇게 큰 섬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인 '선유(仙遊)'의 기운 때문일까.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시간의 태엽은 느려지고 공간감도 일상과 달라진다. 아무런 계획 없이 선유도를 무작정 걷다보면 어느새 하늘이 주먹만큼 보이는 숲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이름 모를 유적이나 신화적인 공간 속에 덩그러니 내쳐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갈 때마다 새롭고,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곳이 존재하는, 선유도는 그렇게 넓은 곳이다.

선유도의 현재 공식 명칭은 '선유도한강공원'. 여느 공원이 그렇듯 주말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나 해질녘에 조용하게 데이트하는 커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평일의 한적한 오전에는 삼각대와 무거운 카메라가방을 맨 출사족들이 명장면을 잡기 위해 어슬렁거린다. 하염없이 나뭇잎 하나, 벌레 한 마리에 렌즈를 들이대는 보다 세밀한 사진가들 혹은 홀로 사색에 잠긴 듯한 산책자들을 만나도 이곳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배경을 찾아 헤매던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동호인들의 모임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선유도한강공원을 관장하는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선유도의 역사와 함께 선유도한강공원을 즐기는 세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선유도에 처음 가보는 시민들이나 관광하듯이 스쳐 갔던 시민들에게 요긴한 정보다.

대나무숲과 '녹색기둥의 정원'

선유도를 즐기는 방법 ① … 흔적 찾기
첫 번째 방법은 정수장의 흔적을 따라 공원 둘러보기다. 지금의 선유도한강공원 자리에 1978년부터 2000년까지는 선유정수장이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 영등포지역에 1일 40만 톤의 물을 공급했던 정수장은 강북정수장이 증설되고 서울시 급수 계통이 변경됨에 따라 폐쇄가 불가피해졌다. 이 때 서울시는 기존 정수장 시설물을 제거하는 대신 최대한 그 흔적을 살려 친환경공원을 재조성하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과거 송수펌프실을 ‘한강전시관’으로, 취수탑을 ‘카페테리아’로, 급속여과지는 ‘공원 안내소’로 탈바꿈시켰고, 침전지를 ‘시간의 정원’으로, 여과지를 ‘수생식물원’으로, 정수장을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그리고 농축조를 ‘원형소극장’으로 만들었다.

안내센터에서 지도 한 장을 챙겨 들고 정수장의 흔적을 따라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미리 생수를 준비해야 한다. 공원 내 카페테리아가 한 군데 있긴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아가려면 목이 탈지도 모른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공원의 자연이 정수장의 예전 모습을 덮어 놓았으므로 이 숨은그림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또 재미있을 듯. 흔적을 따라 걷다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하얀 토끼가 나타나 앞서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 해도 놀라지 마실 것. 선유도에는 하얀 털에 새까만 눈동자를 가진 토끼들이 산다. 

선유도를 즐기는 방법 ② … 비밀공간 만들기
두 번째 방법은 나만의 비밀공간 만들기다. 선유도한강공원은 여백이 아름다운 공원이다. 지도에 나와 있지 않지만 나만 알 수 있는 혼자만의 여백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원 곳곳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여자친구들과 비밀스레 수다를 떨기에 좋은 곳, 아직은 고백하지 않은 미래의 연인들이 훗날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곳 혹은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 음악을 듣거나 드러누워 하늘을 볼 수 있는 곳 등 나만의 숨겨진 아지트로 만들 만한 장소가 곳곳에 있다.
그 중 한강사업본부에서 한 군데 추천한 곳이 있다. 수질정화원 한 가운데 놓인 벤치다. 다른 곳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시야가 트여 있다. 왼쪽에 드리워진 나무 그늘과 시원한 바람, 정면으로 솟구쳐 오르는 월드컵분수의 기상, 아래쪽 환경물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이곳에 가면 저절로 미소짓게 될 것이라고.

선유도를 즐기는 방법 ③ … 야경 즐기기
세 번째는 야경 즐기기다. 낮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강물과 선유교와 조명이 어우러진 공원의 야경은 '로맨틱' 그 자체다. 선유교는 120m의 아치형 교량으로 선유도한강공원의 명물 중 하나. 이곳은 서울시내 출사족들의 명소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풍경사진뿐 아니라 인물사진도 잘 나온다. 선유도한강공원의 조명이 켜진 뒤 사진을 찍으면 실물보다 낫다는 게 중론이다. 다행히 선유도한강공원은 오전 6시~밤 12시까지 개방된다.

