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비보이+가야금=무아지경

이승철

Visit2,927 Date2010.10.08 00:00



다른 것도 그렇지만 문화와 예술분야도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다. 국악과 양악은 그 구분이 명확한 편이고, 국악이나 양악 모두 각각의 분야별로 독특한 특색과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요즘은 문화예술분야도 퓨전이 일반화 되어가는 경향이지만 옛날엔 그 어울림이 결코 쉽지 않았었다.


다양한 문화예술분야 중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이 있다면 비보이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보이는 (Breakdancing boy)의 준말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를 일컫는다. 브레이크 댄스는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그 몸짓과 기술이 매우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격렬한 동작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테크닉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함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우리 전통국악은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한 음률과 몸짓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놀이나 줄타기, 타악기 연주에서 격렬한 역동성을 볼 수 있지만 비보이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전통국악과 비보이가 함께 공연을 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만일 우리 국악 그것도 조용한 현악기인 가야금과 비보이가 만나면 어떤 어울림을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서울 놀이마당’에서 그 어울림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 사물놀이까지 세 종류의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야가 함께 어울린 것이다. 결과는 놀라운 성공이었다. 





이날의 놀이마당 첫 순서는 백제 가야금연주단의 연주였다. 그러나 충남 부여에서 이수희 선생이 이끌고 있는 연주단은 우리 전통음악이 아닌 주로 외국음악을 연주했다. 중국음악부터 연주하기 시작하여 러시아 왈츠, 오래전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귀에 익숙한 미국음악 ‘머나먼 길’ 등 외국곡들을 멋지게 연주하여 2천여 명의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 번째 무대는 멀리 익산에서 ‘소올 국악실내악단’ 대표로 활동하며 원광대학교 강사로 음악을 가르치는 신은주 선생의 국악가요였다. 민요가 아닌 국악가요라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여인’, ‘어디로 갈거나’ 등 귀에 익숙한 노래와 특히 구성진 목소리로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 하고 부른 노래는 몇 년 전 그 유명했던 TV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이었다.


“국악가요가 무언가 했는데 이제 조금 알겠네요. 민요라고 하지 않고 국악가요라고 하는 또 다른 음악장르네요.” 관중석에서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보고 있던 50대 초반의 시민이 하는 말이었다. 그도 국악가요라는 말이 많이 낯설었던 것 같았다. 세 번째 무대는 전통 사물놀이. 꽹과리, 장구, 징과 북 그리고 소고가 어우러져 펼치는 사물놀이는 언제 보아도 신명나는 한마당이었다. 관중들도 너나할 것 없이 어깨가 들썩들썩 흥겨운 모습이다. 사물놀이는 두들겨 소리를 내는 타악기 연주도 신나지만, 그 몸짓 또한 전 세계 어느 나라 민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과 멋을 지니고 있다. 꽹과리 연주자의 모자에 달린 꽃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모습이며, 다른 악기 연주자들의 모자에 달린 하얀 줄을 돌리는 모습 또한 여간 멋진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소고놀이를 하는 사람이 거의 45도 쯤의 기우뚱한 자세로 훌쩍훌쩍 뛰고 돌며 보여주는 재주는 정말 멋진 기예라고 할 수 있었다.





사물놀이가 끝나자 뒤이어 비보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대회에서 우승한 ‘퓨전 MC’ 비보이팀이었다. 비보이들이 등장하자 관중석이 긴장한 듯 조용해진다. 처음에는 그리 고난도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옆에 앉아 구경하던 노인들 몇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쯤부터 비보이들의 몸짓이 열기를 더해갔다. 뛰고, 재주넘고, 머리로 거꾸로 서서 돌고, 한손을 짚고 몸을 수평으로 뉘여 빠른 속도로 도는 묘기가 펼쳐질 때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숨 쉴 사이 없이 펼쳐지는 묘기가 한 참 열기를 더하고 있을 때 조금 전 공연했던 사물놀이 팀이 합류했다. 비보이들은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매우 독특한 묘기와 연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무대 위에서 조용히 이들의 묘기를 지켜보던 백제 가야금연주단의 연주가 합세했다. 마당 가운데서는 비보이와 사물놀이가 뒤엉켜 흥겹게 돌아가고, 무대 위에서는 아름다운 가야금연주가 합세하여 세상의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소리와 몸짓의 아름답고 멋진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


관중석의 시민들도 감동으로 물결치기 시작했다, 어떤 노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고, 다른 많은 시민들은 음악에 맞추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놀이마당의 무대와 마당, 그리고 객석이 서로 어우러졌다. 이렇게 멋진 무대가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주말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변에 있는 ‘서울놀이마당’은 아주 이색적인 무대인 가야금연주와 사물놀이, 그리고 비보이들의 멋진 묘기와 객석의 시민들까지 함께 어우러진 흥겹고 멋진 어울림 마당이었다. 서울놀이마당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오후 3시에 전국의 각종 국악인들을 초청하여 아름답고 멋진 공연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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