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꿈마루'에 숨어 있는 시크릿 포인트

하이서울뉴스 이효순

발행일 2011.05.13. 00:00

수정일 2011.05.13. 00:00

조회 7,244

어린이대공원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정문으로 들어서서 음악분수 옆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낡은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멀리서 보기엔 아주 오래된 건물 같지만 알고보면 지난 5월 8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픈한 새로운 공간이다. 기존 ‘교양관’이라는 재미없는 이름에서 ‘꿈마루’라는 풋풋한 이름으로 개명하고 시민들 곁으로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런데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채롭다. “어, 이게 뭐지? 공사를 하다 말았나?” 거칠고 낡은 벽면과 깔끔하게 정리된 계단이 대비된다. 철근이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 있는데 원래 컨셉트인 듯 멋스러워 보인다. 그냥 보면 손때 잔뜩 묻은 건축물 같은데 내부로 들어가보면 또 아주 모던한 공간이 나온다. 마치 독특한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사실 어린이대공원의 구 교양관은 그냥 낡은 건물 취급하기엔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이다. 때문에 기존 건축물의 멋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다. 이 건물은 근현대 과도기 건축가 고 나상진의 작품으로 ‘한국건축 100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1970년에 준공, 서울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로 사용되었고 1973년 어린이대공원 개원 때 리모델링해 관리사무소 기능의 교양관으로 37년 간 자리를 지켰다. 원래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그대로 이용해 관심을 받은 건축물이기도 하다.

새 계단과 낡은 천장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이번 리모델링에서는 건물의 보와 벽 등 주요 건축 요소는 살리고 실내공간은 콤팩트하게 구성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느낌의 공간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선유도공원 설계자로 유명한 성균관대 조성룡 석좌교수, 건축가 최준웅 교수, 조경가 박승진 소장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리모델링에 참여했다. 이들은 근현대 과도기의 대표 건축물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낡고 거친 벽면과 칠이 벗겨진 페인트 자국 등 구조물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건물 곳곳에서 세월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소장의 방 벽면에는 기존 벽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몰탈이 잘 뜯어지지 않아 그냥 둔 것이 마치 회화작품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요소요소가 모두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꿈마루’는 전시실, 피크닉정원, 식당 등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피크닉 정원은 작은 연못 주변으로 테이블이 놓여있으며 외부와 차단돼 있어 아늑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선유도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과 똑 같은 느낌이다.

또 6월에 오픈 예정인 북카페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예사롭지않다.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책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다. 내부는 깔끔하게 꾸며져있다.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차 한 잔, 책 한권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을 듯하다.

책이 천장에서 내려온 끈에 매달려 있는 입구와 북카페 전경

꿈마루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른들이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그만일 듯하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리모델링은 자칫 철거될 수도 있었던 근현대의 중요한 건축물이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공간을 남겨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꿈마루'의 비밀!

point1- 속이 빈 기둥!

‘꿈마루’는 유난히 큰 기둥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 기둥 속이 비어 있다고? 어린이대공원 시설팀 백공명 과장은 “박스라 생각하면 된다. 사람이 두발을 모으고 섰을 때와 두 발을 벌리고 섰을 때 어느 쪽이 중심잡기 더 편한가? 이 기둥도 그 원리다. 속을 꽉 채워 좁은 기둥을 세우는 것보다 속을 비우더라도 넓은 기둥을 세우는 것이 구조상 더 안전하다. 그래서 보통 건물은 6~7m 마다 기둥이 있는데 ‘꿈마루’는 약 15m 간격으로 있다.

point2- 데크 진입로에 녹색 카펫을 깐 이유는?

오래된 진입로가 너무 낡아 안전상 위험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엔 골프 카트가 이 곳으로 드나들었다는데 지금은 수리를 해서 장애인 통로로 만들려고 했으나 경사각 등이 규정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철거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동 통로가 아닌 디자인 개념을 적용해 이곳에 잔디를 깔고 꽃을 심기로 했다. 풀이 자라면 별도의 통제가 없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point3- 건물 천정에 구멍이?

관리사무실 복도를 지나는데 천정에 알 수 없는 구멍이 보인다. 비가 오면 어쩌려고? 이곳 시설 과장의 답은 간단했다. “비 오면 사무실 복도로 그대로 쏟아지니 구멍을 덮어야 한다.” 용도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지금처럼 건축 자재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만들어 놓은 환기구라고 한다. 이 역시 기념으로 그냥 남겨 두었다고.

point4- 한글 매화나무?

2층 계단을 장식하고 있는 안상수 교수의 ‘한글매화나무’ 작품. ‘꿈마루’ 곳곳에 있는 안내문 하나도 그냥 만든 것이 아니다. 모두 안상수 교수의 안그라픽스가 만든 디자인 작품이다.

point5-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목욕탕?

피크닉 정원으로 나가려는데 정체 모를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VIP용 샤워장’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겨우 타일만 몇 조각 남아 있다. 이곳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사용될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샤워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point6- 갤러리에 그림 걸 벽이 없다!

‘꿈마루’ 2층 갤러리는 모두 유리벽이다. 도대체 그림을 어디에 걸지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작품들이 모두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니면 책상을 놓고 책상 위에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란다. 현재는 어린이대공원 리모델링 기념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을 조명한다.

point7- 지붕의 색이 변한다

오렌지색 철판은 ‘내후성강판’이라고 한다. 더 녹이 슬면 빨간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 지붕 아래는 지하의 식당인데 지붕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는 채광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문의 : 푸른도시국 동부푸른도시사업소 ☎02)218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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