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과 막걸리가 그리웠다

김복주

Visit2,366 Date2011.07.11 00:00


고국을 방문할 때면 서울의 달라진 모습에 매번 놀라곤 한다. 아침 햇살에 비친 말간 모습과 저녁이 되어 네온사인 불빛 아래에 드러나는 화려한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은 마치 카멜레온 같다. 변화무쌍한 모습 뒤로 서울 안에는 활화산 같은 젊은 패기가 넘친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에너지는 바로 ‘하면 된다’는 의지이자 우리나라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의 원동력은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김치가 세계적인 요리로 인기를 끌고, 한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하면서 이제 전 세계가 한국의 먹을거리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일하려면 ‘밥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밥심이 살아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최근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엄마의 손맛이 살아 있는 광장시장의 녹두빈대떡


내가 서울을 방문하면서 가장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은 광장시장의 녹두빈대떡집이다.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맷돌로 간 녹두에 돼지고기, 김치, 숙주 등을 넣어 큼지막하게 부쳐주던, 몇 년 전에 먹은 그 빈대떡 맛이 나를 한걸음에 광장시장으로 달려가게 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5가에서 내리니 광장시장이라고 적힌 아치형 간판이 걸려 있어 찾기가 쉬웠다.


혼자라서 좀 서먹했지만 막상 들어선 ‘먹자골목’은 환한 불빛 아래 좋은 이들과 마주 앉아 먹을거리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시골의 잔칫집을 떠올리며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순대, 김밥, 족발, 빈대떡 같은 음식을 푸짐하게 높이 쌓아놓은 가게들, 그 앞에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삶을 얘기하는 손님들.


어찌 보면 비위생적이라 할 수 있는 노천 음식이지만, 이곳을 찾는 도시인들은 빈대떡을 부치는 아주머니 앞에 앉아서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어머니의 손맛과 사랑을 느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접시보다 큰 빈대떡과 막걸리 한잔으로 나는 서울 입성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 음식은 맛과 질에 비교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요리에 담긴 정성과 음식을 내놓는 사람의 정까지 더해져 어느 음식보다 푸짐하다. 그립던 한국의 정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니


한국 여행 중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를 만든다고 하여 참여했다. 일본인 모녀와 또 다른 일본인 부부 한 쌍이 체험에 함께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 전통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신청하게 되었단다.


막걸리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된 국민주(酒)로 지금까지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술인데, 이제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술이 되었다니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다.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 자연 발효된 식품으로, 비록 술이지만 건강식이며, 최근 들어서는 다이어트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막걸리를 만들기 전, 우리의 전통 한복으로 갈아입고 전통차를 마시며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


반나절이 넘는 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끝내고 술을 체에 걸러서 시음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윳빛 막걸리를 앞에 놓고 신성한 마음으로 한 모금 들이켰다. 그 맛은 내가 알고 있던 막걸리와는 전혀 달랐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향기로운 맛이 혀끝에 부드럽게 감돌았다. 포도주 맛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맛은 다른 첨가물 없이 항아리에서 오랫동안 자연 숙성되었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750여 개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의 종류는 20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집에서 직접 빚은 이 막걸리는 발효균이 살아 있는 생막걸리로, 물로 희석하지 않아 알콜 도수가 16∼18도 정도 되며 자연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과는 분명 다르다. 이렇듯 훌륭한 막걸리를 한국 대표 주로 세계에 널리 알리려면 공장식 제조가 아닌 전통 방식의 제조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언젠가는 세계의 술꾼들이 포도주가 아닌 막걸리로 잔을 기울일 날이 오지 않을까.


 










▣ 체험 교실에서 배운 막걸리 만드는 법



1. 쌀을 씻어 물에 4~6시간 담가둔 뒤 건져서 물기를 뺀다(물기가 많으면 고두밥이
    안 되고 먹는 밥이 된다).
2. 누룩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섞는다.
3. 삶은 면포를 깐 뒤 쌀을 올리고 찐다(잡균 방지). 이때 기름을 조금 넣어 만든
    밀가루 반죽(시루밥)으로 솥과 시루 사이를 막아 김이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기름은 나중에 시루밥이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해 넣는다).
4. 고두밥이 잘 쪄지면 25℃가 될 때까지 잘 식힌다(온도가 높으면 효모가 죽을 수
    있다).
5. ②에 잘 식힌 고두밥을 넣고 다시 잘 섞는다.
6. 깨끗한 항아리에 ⑤를 넣고 깨끗한 면포를 덮은 뒤 뚜껑을 닫는다.
7. 따뜻한 방바닥에 방석과 나무 받침대를 깔고 그 위에 항아리를 놓은 뒤 이불로
    덮는다. 3일쯤 지난 후에 시원한 곳으로 항아리를 옮겨 다시 일주일 동안 서서히
    발효시킨다(오랜 숙성을 거친 막걸리는 소화가 잘되고 맛이 좋아 3개월 정도까지
    도 숙성시킨다).
8. 거르기 전에 용수(대바구니)를 박아서 떠낸 술은 청주요, 밥알을 으깨고 찌꺼기를
    체에 걸러 낸 술은 막걸리인데, 여기에 물을 더하면 알콜 농도가 희석된다. 물을
    넣은 막걸리는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한다.


준비물 : 쌀 2kg, 누룩 100~150g, 물 2.8~3.2ℓ(3.2ℓ면 알콜 도수 16도, 2.8ℓ면
            18도의 술이 나온다)


글/김복주(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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