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의 힘은 퓨전 디자인
이호창
발행일 2011.06.03. 00:00
인사동이나 삼청동 거리가 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외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는 비록 도시의 역사는 짧지만 역사적 건물이나 전통 거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최근 발생한 큰 지진으로 심하게 피해를 본 역사적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 1930년대에 지은 시내의 한 건물을 철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수차례에 걸쳐 시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누가 봐도 피해가 적지 않아 철거가 당연해 보이는 데다, 건물을 보수하려면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수배에 이르는 금액이 드는데도 시의회는 끝까지 이 건물의 회생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들은 왜 그렇게 낡고 오래된 건물을 이처럼 보존하려고 애쓰는 것일까. 뉴질랜드는 역사가 약 15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국가이기에 역사적 건물이 다른 곳에 비해 많지 않다. 따라서 이 건물이 사라지면 이 거리의 역사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고 거리의 전통과 다양성도 잃기 때문이다. 옛것이 모두 사라지고 새것만 있다면 다양성을 잃어버린 재미없는 거리가 될 뿐이고, 기능적인 편리성만 있을 뿐 그곳의 역사나 전통과 같은 가치는 모두 없어질 것이다.
멋진 한옥의 처마 곡선 아래에 직선적이고 현대적인 재료가 공존하는 삼청동의 풍경은 언뜻 부조화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퓨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이 절묘하게 결합된 디자인이 오히려 새롭고 독특하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다양한 디자인의 추구와 더불어 전통과 현대, 그리고 서구 문화와 한국 문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퓨전 디자인은 확실히 이곳을 다른 곳과 구별 짓게 하는 뭔가가 있다. 차가 다니기 편하게 설계한 서구의 거리나 길과 달리,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한국의 골목은 인간적이며 정감이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이국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렇듯 멋진 거리가 서울에 있었던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지금의 인사동과 삼청동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와 서양의 현대적인 미가 결합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며 젊은이들과 외국인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것은 바로 퓨전 디자인의 힘이다. 무작정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것이 좋다고 여기는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우리만의 독특함을 바탕으로, 서구적 편리함과 현대적 기능성이 디자인의 틀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다. 그래야만 보다 세계적인 거리로 태어날 것이다.
글/ 이호창(코리아리뷰 & 넷질랜드)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