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벽화마을만 아시나요?

시민기자 이종룡

발행일 2010.11.24. 00:00

수정일 2010.11.24. 00:00

조회 4,358

11월 24일 오전. ‘이화정’이란 정자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진 종로 이화동에 있다는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하기 위해 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오른다. 담벼락에 그려진 공공미술 작품인 오색 벽화들은 카메라 출사를 유혹한다. 이곳에서는 발품을 아무리 팔아도 아깝지 않다. 색깔이 뛰어나거나 이색적인 그림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보는 보통의 사실을 묘사한 그림들이 더없이 발길을 붙잡는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릴 때 추억과 향수가 묻어난다.

TV 인기 프로그램에 나온 뒤로 방문객이 지나치게 많아져 주민들이 괴로움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바쁘고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이런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 마을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감동적이다. 초겨울인데도 그림꽃이 피어난다. 복잡한 지상의 언덕길, 그 위의 전봇대에 얽힌 전선줄 가닥은 힘든 인생을 보는 듯하다.

하늘과 구름 마을과 벽화가 조화를 이룬 곳에 드리운 삶, 좁은 골목길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낡은 담장 너머로 하루 햇살이 밝는다. 길을 잃으면 다른 샛길이 있고 숨이 턱에 차오르는 언덕이지만 담장벽화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하다. 주위엔 낙산공원이 서울 성곽을 두른 채 자리 잡고 이정표를 따라서 긴 계단을 걷다 보면 서울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다.

낙산 자락을 끼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로는 삼선동 장수마을도 있다. 이곳에도 대학생들이 직접 그린 벽화들이 허름한 돌담을 또 다른 풍경으로 변신시켜 모든 이들에게 활기찬 기쁨을 선사하고 있었다. 느린 걸음으로 감상하다 보니 여기저기 골목길 갈래가 펼쳐있다.

아름다운 골목길이 탄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이웃을 대하고 외부인도 반긴다. 한나절 걷다 보면 모두가 정겹고 익숙한 동네이다. 골목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하고 즐거운 일들이 현실을 부르는 동네이다. 집과 벽화가 조화를 이루고 담장이 캔버스가 되고, 그곳에 있는 그림이 명작이 되어 사랑하는 객들과 함께 오늘도 빛나고 있다.

화분이 없어도 화초를 키우고, 담벼락이 정원이 되고, 얕은 지붕 위에는 빨래가 펄럭이고, 녹슨 담장조차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간다. 오순도순 살아가는 곳에 사적 함춘원지(사적 237호)가 있고 낙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조선시대 모습이 담겨진 성곽을 마주하는 곳이다.

굴다리 3길의 이정표가 있고 대학과 낙산 사이 성 아래 깊은 골을 이룬 언덕 마을. 어린이 놀이터, ‘삼군부 총무당’(문화재) 관리소, 산책길이 모두 한울타리를 이룬다. 동네 이웃들이 담소하는 평상도 있고, 저마다 다른 골목길에는 시원한 전망도 보이는 집터마다 희망의 벽화를 보며 오늘도 아름답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이화동 예술마을과 삼선동 장수마을 가는 길

교통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하차, 마을버스 03번을 타고 충신시장에서 하차하여 건너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낙산공원 방향, 지하철 1호선 창신역에서 하차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낙산공원 하차

#벽화마을 #삼선동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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