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 조광조, 이황, 이이 선생을 숭모하십니까?

시민기자 최생금

발행일 2010.09.15. 00:00

수정일 2010.09.15. 00:00

조회 2,817

서울에 있는 600년 역사의 양천향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시대 한양에는 성균관과 사부학당(四部學堂)이 있고, 지방에는 향교와 서원이 있었다. 양천향교는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양천군에 있던 향교다. 읍치(邑治)가 있는 군내면(郡內面) 향교동(鄕校洞)에 있었던 것인데, 1914년에 일제가 행정구역을 식민체제로 바꿀 때 양천군을 김포군의 양동(陽東), 양서(陽西) 2개면으로 격하시켜 경기도 김포군 양동면 가양리로 되었던 것이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다가, 1963년에 서울특별시로 편입되자 서울시의 유일한 향교가 되었다.

■ 양천향교, 추기석전 봉행

양천향교는 지난 9월 14일 오전 11시 대성전에서 추기석전을 봉행했다. 성현들을 위한 석전제를 올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하늘도 맑고 화창했고 모든 행사는 경건하게 치뤄졌다. 석전 봉행은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분헌례, 헌다례, 음복례, 철변두, 망료례 순서로 진행되었다. 초헌관(初獻官)으로는 노현송 강서구청장, 아헌관(亞獻官)으로는 조한홍 양천향교 전교, 종헌관(終獻官)으로는 김용성 서울시의회 의원 등이 맡아 제를 올렸다.

석전(釋奠)은 문묘에서 유교의 창시자인 공부자(孔夫子)께 제사 지내는 의식을 일컫는다. 즉 만세종사(萬世宗師)이신 공부자께서 남기신 인의도덕의 이상을 근본삼아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효제충신의 실천과 수제치평의 도리를 천명함에 있어 배사모성의 예로서 생폐예제를 헌설하고 공부자께서 자리에 앉아 계신 듯이 엄숙하고 경건하게 전례를 봉행하는 것을 석전이라고 한다. 석전은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주관하던 중사(中祀)의 하나였다.

 

 

석전은 생폐(牲幣)와 합악(合樂)과 헌수(獻酬)가 있는 성대한 제전(祭奠)이다. 선성과 선현들의 학문과 인격, 덕행과 사상을 단순한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숭모하고 존중히 여기며 스승을 높이고 진리를 소중히 여기는 기풍을 체득하기 위하여 봄학기, 가을학기의 개강에 때맞추어 문묘에서 거행하는 성균관과 향교의 전통의식이다. 양천향교에서는 춘기(春期: 음력 2월 上丁日)와 추기(秋期: 음력 8월 上丁日) 등 일년에 두 차례 석전을 봉행하고 있다. 본디 지방수령이 초헌관으로 봉행하는 전통이 있기에 현재 양천향교에서는 강서구청장이 초헌관으로서 석전제를 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석전에는 오늘날 중국에서도 단절된 고래(古來)의 악기와 제기를 보유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고전음악인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과 고무(古舞)인 팔일무,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제복과 고전적 의식절차 등이 장중하고 화려하여 예술적 가치가 크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문화재적 가치도 커서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있다.

■ 양천향교 역사

양천향교는 조선 태종11년(서기 1411년)에 유학(儒學)을 토대로 창건된 교육기관으로 석전을 봉행하는 문묘기능과 유학을 연구·강론하는 교육기능을 다하였다. 그러나 1894년 과거제도가 폐지되고 일제식민통치가 시작되면서 교육기능을 완전히 잃고 문묘기능만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양천향교에는 교육장소로 사용된 명륜당과 학생들이 머물렀던 동재와 서재가 있다. 또한 대성전은 큰선생님이신 성인(聖人) 공자(孔子)를 위시하여 안자(顔子), 증자(曾子), 자사(子思), 맹자(孟子)의 오성위(五聖位), 송나라 선현(先賢)이신 주돈이(周敦頤), 정호(程顥), 정이(程頤), 주희(朱熹)와 사현(四賢), 그리고 우리나라 선현(先賢)이신 신라의 2현 설총(薛聰), 최치원(崔致遠), 고려 2현 안유(安裕), 정몽주(鄭夢周), 그리고 조선 14현 김굉필(金宏弼), 정여창(鄭汝昌), 조광조(趙光祖), 이언적(李彦迪), 이황(李滉), 김인후(金麟厚), 이이(李珥), 성혼(成渾), 김장생(金長生), 조헌(趙憲), 김집(金集),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박세채(朴世采) 등 18현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기 때문에 문묘라고도 한다. 양천향교는 1990년 6월 18일자로 서울시문화재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었고, 양천향교에 보관되어 있던 양천현 홀기가 2009년 3월 5일 서울시문화재자료 제44호로 지정되었다.

 

양천현은 영조께서 겸재 정선을 현령으로 보내어 진경산수화를 그리게 했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양천향교 명륜당과 유예당문화마당(2007년 준공)에서는 방학기간에 학생들을 위한 전통문화와 한문, 예절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이번 석전제는 전통의상을 입고 수고한 유생들과 유림들의 정성 덕에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행사를 서울시와 나라에서 적극 후원하여 홍보했다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할 수 있는 뜻 깊은 행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경험하거나 확인하고 싶다면 성현들의 얼이 남아있는 양천향교를 방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천향교는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문의: 양천향교 02) 2658-9988, 3663-5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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