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서울의 예술현장

채혜미

발행일 2011.02.21. 00:00

수정일 2011.02.21. 00:00

조회 2,072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 그리고 예술이 세계를 주도하는 21세기의 과제는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문화 인재를 과연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대륙을 뒤덮고 있는 ‘한류 쓰나미’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 그리고 문화·예술인의 해외 진출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때에 ‘어떻게 하면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점차 높아지는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객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국이 문화·예술의 주도적 국가로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문화·예술의 발전과 더불어 국제 문화 교류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관객과 보다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연구와 더불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한 차원 더 높은 예술 세계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의 독특한 멋과 향이 묻어나는 문화 콘텐츠에 국제적 감각을 가미한 새로운 시도들이 문화·예술 전반에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차세대 문화·예술 엘리트의 육성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교육받고 키워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에 자리한 ‘젊은 예술인들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이하 한예종)를 찾았다. 21세기를 주도할 창의적 전문 예술가를 어떻게 양성하고 있으며, 어떠한 국제화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창의적 예술가들을 키워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990년 개교한 한예종은 아시아 예술 교육의 허브라는 비전을 가지고 문화관광부의 ‘문화 발전 10개년 계획’에 의해 설립되었다. 한예종은 해외 27개국(미국,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베트남)의 65개 학교와 자매결연 및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교환학생 및 단기 연수 과정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교류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특히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지역사회에 ‘아트 캠프’ 프로그램을 마련해 활발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한예종에서 각 나라에 파견한 학생들은 그 나라와 지역사회를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국제 문화 교류와 한국 예술의 보급에 앞장서며 진정한 예술 리더로서 훈련을 쌓는 기회를 갖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예종은 매년 중국 북경전영학원(베이징 필름 아카데미)과 두 편의 한중 학생 합작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교류는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미국의 메릴랜드 예술대학교 학생 30명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예술 체험과 공동 합작 전시회도 여는데, 이는 동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현장 교육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아시아 예술 교육의 허브’라는 비전에 걸맞은 한예종의 특징적 프로젝트인 AMAArt Major Asia Scholarship는 아시아 각국의 예술 엘리트를 장학생으로 유치해 졸업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창의성을 중심으로 교육해온 한예종이 특별히 기존 예술 교육기관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예술 실기와 이론을 병행하면서 균형과 통합을 이루어 심화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 및 대학원 중심의 6개 원 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외국의 콘서바토리와 같은 개념으로 음악원·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생은 여느 대학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입학시험을 통해 선발한다. 현재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앞으로의 가능성과 역량을 보고, 보다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생들에게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가 좋아요. 수업과 과제로 항상 바쁘지만,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덕분에 전공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수업(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을 마음껏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력 또는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방송영상과에 재학 중인 허영지 학생의 말이다. 캠퍼스에서 연간 500여 회에 달하는 공연과 전시가 순수하게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은 탄탄한 교수진에 의해 밀도 있는 현장 중심 수업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한 해만 해도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쿠르의 주니어와 시니어 부문을 한예종의 학생(김기민, 박세은, 김명규, 채지영)들이 석권했다. 뿐만 아니라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1위(전민재)와 피아노 부문 5위(김태형) 수상, 칸 국제 광고제의 영 라이언스 경쟁 부문에서 아시아 최초로 금상(김진형) 수상,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공식 초청(최윤아) 등을 비롯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2010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스페셜 레터>로 호평을 받았고, <언약의 여정>도 뉴욕에서 공연 요청을 받았다. 한예종의 영상원 출신인 이정범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저씨>는 국내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정범 감독 외에 이미 국제무대에 알려져 있는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도 한예종 영상원 출신이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말처럼 세계의 관심이 아시아로 집중되는 이때에 AMA 제도를 통해 아시아라는 대륙 안에서 서로 상생하며 함께 예술을 발전시켜나가는 정책은 아시아 문화·예술의 리더를 키워냄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다. 이처럼 10여 년 동안 꾸준히 한국과 아시아의 예술 영재를 키워온 한예종은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인재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국제무대 진출을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글/채혜미(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문화②는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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