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한옥마을 정취에 빠지다

admin

발행일 2010.02.08. 00:00

수정일 2010.02.08. 00:00

조회 2,820



시민기자 서형숙




지인과의 만남이 있어 참으로 오랜만에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았다. 10여 년 전, 처음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기 전에는 예전 남산골 샌님의 상징인 초가집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직접 가서 바라본 남산골에선 오밀조밀한 작은 초가집들의 배치는 볼 수 없었고,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과 같은 분위기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옛 정취를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엿보였던 기억이 난다. 물을 흐르게 한 골짜기에 정자를 지어놓고 서울의 8대가로 불리던 사대부의 전통한옥 다섯채(순정효 황후 윤씨친가,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오위장 김춘영 가옥, 도편수 이승업 가옥)를 옮겨 놓아 고풍스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쭉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는 것은 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고 있다.

새 봄이 시작되는 겨울의 끝자락에 다시 찾은 남산골 한옥마을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참 반가운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동심원 하나 없는 고요한 연못이 나타나고 연못가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시민들이 나눠준 먹이를 부리로 쪼아먹는 모습이 참 평온해보였다.

연못에서 남쪽으로 잠시 고개를 올려보면 서울의 상징인 남산과 남산타워의 모습도 보인다. 예전에는 남산을 목멱산이라고 불렀는데, 도성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남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남산은 자연의 경치가 아름다워 우리 조상들이 골짜기마다 정자를 짓고 자연의 순리에 시·화로 화답하는 풍류생활을 하던 곳으로, 각종 놀이와 여가생활을 위해 찾는 선남선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남산골 전통정원에는 훼손되었던 지형을 원형대로 복원해 남산의 자연식생인 전통 수종을 심고, 계곡을 만들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 또한 정자와 연못 등을 복원해 전통양식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정원의 북동쪽 7,934㎡ 대지에는 산재해 있던 서울시 민속자료 한옥 5채를 이전해 복원하고, 이 한옥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분에 걸맞는 가구 등을 배치해 선조들의 삶을 재조명 했다. 정원의 서쪽에는 물이 예스럽게 계곡을 흐르도록 만들었고, 주변에는 고풍의 정자를 지어 선조들이 유유자적했던 남산 기슭의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전통정원 남쪽에는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이 지하 15m 지점에 매설돼 있다. 1994년 11월 29일에 묻힌 보신각종 모형의 타임캡슐 안에는 서울의 도시모습, 시민생활과 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이 수장돼 있는데, 매장한지 400년이 되는 2394년 11월 29일에 후손들에게 공개될 거라고 한다.

남산골 한옥마을의 집안으로 들어서보니 넓은 마당에서 투호놀이에 푹 빠져있는 일본인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산골에서만큼은 그들도 더 이상 이방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돌절구통과 맷돌이 나란히 놓여있는 한옥집안 정경은 어린 시절 우리네 시골살림을 떠오르게 했고, 단정하게 정리돼 있는 방 안을 보니 우리네 조상들의 욕심없는 청렴결백한 삶과 맑고 조용한 인품이 가슴 밑바닥까지 와 닿는 듯 했다. 또한 알록달록한 돌로 잘 쌓아올려진 담안을 까치발로 들여다보면 어여쁜 낭자가 자수를 놓고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지기도 했다.

남산골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아! 서울에 살면서도 한옥마을 오기는 처음이네"

그러자 그 분의 딸인 듯한 여학생의 대답이 들려왔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이나 63빌딩, 창덕궁 같은 유명한 서울의 가볼 만한 곳을 가보지 못한 분들이 많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여러 궁궐이나 공원 등 가볼만한 곳이 참 많이 있지만, 나 역시 서울에서 살아온 20년 동안 그 값진 보석들을 가까이 두고도 가보지 못했다. 행복을 집 안에 놔두고 행복을 찾아 멀리 멀리 헤메고 다녔던 동화 '파랑새' 속 미찌르와 찌르찌르처럼, 우리도 이렇게 좋은 공간들을 가까이 놔두고 멀리 구경가는 것만이 제대로 된 여가문화생활을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가 싶다.

설 명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또는 부부나 연인과 함께 이곳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아 흥겨운 민속놀이도 즐기고 오붓하게 산책도 해 보는 건 어떨까!

* 문의 : 남산골한옥마을 관리사무소 02) 2266-6923
* 교통편 :
- 지하철 : 3, 4호선 충무로역 하차, 3번출구
(동국대 충무로 영상센터와 매일경제신문사 사잇길로 150m)
- 버스 : 퇴계로3가 극동빌딩 하차
(녹색 0013, 0211 / 파랑 104, 105, 263, 371, 400, 604)

*홈페이지 : http://hanokmaeul.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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