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발견! 한국화 판타지
발행일 2010.09.16. 00:00
'한국화전'이라고만 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한국화에 판타지나 감각적 재해석이 첨가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비오는 날, 미술관을 찾았다.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 재탄생한 미술관 앞마당은 벌써부터 가을이 깊어 보였다.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불과 100m도 안 되고, 정문이 바로 인도에 닿아 있어 마치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처럼 가깝고 인심 좋게 느껴졌지만, 웬일인지 미술관은 고즈넉하고 쓸쓸해 보였다.
고풍스런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다른 현대화된 미술관에서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기운이 감돌았다. 가볍게 들어섰지만 1층 전시실부터 벌써 심상치 않은 작품들이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연도 미상의 김은호, 박노수 화백의 작품들, 김기창, 송수남 화백의 작품들도……. 1, 2층의 11개 전시장에 전시된 한 작품 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마치 몇 백 년 유서 깊은 고택에 들어와 집 전체를 둘러보며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근대작가부터 원로, 중견,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를 아우르며, 한국화단에 한 획을 그은 대가부터 현재 한국화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새내기 작가까지 총 42인의 44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건물구조의 장소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산수화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들을 1층에,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 주변의 일상사를 재해석하여 표현한 작품들을 2층에 분리하여 전시하였다.
섹션1은 전통 산수도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통 수묵산수화를 시작으로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불리는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그들의 사사를 받아 좀 더 추상적이고 집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견작가들의 작품, 또 실험정신으로 가득 찬 젊은 작가들의 용기 있는 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들까지 산수화의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섹션2는 지, 필, 묵이라는 한국적 매체를 통해 현대인의 다양한 일상사를 보여준다. 현대인, 특히 도시인의 삶은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그 자체가 영감을 주어 꾸준히 수많은 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고뇌에 찬 인물의 모습부터 인간을 매개로 하여 추상적인 정신성을 구현한 작품, 무심한 현대인의 표정을 재미있게 또는 아무렇지도 않은 건조한 시선으로 좇는 작품 등 다양한 작가의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이남의 '겸재정선-단발령망 금강', 한기창의 '일필사의도'와 같은 영상작품들이 있어서 '판타지 전'의 기분을 살려줬다. 그밖에도 섹션2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한지에 수묵담채가 아닌, 혼합재료를 써서 다양한 색감으로 서양화나 판화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있어서 마치 제각기 개성 있게 꾸며놓은 방에 들어선 것처럼 즐겁고 지루하지 않았다.
이번 추석에 가족과 친척이 모이면, 특히 어르신들 모시고 도심 한복판 지하철역에서 불과 1~2분이면 들러볼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의 '한국화 판타지展'에서 아주 귀하고 특별한 미술 감상의 기회를 갖기 바란다. 전시장에 마지막 작품으로 전시된 정유미의 '김치~'라는 작품처럼, 마당에 전시된 조형물 앞에서 가족사진이나 기념사진을 찍으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