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뜨락의 아주 특별한 아침 음악회
발행일 2010.10.05. 00:00
왕실 이야기를 듣고 ‘춘행전’, ‘수룡음’, ‘천년만세’를 만난다
10월 2일 아침 7시 30분. 아름다움과 자연의 친근함을 두루 갖춘 궁궐, 왕실 생활의 옛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곳 창경궁에서 특별한 아침을 맞기 위해 종종 걸음으로 달려갔다. 국립국악원이 여는 ‘창경궁의 아침’. 명전전 뒤뜰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하고 있었다.
굳이어 소리의 감동이 조용한 가운데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가곡인 ‘춘행전’, ‘수룡음’, ‘천년만세’는 거의 1시간 가량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넋을 잃을 정도로 몰두하게 한다. 오늘 연주한 ‘춘행전’은 조선 순조때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숙황후의 보령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전한다. ‘수룡음’은 조선시대 궁중과 선비들의 풍류방 음악문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악곡이다.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르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 등 세 개의 악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이다.
음악을 감상하다 보니 그 옛날 임금과 왕비와 함께 하는 느낌이다. 거문고, 가야금, 대금, 피리, 앙금 소리는 모두가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어 듣는 모든 사람에게 그윽함과 해맑은 느낌을 선사한다. 신선한 아침, 여유있는 풍류, 마음의 감동을 가을의 전령사와 벗하며 즐긴다. 공연이 끝나자 해설사와 함께 궁궐 산책을 한다.
국립국악원은 우리 전통음악과 춤의 맥을 잇고 또 널리 알리기 위한 음악기관이다. 신라시대 ‘음성서’로 출발하여 고려시대 ‘대약서’, 조선시대 ‘장악원’, 근대시대의 ‘이왕직아악부’로 이어온 것이라고 한다.
창경궁에 관하여
창경궁은 조선시대 궁궐로 사적123호다. 창덕궁의 보조 궁궐로 사용된 곳인데 역대 왕들은 창덕궁 거처를 더 좋아 하였다고 한다.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등 세 분의 대비가 거처한 궁궐이다.
창경궁은 본디 생활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세워진 때문인지 전각수가 많지 않고 규모가 아담하다. 창경궁의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독특한 정문인 홍화문(보물 384호)이다. 명정전도 동쪽을 향하지만 궐내각사(관청건물)와 내전의 주요 전각들은 남쪽을 향해 있다. 남, 서, 북쪽이 구릉이고 동쪽이 평지인 지세라 이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전이 외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넓은 것도 창경궁의 특징이다.
서쪽으로 창덕궁과 맞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낮은 언덕을 지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와 이어져 본래 한 영역을 이루었다. 왕과 신하와 백성이 교감하는 외전인 ‘명전전’(국보 226호)은 광해군 8년(1616)에 중건하였고 임금이 신하들의 하례를 받거나 즉의식을 거행하던 곳이며 내부에는 ‘일월오약도’가 어좌 뒤에 자리하고 있다. 단층지붕에 아담한 규모이지만 궁궐의 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왕의 일상 업무를 보았던 편전인 ‘문정전’, 독서를 하거나 국사를 논하던 ‘숭문당’, 다리 ‘옥천교’도 지난다. 근처에는 하늘을 관측하던 ‘관천대’가 있다. 삼간누문인 정문 ‘홍화문’은 국왕이 백성을 만나 기도하던 곳이며, 영조가 균역법에 대한 찬반의 여부를 백성에게 직접 물었고,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백성에게 손수 쌀을 나누어 기쁨을 함께 하던 곳이다.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은 용마루가 없는 집이며 내전의 중심 공간으로 규모가 크다. 그밖에 '대온실’은 1909년 목재와 철재, 그리고 유리로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도시 새의 보금자리 춘당지는 활을 쏘고 과거를 보았던 곳이다. 이곳은 백성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다. 주변의 숲이 울창하여 많은 새의 보금자리가 되고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볼 수 있다. 멋진 고목들 사이에서 역사 공부를 하기도 하고, 산책, 탐방, 학습의 장으로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은 궁궐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장중미와 친근미를 함께 보인다.
종로 익선동에서 온 김현주 씨는 궁궐에서 특별한 아침을 맞으며 국악 소리를 들으니 마음의 평화와 옛 선인들의 숨결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왕과 백성과 신하가 함께 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며 근대문화 유산으로 길이 보존하여야 할 후손의 의무와 책임을 느끼며 취재를 마친다.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