코스튬 플레이 행사

그리고...선유도를 즐기는 다른 많은 방법들
그밖에도 선유도에 가서 한 번에 한 곳만 제대로 둘러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추천할 곳도 많다. 공원과 선유교가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전망데크’에서는 선유도뿐만 아니라 월드컵분수, 월드컵공원, 한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목재 데크 곳곳에 새겨진 사랑의 맹세는 보는 이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름마저 멋진 정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녹색기둥의 정원’은 정수장 지붕만 걷어내고 건물 기둥을 그대로 살려 마치 로마 폼페이 유적을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의 정원’에서는 점점 낡아가는 침전지 구조물과 당귀, 백리향, 대나무, 이끼 등 다양한 수목이 꽃을 피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어우러져 탄생과 소멸의 묘한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생태계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배움의 터도 있다. ‘수질정화정원’은 과거에 정수장 불순물을 침전하던 곳에 들어선 시설로서 수생식물이 공원 하수를 정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 자체로 깨달음을 준다. 선유도한강공원은 매달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를 대상으로 생태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9월에도 8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현미경으로 수생식물 관찰하기부터 각종 식물잎을 이용해 손수건에 물들여보는 창작작품 만들기, 짚공예, 나뭇잎과 꽃잎 이용해 액자, 명함, 책갈피 등 장식품 만들기, 꽃, 나무와 함께 영어 배우기까지 다양하다. 프로그램 참가를 원하면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를 통해 예약신청하면 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마지막으로 한강사업본부측은 선유교 데크에서 한번쯤은 초지쪽을 내려다보길 추천하고 있다. 야생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진 자연을 볼 수 있다고. 호안가는 퇴적된 모래들로 인해 자연 그대로의 강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선유도한강공원은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 9호선 13번 출구로 나와 5714번 시내버스를 타고 선유도 공원 정문에서 하차하면 된다. 9호선 선유도역에서 10~15분 정도 걸어갈 수도 있다. 승용차는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으로 갈 때에는 성산대교 밑에서 우측 방향으로 진행 후 좌회전, 공항방향으로 갈 경우에는 양화대교를 약 1㎞ 지난 지점에서 오른쪽 양화한강공원 주차장으로 진입하면 된다. 자전거 이용자는 공원 내 자전거 반입이 안되므로 공원 입구 자전거 거치대에 세운 후 입장해야 한다.

 

선유도는 본래 봉긋 솟은 작은 언덕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선유도 전경

선유도는 본래 선유봉이라는 40m 내외의 작은 언덕이었다. 양화도 나루를 경유해 마포의 잠두봉을 잇는 절경은 한강에서도 가장 빼어난 곳으로 손꼽혔으며 많은 풍류객들이 선유봉 주변 한강에 배를 띄우고 풍치를 즐겼고 수많은 시화(詩畵)에 그렸다고 전한다. 또한 선유도는 섬 모양이 고양이를 닮았다 하여 괭이산으로도, 선유봉 암석의 꿋꿋함을 칭송해 지주봉(砥柱峯)이라고도 불렸다. 예전에는 양화도 나루 사이가 육지로 이어져 있어 선유봉 주민들이 밭농사, 낚시를 하며 오갔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 사실.

선유도가 평지에 가까운 땅이 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 제방을 쌓기 위해 일제가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하기 시작한 것이 1940년대에 이르러 여의도 경비행장 건설과정에서 더욱 평탄화됐다. 그러다가 1962년 제2한강교(양화대교) 건설과 1968년 한강개발사업에 따라 현재와 같은 섬이 되었다. 결국 1925년 일본의 한강치수사업으로 선유봉의 암석이 무자비하게 채취당해 제방 공사에 쓰인 결과, 봉우리는 사라지고 현재의 섬만 남게 된 것.

문의: 한강사업본부 ☎ 02) 3780-0859, http://hangang.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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