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호랑이, 시끄러워지는 새들... 동물원의 春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은빈

발행일 2011.03.14. 00:00

수정일 2011.03.14. 00:00

조회 2,537

아직도 간간이 춥긴 하지만, 매서운 동장군은 가고 봄이 왔다. 지난 주말 날씨는 봄이 완연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얼굴은 봄꽃마냥 화사했다.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봄을 맞이했다. 오랜 겨울 끝에 소중한 봄날을 맞이한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동물원을 찾았다.

일요일의 서울대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끼리 열차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동물원 입구다. 그곳에서 동물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서울동물원 동물기획과 배진선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저는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통해 봄을 느낍니다. 빨랫줄에 걸린 빨래마냥 늘어져 자는 호랑이나 번식기를 맞이해 시끄러워지는 새들을 보면 ‘봄이 왔구나’ 싶죠. 봄은 새로운 생명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기이기도 해요. 3월에는 영양, 사슴들이 새끼를 낳아요. 양들에게는 벌써 좋은 소식이 있어요. 15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거든요. 아기 물범도 2마리나 태어났답니다.”

사실, 이번 봄은 서울동물원 식구들에겐 특별하다. “매서운 추위에 구제역까지 더해져 동물원이 생긴 이래로 처음 문을 닫게 되었어요. 백신마저 추위에 얼어버려서 동물들도 저희도 고생 좀 했죠. 눈은 또 얼마나 많이 오던지, 치우느라 힘들었습니다. 동물들도 바깥 구경 못해서 답답해 했고요. 그래서 동물들도, 저희도 봄이 온 게 너무나 반가워요.”

특히 봄을 좋아하는 동물들이 있을까? “오랑우탄 같은 경우에는 봄이 오면 먹는 음식의 양도, 움직임도 많아지죠. 하지만 추운 곳에 사는 물개는 봄, 여름이 될수록 음식을 잘 안 먹어요. 피하지방이 많다보니 날씨가 따뜻해지면 쉽게 더위를 느끼는 거죠.” 얘기를 나누다보니 오랑우탄이 어느새 나와 오두막에 매달려 있다. 옆에서는 오랑우탄을 위한 새 놀이터가 지어지고 있었다.

“오랑우탄은 높은 곳을 좋아해요. 건물 8~9층 높이의 놀이터가 다음 주 주말 쯤 완공될 예정이에요. 오랑우탄이 더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4월 중순쯤이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말레이 곰 꼬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봄을 맞아 외적으로 변하는 동물들도 있다. “늑대나 여우는 겨울털을 벗기 시작하죠. 밑털부터 빠져서 몸이 가늘어져요. 특히 늑대는 하얗던 털이 갈색으로 변해요. 사슴은 뿔이 솟아나기 시작하죠. 사슴들은 봄에 평화롭게 지내요. 아직 뿔이 연약하기 때문이죠.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수 있거든요. 사슴에게 있어 뿔은 한 해 농사와도 같으니, 뿔이 터져버리면 농사를 망치는 셈이거든요. 그러니 서로서로 조심하는 거죠. 뿔이 다 자라면 칼슘이 쌓여서 골화가 됩니다. 그리고 가을이 오죠.”

그렇다면 봄철 동물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동물들의 건강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나이가 많은 동물들은 일교차가 큰 요즘 같은 때 특히 아프거든요.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호흡기 질환을 앓기도 해요. 그래서 저녁 때 동물들을 춥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또 번식이 많은 시기니 쾌적한 번식 장소를 마련해 주어야 하죠.”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동하며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자 다음엔 호랑이, 그 다음엔 기린, 그 다음엔 코끼리…. 배진선 팀장은 동물원 중 남미관을 추천했다. 남미관은 동물원 제일 끝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에는 나무늘보, 개미핥기, 아르마딜로 등 독특한 동물들이 많다. 그런데 남미관에 사는 동물들은 한국의 봄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기후에서 살던 동물들도 점점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게 되니까요. 심지어 아프리카 영양들은 이미 적응해서 겨울에 볕을 쬐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아기 동물들이 있는 인공포육장을 둘러보며 배진선 팀장은 동물원의 또 다른 역할인 ‘종(種) 보존’에 대해 말해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동물원하면 동물들을 단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물원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동물 보호와 종 보존에 있습니다. 동물들을 잘 보호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도 물려줘야죠.”

봄을 맞이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 리포터의 마음도 어느새 봄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꽃샘추위가 기승이란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봄은 왔으니까. 그리고 이 잠깐의 추위가 끝나면 꽃망울들이 사방에서 터지고 화려하게 치장한 봄이 우리를 간질일 것이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봄날의 동물원을 찾아라. 그리고 느껴라, 봄을.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 #동물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