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뚝딱! 억새의 변신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순자

발행일 2011.01.19. 00:00

수정일 2011.01.19. 00:00

조회 2,510

월드컵 하늘공원의 억새풀 단지는 쓰레기 매립지의 안정화 공사로 이루어진 환경생태공원이다. 쓰레기가 썩을 때 생기는 가스나 침출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을 묻고 차수막으로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을 만들려했다. 그러나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무의 뿌리들이 차수막을 뚫고 내려가면 썩은 물이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연구 끝에 억새를 심게 되었다고 한다. 억새는 뿌리가 깊게 뻗어 나가지 않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쓰레기산’이 만들어낸 도심속 억새풀 공원은 훌륭했다. 산책을 하면 바람이 부는대로 방향을 바꾸는 억새풀의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10월이면 시민들을 위한 억새축제도 있단다. 억새가 활짝 필 때면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희귀식물 ‘야고’의 꽃도 볼 수 있다. 하늘공원의 억새밭에는 ‘야고’를 보려는 사람들과 사진작가들도 몰려든다. 시민들은 처음보는 억새 밑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야고’에 넋을 잃기도 한다.

억새축제도 끝나고 억새풀이 지기 시작하는 초겨울이 되면 억새를 베어주어야 다음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자란다고 한다. 베어진 억새는 선사유적지의 지붕 덮개나 거름으로 이용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억새를 다듬어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월드컵공원에서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생태 강의를 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방학특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억새로 소품 만들기를 한다.

억새로 소품 만들기 수업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 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장소는 ‘서부 푸른도시 사업소 2층 사랑방’이다. 1회에 약 20명씩 인터넷으로 접수받아 진행한다. 1월 중 수업은 벌써 마감이 되었으나 2월 이후의 프로그램은 신청이 가능하며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

‘억새로 소품 만들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직접 참여해봤다. 이날의 주제는 ‘억새 발 만들기’였다.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만 보았던 학생들은 “이것으로 무얼 만들까?”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을 기다렸다. 먼저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배꼽 인사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조영옥 강사는 “억새풀과 으악새는 어디에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식물의 특징과 억새와 갈대 구별법을 설명해 주었다. 예쁘게 발을 만들기 위해 억새를 직접 손질하게 했다. 만들 때의 주의사항, 만드는 방법 등을 설명한 후에 각자 만들기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더 잘 만들어 보려고 열심히 억새발을 엮어가기 시작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억새풀의 변신. 학생들의 고사리 손을 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억새 발로 탄생했다. 각자 창의성을 드러내며 솔방울을 이용해 마무리를 하기도 하고 장식도 했다.

수업에 참가한 이채민, 황주연 학생은 “우리가 직접 만든 억새 발을 소중한 추억과 함께 우리방에 멋지게 장식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각자 만든 억새 발을 가지고 나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어린이는 여름방학에 피서 갈 때 차창 햇빛 가리게를 할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린이는 사진 붙여 장식하겠다며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황새라 씨는 “억새를 재활용해 이런 훌륭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앞으로 더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전했다. 모두 2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며 아쉬워했다.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생활 소품, 나아가 미술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억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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