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의 恨을 들여다 보다

시민리포터 이은자

Visit3,259 Date2011.06.09 00:00

인왕산 성곽


서울시는 인왕산 조망을 가로막고 있는, 수성동 계곡에 자리했던 옥인아파트를 철거하고 인근 인왕산 자락을 포함한 1만7007㎡에 대한 계곡 및 전통조경 복원공사를 5월 30일 본격 착수해 내년 5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배경이 되는 인왕산 수성동(水聲洞) 계곡,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복원작업은 경관이 빼어난 인왕산 계곡부에 아파트를 지었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내년 봄 복원이 끝나면 시민들이 수성동이라는 이름 그대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인왕산 자락과 소나무, 계곡 주변의 다양한 봄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뉴스를 접해도 건성으로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 8월, 뙤약볕 아래에서 성곽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석공을 만나 가슴 뭉클한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인왕산 아래 서촌 마을이 복원되고 단장되기 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으로 서둘러 인왕산으로 달려갔다. 녹음방초의 인왕산을 처음 대하면서 계속 탄성을 질러대며 정상까지 올랐다. 지금 인왕산은 온통 아까시 향기가 물씬하고 군데군데 소복히 쌓인 아까시 꽃길도 있어 부부나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듯싶다.


아까시 향기 가득한 인왕산 성곽


근대 이후 들어온 아까시나무와 두충나무는 뽑고 소나무와 산철쭉 등 전통 조경 방식으로 나무를 다시 심어 소박한 옛 정취를 가진 계곡으로 되돌릴 계획이라고 하니까 인왕산 아까시 향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장마가 시작되기 전 서둘러 보기를 바란다. 이곳에는 팥배나무와 때죽나무, 싸리와 찔레도 많다.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잘 보존돼 여전히 인왕산의 옛풍광이 그대로다. 날씨가 좋아 서울 도심 한복판이 그 속살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에 일행들도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1975년도에 북악산 성곽부터 서울성곽 복원을 시작했는데, 인왕산 성곽 복원과 보수공사는 그 마지막 단계이다. 공사 현장은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어서, 정상에 올라 현재 진행 중인 새 성곽길을 바라보며 역사를 되새김질 해봤다. 조선조 서울성곽 개축공사 당시 872명이 목숨을 잃었고, 공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중에도 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 적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성을 반듯하게, 거의 직선으로 쌓았고 돌의 모양과 색깔이 다른 이유가 ‘태조 5년에는 비교적 작은 석재를 이용해 돌을 쌓았고, 세종 4년에는 모가 둥글게 된 넓적하고 평평한 돌로 개축했고, 숙종 30년부터는 정방형으로 다듬은 석재로 벽돌 쌓듯이 빈틈없이 축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등이 새삼 떠올라, 성곽이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사실로 눈을 지긋이 감고 말았다.


공사 중인 모습(좌), 인왕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복궁(우)


하지만 성곽길은 정말 멋스럽다. 주변에 피어있는 아까시 말고도 노란 달맞이꽃, 하얀 개망초, 하늘거리는 강아지풀까지도 다 특별하게 와 닿는다. 가장 난공사인 5단계를 마무리하면 2012년에는 개방이 된다고 한다. 개방과 동시에 수송동 계곡 공사까지 함께 마무리된다면, 내년 여름 이맘 쯤이면 인왕산자락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석공들에게는 예술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혼으로 쪼개고 빚고, 쌓아올린 성곽인데 옥개석 위에 걸터앉거나 그 위로 통제된 공사현장을 침범하려는 시민들도 있다는 석공의 하소연이 들려오는 듯하다. 성곽길을 일반 공원 산책이나 산행 하듯이 그냥 가볍게 지나지 않고 역사와 지금 현재도 땀에 젖어 모노레일로 식사해결을 하며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석공들의 숨결도 느끼는 성숙한 시민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다. 성곽은 그 정신까지 높이 평가받아야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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