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한국 견학 완결판, 인사동

최인성

발행일 2011.05.30. 00:00

수정일 2011.05.30. 00:00

조회 2,545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오면 샌타모니카 3가의 프롬나드나 패서디나 올드 타운을 봐야 하듯이 인사동은 이미 첨단 광역망을 자랑하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 무게감을 준다. 비록 LED TV와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골목일지도 모르지만 끊이지 않는 외국 관광객 인파는 인사동의 건재함과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평일 오후에도 이 골목은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기 힘들다. 지나는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부터 역사적 고증을 노리는 전문가들의 눈빛까지 다양하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사료가 인사동에서 나와 언론에 공개되곤 하죠. 하지만 그러지 않고도 팔리는 경우가 수십 배는 많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고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은 저 말고도 수백 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 역사학자인 다카시 히노시메(56세) 씨는 주말만 되면 아내와 인사동을 찾는다. 그는 요즘도 가끔 나온다는 독립운동가들의 사료를 이곳에서 만나길 기다린다. 그에게 인사동은 일본과 한국 간 애증의 역사를 밝히는 도서관인 셈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매시Mash>만 기억하는 대부분의 미국인은 일단 인천공항에 내려서면서 놀라 눈이 커지고, 종로에서 <매시>의 기억을 포기하고, 인사동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말합니다. 하회탈요? 지금까지 20여 점을 모았는데 그래도 다른 게 있을까 싶어 아침 일찍 대전에서 KTX에 올랐죠.” 대전의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인 사이힐 채프먼(55세) 씨는 하회탈과 다기를 사려고 방학을 맞아 인사동을 찾았다. 이런 호기심과 신기함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안산에서 진행하고 있는 외국인 학교 프로그램 필드 트립(견학 수업)차 인사동을 찾은 학생들을 만났다.

“처음엔 선생님들이 인사동이라고 해서 인사를 잘하는 동네인 줄 알았다. 서울 같은 큰 도시에 이토록 오랜 역사의 색과 모양을 간직한 골목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온 메리 슐츠(7학년) 양은 한국의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학생들에게 인사동을 종종 소개했는데, 항상 교사들보다 더 많은 것을 관찰하고 질문한다. 사실상 인사동은 외국인들의 한국 견학의 완결판이다.” 인솔 교사인 에릭 게리슨(47세) 씨가 덧붙였다.

모습은 한국인이지만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올소 노운 애즈(Also Known As, AKA)’ 그룹도 만났다. 미국 내 전국 입양인 단체 연합회인 이 그룹 소속 입양아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잃어버린 뿌리를 찾아온 입양아들이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인사동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일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리스롯 버크모스(32세) 씨가 인사동을 뒤로하면서 말했다.

“30~40대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체험’ 미션을 수행한 것은 3년째이며, 이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AKA에서 활동 중인 티머시 홈 워싱턴 입양인 연합회장이 미션을 수행하는 코스로 인사동을 넣은 까닭은 이들이 한국의 선과 색의 아름다움을 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사동의 오후엔 국경도, 종교도 없고, 인종은 더더욱 찾기 힘들며, 다만 지구촌 주민들의 ‘한국 사랑’이 녹차 향기와 함께 넘실댈 뿐이다.

글/ 최인성(중앙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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