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다시 태어나는 마을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1.01.06. 00:00

수정일 2011.01.06. 00:00

조회 3,055

마을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과 정성들이 모여 서울 시내 곳곳에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골목길 벽화와 지역 특성을 살린 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단이 지난해 3월부터 성북구 정릉동, 성북구 돈암동, 종로구 청운효자동, 서대문구 홍제동, 용산구 청파동 등 5개 동네에서 진행해 온 시민 참여형 공공미술프로젝트 ‘예술마을 가꾸기’ 결과가 지난해 12월부터 차례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 우리 동네의 밋밋했던 골목길을 걷다가 혹 어제와 다른 벽을 발견한다면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그 벽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라. 재발견의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예술 마을 가꾸기’는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 온 ‘우리 동네 문화 가꾸기’에 시민 참여를 확대한 것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을 그리고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예술가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3분 45초... 벽화, 아이들의 꿈을 그리다
성북구 정릉3동 청덕초등학교 앞에서부터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길 약 200여 미터의 오르막 골목길 담장엔 얼마 전 멋진 벽화가 탄생했다. 방학 중이지만 학교 방과 후 교실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 내려오는 계단 옆으론 형형색색의 큼직한 벽화들이 아이들의 귀갓길 동무가 되고 있었다. 담장 위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밝은 색감의 공룡이 앉아 있고 녹색의 도마뱀은 담장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가파른 경사길 옆으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계단 중간엔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예쁘고 앙증맞은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너무 예뻐서 사진 찍고 싶어요”라며 포즈를 취해 주는 아이들을 위해 예쁘게 구도를 잡아 사진 한 컷을 찍어주니, 천사같은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번진다.

예술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팀 에이비씨가 주관한 ‘우리들의 꿈이 자라는 시간 3분 45초’ 라는 프로젝트 결과물로 탄생한 이 담장 벽화와 조형물들은 서울 청덕초등학교 정문에서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을 거쳐 고대부속중학교 후문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천여 명의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이 돌담길이 지루하고 숨이 차는 ‘학교 가는 길’ 이 아닌 신나고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돌담의 돌 위에 전통 꽃문양을 그려 넣은 정릉3동 주민 센터 주민들 작품 ‘돌담에 숨은 그림 찾기-숨바꼭질’과 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 ‘쉼표 프로젝트 모자상봉 대기소 - 기다림’, 청덕초등학교 전 학년 850명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작은 타일도자기에 그려 넣고 붙여서 만든 커다란 설치물 ‘무한상상프로젝트Ⅰ-꿈은 이루어진다’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아이들이 펼쳐보이는 꿈들을 살펴보게 했다.

정릉복지관 예닮+아우름 학생들과 북악중학교 봉사반 학생들, 고대부속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무한상상프로젝트Ⅱ-우리 동네 예술가’, ‘무한상상프로젝트Ⅲ-돌담이 살아있다’ 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힘을 불어넣어 주듯 추상화를 그려 넣은 벽화들로 긴 돌담에 시리즈로 장식되어 있었다. 정릉3동 주민자치센터 주민들이 참여한 ‘정릉동 사람들 이야기Ⅰ-뭉게구름’엔 정릉동의 현재와 옛 모습이 다양한 그림으로 담겨져 있고, ‘정릉동 사람들 이야기Ⅱ-시화리(詩畵理)’엔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가 정릉골 우물가에서 만나 물에 버드 나뭇잎을 띄워 건네며 사랑을 키웠다는 옛 이야기가 글과 그림으로 주택가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걸린 벽 조형물엔 역사와 애향심 물씬
성북구 돈암동과 길음동 사이에 있는 미아리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국군간의 교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인민군이 후퇴할 때 함께 데려간 사람들을 가족들이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한 일화로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라고 하는 가요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도 유명한 곳이다. 또한 미아리고개에서 돈암동으로 가는 길 사이엔 미아리 점성촌이 1960년대에서부터 자리 잡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는 100여 개 이상의 점집들이 성황이었으나 지금은 몇 곳만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아리고개 도로 옆 긴 콘크리트 벽면에 ‘미아 유랑기 Mapping project’ 라는 벽 조형물이 지난 5일 탄생했다. 성북구 동선동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미아리고개의 추억과 정취를 카메라로 찍어 사진과 그 이야기들을 붙이는 오브제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이 깃든 지도를 만들었다. 복합예술그룹 ‘아이엠’의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기억을 줍는 넝마 벽화단’이 탄생시킨 결과물들은 미아리고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스테인리스 스틸 조형물에 압축되어 있었다. 이 지도는 기억을 잃어버린 미아리 고개에게 시간과 공간을 다시 되찾아 주는 ‘Mapping’ 이라는 작업을 통해 미아리고개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의 지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들을 담고 있었다.

이외에 용산구 청파동에는 ‘연어 비란이의 생명 희귀 루트-푸른 파도(청파)’ 라는 벽 조형물이,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천엔 ‘예술이 숨 쉬는 해피로드’ 벽 조형물 및 벽화가 지난해 12월 완성, 개방되면서 지역 명소로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다. 또한 겸재 정선이 살았던 인곡정사의 위치로 추정되는 종로구 옥인동 군인아파트 단지 내에는 역사 이야기가 살아있고 예술 체험이 가능한 서촌마을 쉼터가 곧 조성될 예정이라는 반가운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높인 ‘예술마을 가꾸기’는 서울의 도심 속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아름다운 공공미술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날지라도 그곳엔, 그 골목엔 벽화와 벽 조형물들이 남아 그 공간을,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해 줄 것이리라.

문의 :서울시문화재단 ☎02)3390-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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