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를 아십니까?

시민기자 주명희

발행일 2010.09.27. 00:00

수정일 2010.09.27. 00:00

조회 3,761


한국체육대학 쪽에서 올림픽공원에 진입하면 널찍한 만남의 광장이 있다. 그 아래편 하천 쪽에는 긴 담을 따라 주차장이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주차장 벽면을 난데없이 나타난 정체불명의 벽화들이 점령하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금세 살아 움직일 듯한 생동감. 하지만 뭔지 모를 난해함과 절규처럼 거친 터치와 표현들. 우리에게는 아직 용어조차도 생소하지만 팝 아트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는 그래피티(Graffiti)다. 그래피티는 원래 벽이나 지하철 역사, 차량 등에 낙서처럼 휘갈겨 쓴 글자나 드로잉 식의 그림을 말하는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동굴의 벽화를 최초의 그래피티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새로운 예술 장르인 그래피티가 만남의 광장 주차장 벽을 장식하게 된 것은 지난 7월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세계비보이대회 때문이다. 그 부대행사로 그래피티 축제가 열렸고 주차장 벽면을 채운 작품들은 그 때 제작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피티 축제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 홍콩 등의 외국작가와 국내 유명작가들이 참가하여 올림픽, 평화, 존경, 비보이 등을 주제로 230여 미터에 이르는 주차장 벽면을 수준 높은 작품들로 가득 메워 놓았다. 

원래 ‘벽’이란 단어의 이미지는 단절과 분리를 의미한다. 현대에는 무수히 많은 벽들이 존재하고 있다. 영역의 한계를 규정짓는 담장이 있는가 하면 빈부나 신분의 차이 등 무형의 벽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격차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격차나 차별에 순응하지 않고 평등과 자유, 평화를 말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바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세상을 향해 이제는 저 보이지 않는 벽들을 허물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단절과 분리를 의미하는 유형의 벽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소통의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스프레이를 들고 거리로 나가 벽에다 자신의 의견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현방식은 다양하다. 직설적인 문자는 물론 암호나 기호 같은 모호한 표시나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그림들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의미없는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그들의 열정과 갈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피티 아트에서는 선이나 점 하나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서로를 지탱하는 유기적 의미를 지니며 창작자가 전하려는 이야기의 퍼즐조각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그래피티는 주로 스프레이를 이용한 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스프레이라는 것이 묘한 매력이 있어 분사되는 속도나 강약, 각도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키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피티는 형태상 문자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다 더 강렬하고 복합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같이 특유의 캐릭터나 여러 가지 배경, 그리고 난해한 기호나 도형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초기의 모호함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낙태반대’ ‘반전’ ‘반핵’ 등이 그것이다. 통일이 되기 전 독일 사람들은 베를린 장벽을 소련의 압박에 저항하고 통일을 주장하는 수많은 그래피티 작품들로 채웠었다고 한다. 그래피티에 대한 학술적연구에 따르면 그래피티를 일종의 전위예술로 처음 인정한 것은 1961년 스칸디나비아 비교문화연구소라고 한다.

이제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자리 잡은 그래피티는 예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을 많은 대중이 볼 수 있는 벽면에 드러내 놓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 생각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장르인 그래피티! 올림픽공원 만남의 광장에 가면 새로운 예술을 접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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