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서울, 교보문고
정호원
발행일 2011.05.02. 00:00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교보문고를 찾는 것이다. 특별히 구매할 도서가 있어서라기보다 ‘문화적 산소’를 만끽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환골탈태하는 도시의 외양에, 그리고 도심 한가운데 문화·지식의 중심에 선 교보문고와 만날 기대에 가슴이 뛴다. 또 함경북도 라진 시에 있는 종갓집이나 명천군에 위치한 외갓집을 방문하는 듯 기대에 차서 마음속으로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기도 한다. 교보문고는 과연 깔끔하면서도 으리으리한 책방이자 상당히 수준 높은 도서관 같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1981년 6월 고 신용호 회장이 ‘꿈을 키우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운 교보문고는 대한교육보험이 모회사이며, 한국 1위의 서점으로 한국 지식 문화를 대표해왔다. 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창립 철학을 지금까지 지켜오며, 명실상부한 한국 지식 문화의 허브가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그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서 경영을 이끌어 시장 매출을 올리는 한편 독자적인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대 상황에 맞게 변모해왔다. 분야별 국가고객만족도지수NCSI,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교보문고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매장에 들어서니 목마른 사람이 물 마시듯 책을 탐독하는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지식의 물줄기를 파고 있었다. 그 모습은 청정한 실개천에서 청아한 워낭 소리를 듣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책 읽는 숨소리가 나의 심금을 사로잡는 옥음(玉音)으로 전달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발간한 몇 권의 도서 목록을 고객용 컴퓨터로 검색했다. 재고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한국 독자들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 자신이 책 속의 인물이 된 듯 이곳 독자들과 간접적인 해후를 하고 나니 가슴이 뭉클했다.
출판사, 신문사, 방송사가 많고 책을 즐기는 나라 한국. 서울은 그 중심에서 책과 독자를 하나로 이어준다. 이런 독자군을 거느린 문화 국가로서 자리 잡는 데 교보문고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 교보문고는 서울의 또 다른 문화적 풍경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교보문고는 고객 편의 시설을 일체화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문화 쇼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명동은 상가(商街)로, 교보문고는 문가(文街)로 남을 만한 곳이다. “서울을 알려면 교보문고로 오라. 서울을 보려면 책을 펼쳐라. 서울을 느끼려면 독자를 주목하라.” 서울이라는 도심이 책 속에 잠겨 묵향과 호흡하더니 어느새 아시아의 문화를 이끌고 과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풍경을 그려본다. 책 속의 서울은 아름답다. 직장에서, 안방에서, 오래된 서점에서 묵향에 젖어든 사람들의 탐구하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서울은 새로운 시동을 준비한다.
글 /정호원(중국 연변 인민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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