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으로 아프리카 여행 잘했어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동현

발행일 2011.08.04. 00:00

수정일 2011.08.04. 00:00

조회 3,327


저도 춤 잘 추죠?(좌), 춤 구경하는 프레리독(우)

“준비대써요?”
“준비됐습니다.”
“준비대써요? 준비대씁미까?”
“네!”
“안뇨하세요! 안뇨하세요!”

서울대공원 100주년기념광장 바오밥나무 아래 200여 명의 관람객이 광장 무대를 에워싸고 빙둘러 앉았다. 그 가운데에 자리한 아프리카 전통댄스팀 '스트롱 아프리카(Strong Africa)'의 인삿말과 관람객의 화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둥둥둥’ 큰북이 울리더니 한바탕 춤이 펼쳐졌다.

나무 줄기가 뿌리처럼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오는 바오밥나무.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는 바오밥나무 바로 옆에서 7명의 댄서들은 큰북과 작은북을 교대로 울리며 춤을 췄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빠른 음악은 흥을 더했고, 이들은 무대 좌우 앞뒤를 돌며 온몸으로 춤을 추었다. 이에 맞춰 관람객들은 신바람이 난 듯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흥이 익어갈 무렵 댄서들은 관중석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고 아이를 비롯해 몇몇 관중이 무대로 나가 함께 춤을 췄다.

춤광장 바오밥나무 바로 옆 사육장에 있는 사막여우와 프레리독의 반응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사막여우 한 쌍은 춤추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나무토굴 속에서 서로 몸을 의지한 채 편안하게 잠을 자는가 하면 프레리독 한 쌍은 춤을 구경하기 위해 고개를 쳐들고 귀를 쫑긋해 쳐다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프리카 원주민의 춤, 더욱이 우리 땅에서 그들과 함께 손잡고 춤을 춘다는 것은 일찍이 상상도 못한 일. 더욱이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맨발로 쉼 없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과 타오르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아리랑을 부를 때는 모두가 하나되어 박수치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잠시 후, ‘도전! 동물 퀴즈대회’가 열리는 동물원 안 광장 메인무대. 사회자에 의해 도전 퀴즈에 응할 여러 가족이 소형 칠판을 하나씩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학교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는 골든벨 방송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첫번째 문제, “고도리는 어떤 동물의 새끼일까요? 화투가 아니예요. 1번 고라니, 2번 고추잠자리, 3번 고등어. 자 맞춰보세요.” 그러자 각자 칠판에 매직으로 정답을 적기 바빴다. 간혹 정답을 잘 몰라 옆 사람을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도전! 동물 퀴즈대회’

“네 정답은 3번입니다”라고 하자 정답을 맞추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내려왔다. 특히 퀴즈에 함께 응한 가족 중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탄성과 아쉬움의 한숨이 대조를 이뤘다. 간혹 어려운 문제의 경우 사회자가 아예 정답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러나 참가자들 대부분은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생각하고 다른 답을 적어 우수수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별밤축제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수리수리 마술쇼. 서울동물원 동물복지과 소속인 이상림 사육사의 마술쇼는 흥미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마술쇼가 하나하나 이어질 때마다 신비로움은 더하고, 관중들의 숨결조차 멈추게 한다.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눈빛은 별밤 빛나는 별처럼 초롱하기만 하다.

마술이 시작되기 전 잠시 이씨를 만났다. 올해로 마술을 시작한지 6년째.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고 흥미가 있어 계속하게 되었다고. 짬짬이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 등으로 마술 봉사활동도 다닌다고 했다. 그의 주특기는 뱀 다루는 것. “사육하다 다른 뱀에 물린 적은 몇 번 있는데 독이 없어 괜찮았다”고 했다. 마술쇼가 끝나고 뱀을 들고 무대 아래로 내려오니 금새 아이들이 그 곁에 몰려든다. 한사람씩 뱀을 목에 걸어주자 다들 무서운 기색 없이 목에 두르고 만지작거리며 신기해했다. 한참 동안을 아이들과 함께 한 그가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조명에 비친 하얀 셔츠 상의가 땀에 흠뻑 젖어 있다.

별밤 프로그램 중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 건 아기동물나들이다. 어린 토끼와 염소, 뉴질랜드 산 면양, 앵무새 등을 메인무대 아래 등장시켜 인기를 독차지했다. 더욱이 이들 동물을 만져보고 안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줄지어 몰려든 아이들 틈에 아기 동물들은 조금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포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앵무새는 앵무새 사육사가 말을 시키자 '사랑, 안녕' 또 자기 이름인 '포동' 등 몇 가지 말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앵무새를 땅에 내려놓자 이리저리 기어다녀 관람객들도 앵무새를 졸졸 따라 다니며 여름 밤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여름밤이 무르익고 별밤 축제 마지막 프로그램인 동물원 별밤시네마가 밤 9시부터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동물 탐험.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1시간 정도 상영된 영화는 조용한 밤하늘을 깨우며 작은 아프리카를 서울대공원에 옮겨다 놓은 듯 했다. 간간이 동물원 맹수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별밤 축제 메인무대 옆 친환경 자연체험장에서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메인무대 바로 좌측에 마련된 아프리카로의 초대 유물전시관에는 수백 여 점의 희귀 유물을 곁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또 무대 오른쪽에는 아름다운 홍학사육장이 있는데 화·목·토요일 저녁 8시 40분에 홍학쇼를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혜미 학생은 “6학년 2학기 교과서에 아프리카 내용이 나와요. 미리 대공원에 와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고 동물을 보고, 또 전시관에서 아프리카 유물을 보게 되어 미리 복습을 한 셈이에요. 역사가 어려운 것 같았는데, 평소 멀기만 하고 궁금하기만 했던 아프리카에 대해 직접 보고 여러가지 체험을 해보니 훨씬 쉬운 것 같아요”라며 아프리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돼 기쁘다고 했다.

휴가를 맞아 대구에서 서울 친척집에 왔다가 대공원을 찾았다는 한희주(46) 씨는 “언젠가 아프리카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공원 별밤축제를 통해 아프리카를 많이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한 번 다녀오려면 기백만 원은 들텐데 이곳에서 만원으로 구경하고 먹는 것까지 다 해결했다. 주변에 자연체험장도 있고 동물원, 식물원까지 다 구경할 수 있어 아이에게도 산 공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별빛포토존

8월 28일(일요일)까지 매일 밤(10시까지) 펼쳐지는 서울동물원 별밤 축제는 이외에도 향기 있는 온실로의 초대, 벌레잡이식물 및 수생식물 특별전, 사자 먹이주기, 알락꼬리 여우원숭이 천국 운영, 기린설명회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 밤을 밝히는 멋진 루미나리에를 배경으로 추억에 남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아프리카 전시관은 제1·2·3관으로 나누어 전시 주제별로 특색 있게 꾸며놓았다. 메인무대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어린이놀이터도 잘 갖추어져 휴가와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 놀이터 바로 아래에는 계곡이 있어 인근 산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준비됐습니까? 준비됐어요? 감사합니다”를 서툰 우리말로 연발하며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아프리카 전통춤꾼들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신들린 듯 한 춤사위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꾸 눈가를 또 귓전을 맴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민요 아리랑을 실감나게 불러 가슴 찡함을 느끼게 했던 그 순간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동물원 #별밤축제 #아프리카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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