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

시민기자 신성덕

발행일 2010.11.03. 00:00

수정일 2010.11.03. 00:00

조회 3,558

서울 중구문화원에서는 서울성곽길 약 18km를 4부분으로 나누어 올레길을 개발하였다. 매주 목요일은 약 20명의 시민들을 초대하여 문화해설사와 함께 성곽올레길을 오른다. 지난 10월 21일에는 가을의 단풍을 만끽하는 올레길 행사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사전 접수된 23명이 아침 9시, 3호선 동국대역 6번 출구 앞에서 만났다.

오늘은 장충체육관 동쪽 성곽에서 남산에 오르는 코스이다. 해설사의 인솔로 장충체육관에 도착한 일행은 아직까지 잘 보존된 성곽을 보면서 놀란다. '늘상 지나다니던 이 길이 성곽길이라니...' 시민들이 좀더 편하게 성곽길을 오를 수 있게 하려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1월 말이면 더 좋은 환경에서 성곽길을 오를 수 있다.

오늘 기자는 해설을 맡았다. 해설사들은 양질의 해설을 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오늘의 해설을 위해 어제 같은 시간에 혼자 이 길을 걸었다. 사적 10호인 서울성곽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서울성곽은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성을 쌓는 일은 주로 농한기를 이용하여 진행됐습니다. 1차와 2차에 걸쳐 20만명이 동원되었고 태조 7년에 사대문과 사소문을 비롯한 모든 성곽이 완성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신라호텔 뒤편으로 오르면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잠시 휴식시간에 일행에게 노래 한곡을 부탁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여성이 멋진 노래를 선물한다. 이어 해설사는 1, 2차 성곽쌓기 작업의 27년 후인 세종 4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대적인 보수작업으로 1, 2월 농한기 38일 동안에 전국에서 약 32만명을 동원한다. 서울의 인구가 10만명인 시대이니 그 공사의 규모를 알 수가 있다. 공사 도중에 사망한 사람이 공식적으로 872명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서울성곽이 건설되었음을 안다. 여기까지 올라오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자신의 부끄러움을 깨닫는다.

어느덧 일행은 국립극장 옆에 서울공원이라고 써 있는 곳에 오른다. 제대로 남산성곽의 시발점임을 알린다. 남산성곽을 따라 오르는 길은 계단이 만만치 않다. 높이 12m로 잘 보존 된 남산성곽을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는 지척의 성곽길이다. 모두 숨을 몰아쉰다. 계단길을 마치면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평지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목멱산 봉수대터 표석이다. 목멱산은 '마뫼산'으로 남산을 뜻하는 남산의 옛 이름이다.

그 유명한 남산의 팔각정, 인왕산으로 이전 된 국사당터의 표석 그리고 남산봉수대를 만난다. 서울에서 복원된 봉수대 터인 무악동 봉수대지, 아차산 봉수대지와 함께 남산 봉수대지를 설명한다. 전국에서 봉수(연기와 불)로 올라오는 소식은 12시간 내에 병조, 승정원, 왕에게 보고된다는 것, 남산에는 5개 봉수대가 있었으며 횃불의 수로 정세의 완급을 전달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남산봉수대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한다. 서울의 조망이 한눈에 보이는 잠두봉 포토아일랜드에서다. 무악동 봉수대지(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삼각산, 불암산, 심지어 수락산까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무엇보다 서울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지점이다.

일행은 수많은 계단으로 내려와 서울시 교육원을 지나 왼편에 새로 복원된 안중근 기념관을 만난다. 바로 며칠 전 개원한 곳이다. 4층으로 잘 지어진 기념관은 2010년 건축상을 받기도 하였다. 역사적 사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영상과 실물크기로 복원한 자료를 갖춘 기념관은 꽤 인상적이다. 일행은 내려와 힐튼호텔 앞에 새로 복원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이 또한 바로 며칠 전 개장한 곳이니 오늘 일행은 많은 소득이 있다.

오늘의 도착지인 숭례문에 도착한다. 원래의 약속시간은 3시간이었으나 안중근기념관에서 30분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일행은 하나같이 보람된 시간임을 말한다. 12시 30분. 헤어짐은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

취재후기

해설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기자의 개인 카페에 글이 올랐다. "후암동에서 8년여를 살았으면서도 성곽길을 따라 오르기는 처음이었다. 그 옛날 변변한 기구도 없이 저 성곽을 온 몸으로 쌓았을 조상님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성곽... 적으로부터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루이지만, 조선은 결국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의 적에게 망하고 말았지 않은가? 이 시대에 우리가 쌓아야 할 성곽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범람하는 세속문화(물질만능, 쾌락주의, 생명경시, 도덕불감증 등...)에서 우리를 지킬 성곽이 시급하지 않을까? 성곽을 오르면서 찍은 사진을 몇 장 올려본다. 다시 한번 해설사님에게 감사드린다..." 닉네임 티테디오스 님의 글이다. 가을의 남산, 성곽에까지 붉게 물든 사진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없애 주었다.

#문화해설사 #남산성곽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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