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도 청춘남녀도 산책하기 좋은 곳
발행일 2010.11.03. 00:00
주말 오후 안양천 둔치 위 제방 산책로. 한 노부부가 나란히 서서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머리를 어깨에 기댔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섰노라니 너무나 다정스럽기만 했다. 산책을 즐기는 젊은 부부들은 노부부를 뒤따르며 연신 부러워했고 시샘을 하는 듯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산책로 아래 자전거 도로.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엿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대학생인 듯한 청춘남녀가 태양을 등뒤로 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앉은 다정한 모습 또한 질투의 신을 안달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양에서 온 이정자(45) 씨는 “안양천 산책로를 자주 오고 있는데 근래 들어서는 연인들이 부쩍 많이 찾아옵니다. 아마도 가을이라 데이트하기 좋은 계절이고, 좋은 날씨도 한 몫 더해 데이트를 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로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 모습을 볼 때면 닭살스럽고 가끔은 얼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데이트에 성공해 결혼하여 출산율 높이면 애국하는 것이니 귀엽게 봐줍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안양천 산책로가 앞으로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을 것 같습니다”라며 한바탕 웃었다.
이날 찾은 안양천 산책로는 신정교에서 오금교를 거쳐 고척교, 구일역까지 왕복 4㎞ 정도의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산책로 주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과 주변 볼거리, 재잘대는 참새떼 울음소리에 금세 왕복할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자전거를 타거나 또는 조깅과 달리기를 하며 주말을 즐기는 시민들의 행렬이 도심 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였다. 또한 하천 옆 광장에는 소형 어선 한 척이 주인을 기다리듯 정지해 있고, 가까운 물가에는 잿빛 두루미가 긴 다리와 목을 쭈욱 빼고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안양천변에는 넓은 공터를 운동장으로 잘 조성해 놓은 곳이 많아 축구, 야구나 배구를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산책로 건너편 양천구 쪽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나와 빨간 칸나로 둘러쳐진 피크닉 광장에서 가을 운동회를 즐기고 있었는데, 경기 내용이 하도 재미있어 걸음을 멈추고 잠시 구경을 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앞에 선 사회자가 펼친 글자대로 행동을 하며 다시 달리는 아빠들의 달리기 경기를 보게 됐다. 달리는 도중 팔굽혀펴기를 하고, 달리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도 하고,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내를 찾아 뽀뽀를 하고 다시 달리는 경기는 경기 참가자나 아이들, 구경나온 시민들 모두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주말의 큰 선물이었다.
산책로 아래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변은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만개하였고, 안양천의 자랑인 은빛 억새풀이 눈부시도록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서울 날씨가 연일 청명한 것에서도 말해주듯 코스모스나 억새 모두 시골에서도 보기 드물게 전혀 때묻지 않고 티없이 깨끗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더욱이 억새풀을 배경으로 늘어선 아파트와 고층빌딩은 하늘과 맞닿은 느낌마저 들게 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까지 했다.
안양천 산책로는 조팝나무를 비롯하여 명자나무, 연산홍, 황매화, 박태기나무 등 낮은키나무에서부터 큰키나무까지 층을 이루며 잘 조경되어 있다. 아직 산책로변 가로수는 단풍이 완연하진 않지만 11월 중순경이면 절정을 이룰 것이다. 특히 산책로는 흙길을 조성하여 딱딱하지 않아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조성되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백동찬(58) 씨는 “연초에 직장을 명퇴하고 난 이후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안양천 산책로를 따라 하루 두세 시간씩 걷다보니 건강이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산책로를 걷다 힘들면 벤치에서 쉬고 또 전망 쉼터도 곳곳에 잘 갖추어져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헬스 기구도 잘 갖추어져 있어 헬스장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라고 했다.
백씨 말대로 산책로 전망대겸 쉼터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산책을 하다 잠시 쉬어 담소를 나누고 피로를 풀고 가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뿐만 아니라 이곳 전망이 무엇보다 일품이다. 확 트인 전경으로 안양천 푸른 물이 흘러가고 천변의 억새단지와 줄지어선 아파트가 꾸며낸 조화는 도심 속 한 폭의 멋진 그림이었다. 하천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니 물이 맑고 팔뚝 길이만한 은빛 잉어들이 예닐곱 마리씩 떼지어 헤엄쳐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산책로를 가다보니 멋진 다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구로구 신도림동 안양천 진입보도 육교로, 이름하여 ‘이씨다리’. 2004년 10월에 완공된 다리인데, 다리 입구 안내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구로구와 우호 협정을 맺은 프랑스 이씨에물리 도시와의 문화교류를 위한 상징으로 양측이 공동으로 디자인하여 난간 및 조형물을 설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씨다리’로 명명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가하면 산책로변 전망쉼터 옆 가로수가 선 위치 빈터에 ‘클린문화 도서함’이 하나 설치되어 있었는데 참 이색적이었다. 다가가 도서함 문을 열고 들여다 보았더니 다수의 책이 꽂혀 있었다. 박정진 시집 <청계천>, 이정자 시조집 <자연의 곳집을 열고> 등의 시와 시조집, 또 몇 권의 수필집이 진열되어 있었고,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도 있어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산책하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 세심함이 돋보였다.
안양천은 익히 생태탐방코스로, 또 자전거도로가 한강까지 잘 이어져 시민 여가공간뿐만 아니라 건강지킴이 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안양천 산책로는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여가를 보내며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휠체어를 끌고, 또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좋은 곳이다.
깊어가는 가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당장 안양천 산책로를 찾아 자연과 함께 연인과 함께 더 깊은 사랑을 나누었으면 한다.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지금쯤 곱게 물들어 있을 안양천 산책로 단풍길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이 시민을 대상으로 벌여놓은 귀한 향연 선물로 안양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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