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종교가 살아 숨 쉬는 서울[1]

박종권

발행일 2011.06.13. 00:00

수정일 2011.06.13. 00:00

조회 1,934

서울이 세계적인 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만 782만 명, 올해는 900만 명을 예상할 정도로 세계인이 즐겨 찾는 명소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일까? 서울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신라 천년 고도의 경주는 불국사와 첨성대 그리고 석굴암으로 오늘날에 와서도 내국인이나 외국 방문객들에게 찬란한 정신문화의 발자취로서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위치한 바실리 성당은 혹독한 소련 공산주의 시절을 겪었음에도 그 어떤 유물, 유적을 보유한 관광 명소보다도 방문객들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다.

매년 수억 명이 방문하는 로마 교황청 바티칸이나 예루살렘 성지는 세월에 얽매이지 않고 이미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종교와 관련한 정신문화는 시대와 종교를 뛰어넘어 찾아오는 이에게 감동과 새로운 영감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서울은? 불교 국가인 고려와 달리 유교를 국시(國是)로 내세운 조선시대의 수도 서울은 대동사회를 추구하는 유학의 이념을 그대로 보여주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도시다. 또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창제 원리 자체가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인 역경을 바탕으로 삼은 유학 사상의 결정판이다. 서울은 세계인들이 경탄하고 감동할 만한 종교적 유산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유산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로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천주교와 기독교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교적·문화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의 개신교 단일 교회가 탄생하는가 하면 천주교와 기독교 순교 성지 등 새로운 종교적·문화적 유적과 형태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서울의 종교적 모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민족종교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전환기에 출현한 민족종교는 동학을 비롯해 대순진리회, 증산교, 원불교 등 개벽사상을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신앙과 수행 방식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종교적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문화의 뿌리, 불교

1600여 년 전에 들어온 불교는 한국인의 전통 사상으로 토착화되었으며, 현재까지 삼보사찰(三寶寺刹)을 비롯한 1000여 개에 육박하는 사찰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이 중 80%가 조계종 산하로서 그 총본산은 수도 서울의 종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조계사다. 불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조계사는 거의 1년 내내 법회나 강좌, 제사 등 다양한 의식을 거행하는데, 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 오신 날에 펼쳐지는 연등 축제 행렬은 한국 불교문화 축제의 정점이다.

오늘날 한국은 전체 종교 인구의 23%가 불교로 가톨릭과 기독교에 자리를 많이 내주었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 활동이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등으로 세계 속 한국 불교의 위상은 오히려 많이 높아졌다.

그중 대표적인 사찰이 서울 삼각산에 위치한 화계사다. 최근 국제 포교의 중심 사찰로 자리 잡고 있는 화계사는 1966년 숭산스님이 포교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32개국 130여 곳에 한국 불교를 전파했으며,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만 5만여 명에 이른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방 사찰에도 외국인 신도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몽골, 스리랑카 등 이주 노동자와 함께하는 ‘이주 노동자 추석 합동 다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한국 불교는 국내에 서도 외국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불교의 사상적 깊이나 역사만큼 포용력을 발휘해 세계화와 더불어 타 종교와 화합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서울 길상사의 성모를 닮은 관세음보살상이 그 대표적 예다. 소녀상과 성모상만 전문으로 만들어온 가톨릭계의 대표적인 조각가 최종태 씨가 법정스님의 의뢰를 받아 만든 이 조각상은 종교 간의 화합이라는 열망에서 나왔다.

지금도 길상사는 가톨릭과 공동 행사를 열거나 수녀들이 절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등 종교 간의 화합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3공화국 시절 3대 요정 중 한 곳인 ‘대원각’이 ‘길상사’라는 절로 바뀐 역사는 불교가 얼마만큼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한국 불교는 타 종교와 화합하는 동시에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도시화된 빌딩 숲에서도 구도의 도량을 갖추며 한국 정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글/박종권(겨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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