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길라임도 보고 갔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현우

발행일 2011.01.11. 00:00

수정일 2011.01.11. 00:00

조회 3,723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전시가 있다.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기도 하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언급 돼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있는 미술전시다. 바로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와 모던아트>전인데, 이 전시에서는 인간 의식의 세계를 표현적 왜곡을 통해 나타낸 피카소, 고독한 영혼의 모습을 표현한 모딜라이니, 유년 시절의 경험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샤갈을 비롯한 39명 작가의 회화, 조각, 드로잉 등 121점을 만날 수 있다. 서양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날씨 속에서도 덕수궁미술관을 찾는 발길이 상당하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기 전 눈에 들어온 것이 왕궁수문장 교대의식. 미술관 구경 갔다가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다. 미술관이 자리한 덕수궁 석조전 서관은 1938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근대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란다.

자, 기다리던 피카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미술관은 총4개 테마로 구성되어있다. 1층에는 ‘내면을 향한 열정’이라는 주제의 1관과 ‘고뇌와 열정’이라는 타이틀을 단 4관이 있다. 2층에는 ‘시대의 불안’을 테마로 한 2관과 ‘순수조형의 추구’라는 이름의 3관으로 구성돼 있다.

1관부터 관람을 시작 한다. 벽면에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시각적인 감성 없이는 빛도 없으며 또한 움직임도 없다. 자연 속에서 빛은 색상들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모든 전시관 앞에는 이렇게 추상적인 글귀가 적혀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작품을 감상하니 그림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그림 속의 무언가가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든다. 편안한 느낌, 불편한 느낌, 알 수 없는 느낌 등 여러 가지가 공존한다. 1관은 모네, 시냑, 샤갈의 작품이 중심이다. 그 사이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키스 반 동겐이라는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푸른 눈의 여인’, 제목부터 강렬하다. 이 화가는 주로 화류계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1층에 마련된 또다른 전시관인 4관에는 바로 그 피카소 작품이 있다. 얼마전 종영한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여자주인공 라임(하지원)과 윤슬(김사랑)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배경이 됐다. 사랑에 아파하는 라임과 사랑을 충고하는 윤슬의 대화 장면 중 이들 뒤로 ‘지중해 풍경’이 비춰진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그림은 피카소의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이다. 피카소는 20세기 서구 화단을 지켜 온 현대미술의 증인. 자신의 예술 세계를 변화무쌍하게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4관에는 피카소 뿐 아니라 호안미로, 자코메티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관과 3관도 꼼꼼히 둘러보았다. 2관은 뭉크, 키르히너, 에밀 놀데 등의 작품이 전시 돼 있고 3관엔 독일 청기사파와 프랑스의 들로네 등 오르피즘 작가들과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미술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미술관문 옆 포토 존에서 폴시냑의 ‘베니스의 핑크빛구름’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작품해설을 듣고 싶은 관람객은 3천원을 내고 해설 이어폰을 이용하면 된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방학을 맞아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도 많고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소개돼 반응이 더 뜨겁다고. 문득 이 전시관에 있는 작품 중 가장 고가의 작품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관계자는 “돈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게 어려운 작품들이지만 굳이 따진다면  수백억 원 이상하는 작품들도 있다”고 했다. 피카소의 ‘지중해 풍경’과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이 그 안에 포함된다고.

이날 전시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피카소 뿐 아니라 유명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아이들 방학숙제와 미술교육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모두 돌아보고 나니 한 전시관 앞에 있는 글귀가 강렬하게 남는다. "창조가 있기 전에 파괴가 있어야한다. 고상한 취향이란 얼마나 불쾌한 것인가! 그 취향이란 창의력에 적이다." 피카소와 모던아트전은 오늘3월1일까지 이어진다.(매주 월요일은 휴관)
문의: <피카소와 모던아트>전 홈페이지(picasso.chosun.com), ☎02)757-3002

 

#전시 #피카소 #시크릿가든 #길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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