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집과 피카디리극장 기억나세요?
발행일 2010.09.15. 00:00
종로는 서울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이다. 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중심부나 다름없는 곳에 위치한 종로는 그런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서울의 중심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600년 서울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
지난 달 13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종로 엘레지(Jongno Elegy)'는 서울 반세기를 정리하고 종합하는 첫 기획 전시라는 점에서 뜻깊은 특별전이다. 서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도 종로가 앞으로 이어질 서울 반세기 특별전의 첫번째 선택을 받은 것은 그만큼 서울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네 일상, 서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종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종로 엘레지는 종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스스로에게 바치는 특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이번 전시에는 종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비롯해 그 곳에서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사용하거나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 도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오늘날에도 종로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신각을 비롯해 현대 종로의 상징과도 같은 종로 타워, 종로의 명물로 자리 잡은 광장시장 등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공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은 사라지거나 재개발로 인해 서서히 옛 맛을 잃어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르네쌍스 다방, 종로 양복점, 피카디리극장과 스타 광장, 세운상가, 창신동 봉제공장, 피맛골 청일집 등 종로의 역사를 담은 공간들이 기획전시실에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그때의 정취를 이번 특별전에서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은 종로에 대한 오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머물렀던 것은 피맛골의 한 곳에 자리 잡아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청일집이 원형 그대로 복원돼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곳이었다. 일이 끝나고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이거나 주말에 모임을 위해 이 곳에서 왁자지껄 떠들던 서민들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이 곳이 이제는 '역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에 묘한 느낌을 갖기도 했다. 또 종로5가 약국거리, 종로2가 부근에 있다가 지금은 동대문시장 쪽으로 옮겨진 주단거리 등도 흥미로웠고, 피카디리극장 스타 광장에 새겨져 있던 핸드 프린팅 동판을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인상 깊었다. 창신동 봉제공장의 작은 공간에서 소박한 꿈을 꿀 것 같았던 여공들의 모습도, 오토바이에 엄청난 짐을 싣고 어디론가 가는 아저씨들의 모습도, 세운상가와 광장시장, 동대문종합시장의 난잡한 모습도 모두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각각의 장소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을 느끼고 보면서 향수를 느끼고 나아가 종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이번 '종로 엘레지' 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어떻게 보면 종로는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들이 양산되면서 다소 혼잡하고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종로라는 공간 자체가 서울 생활, 문화의 중심지이자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서 다양함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보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다양함이 오랫동안 이어져 이제는 누구나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된 종로가 특별전 형태로 재조명받는 것은 종로의 가치를 드높이고 새로운 종로를 추구하는 마당에 꼭 필요한 전시회라고 본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종로 엘레지' 전을 통해 우리의 일상, 그리고 공간이 주는 멋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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