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뛰어노는 놀이터

시민기자 고은빈

발행일 2010.12.20. 00:00

수정일 2010.12.20. 00:00

조회 2,899


요즘 보기 드문 풍경 중 하나는 바로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다. 영어유치원이다, 영재교육이다 하여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모여든다. 열린교육, 창의력 교육 등을 주창하는 요즘 교육 추세에 역행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즐기면서 자신의 생각과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 12월 17일, 관악구 은천동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예술체험공간인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하여 찾아가 보았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로 가는 길, 큰 길을 지나자 미용실 창문에, 담벼락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포스터는 어린이들의 귀여운 그림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그림을 보다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설레는 발걸음으로 포스터를 따라 걷다보니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모래밭, 정글짐, 시소대신 크고 딱딱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처음의 편견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생각보다 공간은 아담했고 책장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이 많았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담당자 김민선씨에게 이 공간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원래 이곳은 은천동 주민센터였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센터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이곳은 유휴공간이 되었고, 리모델링을 통해 서울시창작공간의 열 번째 공간인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이제 이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예술체험공간이 되었죠. 6세에서 10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위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악구 내 유일한 어린이문화예술시설인 이곳은 앞으로 공연, 미디어, 시각, 문학, 복합예술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할 예정이란다. “저희는 이곳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어요. 마치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처럼 말이죠.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요. 예술체험 프로그램에 제약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시도해 볼 겁니다.”

대화를 마치고 아이들의 왁자지껄함이 들려오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관 인형극인 ‘여우누이전’이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무대 앞의 두 여자는 공연 시작 전 아이들과 간단한 놀이를 했다. 손을 들고 동물 울음소리를 내다가 “꽥!”하는 소리에 손과 고개를 떨어뜨리며 죽는 척하는 놀이였다. 아이들은 어색해했지만 곧잘 따라했다. 몇 차례의 반복 후 극은 시작되었다. ‘옛~날 옛날, 아주 먼~옛날’로 시작하는 공연은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공연은 아이들의 참여로 특별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극 속 가축이 되어 백년 묵은 여우에게 잡아 먹혔다가도 어느새 공연의 테두리 밖으로 나와 여우의 퇴치를 도왔다. 공연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독특했다. 보통 연극이나 책의 교훈은 아이들에게만 향하기 마련이지만 이 공연은 아이들에게는 욕 같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의 말을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해 모두에게 교훈을 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첫 번째 생일을 맞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축하해주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관악구 주민인 한 일본인 어머니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미리 체험해 본 어린이의 사회로 시작된 개관식은 놀이터에 대한 짤막한 설명 후 케이크 위 초 하나를 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축복 속에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그렇게 첫 걸음을 떼었다. 부모님들은 과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행사가 끝난 후 오늘 사회를 맡았던 일본인 어머니에게 놀이터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친구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다니,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고요.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어요. 재미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한 파릇파릇한 공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이제 문을 활짝 열었다. 앞으로 아이들이 창작 놀이터를 통해 두어 가지 색의 꿈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의 꿈과 생각을 피워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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