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이야, 사람이야? 이색 거리공연

시민기자 조희상

발행일 2010.10.05. 00:00

수정일 2010.10.05. 00:00

조회 4,773


'하이서울페스티벌 2010'이 지난 10월 2일부터 오는 10월 10일까지 한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시내 한복판에서도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다채로운 공연예술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맞고 있는 이 때에 10월 3일 광화문광장을 들러 보았다.

광화문 거리는 공연에 대비해 광장(廣場)을 준비하고, 교통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를 정비하느라 한창이다. 12시부터 시작된다는 '색깔 있는 사람들'의 장면을 보기 위하여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위를 살피는 눈치였다. 제목처럼 색깔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나타날 것인지 혹은 무언가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것인지 아니면 보행자들 사이에서 왕래할 것인지 어떤 공연일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닌 말로 광장은 '벽 없는 극장'이라고 칭해도 좋을 듯하다. 갑자기 서울의 거리가 흥을 돋우고 살맛이 나는 활력으로 넘치는 것 같았다. 기존과는 달리 색다른 매력을 예고하는 이번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주제가 '몸짓, 소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통의 몸짓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다리를 놓을 듯하다.


'색깔있는 사람들'을 기다리던 중에 시간이 남아 청계광장을 돌아보았다. 청계광장에서는 한일축제한마당을 공연하기 위한 예행연습이 한창이었다. 사랑의 열매 공동 모금회가 주최한 '1m 1원'의 전달을 목표로 '천사데이 기념 2010 천사 걷기 대회'를 마친 주자(走者)들이 비빔밥으로 점심을 들고 있었다. 청계폭포에서 광교에 이르는 청계천변에서 펼쳐지는 '오색 찬란' 제목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었다.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되는 '오색 찬란'은 작가 12명, 홍익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지도교수 및 관련학과 학생 50여 명이 제작한 작품이다. 색체의 화려한 향연을 의미하듯이 색체가 돋보이는 가운데 도시 속 쉼터로서의 축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는 현장 직원의 설명이다.

청계천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치미술 '오색찬란'은 참여 작가들의 작품 주제에 환경과 시간, 대중의 참여를 더하여 놀이, 감동, 교양이 이루어져 있는 새로운 예술 체험 마당이다. 여기에는 상상력, 감동과 여운, 환경 참여와 놀이, 세대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오색찬란' 전시 현장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프랑스인 버나드 로버트(56세) 씨를 만나 현장 소감을 물어보았다. 그는 프랑스 파리가 예술의 도시로 세계에 알려졌지만 이번에 '하이서울 페스티벌 2010'을 보니 한국의 서울도 예술의 도시라고 하였다. 다만 서울을 여행하면서 자기가 느끼기에는 버스와 택시를 탈 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청계광장의 관람객 중에는 미국인, 프랑스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중국인 등 외국인이 어림잡아 10%는 되어 보였다. 그 중에는 일본인이 가장 많은 것 같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드디어 12시. 먼저 흰색의 '색깔 있는 사람들'이 청계광장에 나타났다. 군중이 술렁였다. 흰색의 움직이는 마네킹 같다. 아무런 음성이 없는 인간이다. 서로들 함께 사진을 기념촬영을 하려고 한다. 그들은 촬영에는 순순히 응해주며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소리 없는 사람이다.

이어서 초록색, 파란색, 주황색, 빨간색의 '색깔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볼거리임이 틀림없다. 역시 소리 없는 마네킹 같은 사람이다. 색깔있는 사람들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이 직접 색깔 있는 사람이 되어 배우들과 함께 도심을 배회한다고 한다. 인파 사이를 거닐다가 잠시 머물기도 하는 그들은 대중 속에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나이 든 사람들은 호기심이 있어도 선뜻 공연장으로 발걸음 하기가 어렵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수준 높은 국내외 공연들을 광장으로 끌고 나와 남녀노소 시민들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몸짓으로 전달하니 언어도 필요 없다. 10월 10일까지, 카메라를 들고 벽 없는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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