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억새와 연보라 갈대의 향연

admin

발행일 2009.10.28. 00:00

수정일 2009.10.28. 00:00

조회 2,845



시민기자 이은자




구로구 신도림동에는 산은커녕 작은 언덕 하나도 없어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사를 잘못 왔다고 후회하거나, 인근 다른 동네의 산이나 공원을 찾기도 했었다. 안양천이 가까이 있어서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자면 하천이 너무 더러워서 악취가 심하고, 여름에는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이 많아 일찍 되돌아서야 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부터 안양천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동네사람들은 물론이고, 꽤 떨어진 다른 지역민들까지 즐겨 찾는 운동과 휴식, 산책의 명소로 바뀌었다. 콘크리트 문명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을 되살려놓은 기분좋은 변화에 쾌재를 부르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척교, 오금교, 신정교, 오금교, 목동교, 양평교 아래의 안양천 둔치에는 길이 5.4km, 폭 4m의 자전거도로를 비롯하여 축구장, 야구장, 다목적운동장, 농구장, 국궁장, 양궁장, 게이트볼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체력단련장(3개소, 체력단련기구 35종)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축구장과 다목적운동장, 야구장은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시설은 예약 없이 자율적으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도림천 역에서 내려 역사 벽면에 걸린 시 한 편이 눈에 띄어 잠시 들여다보다 빠른 걸음으로 안양천으로 내려간 기자는 우선 많은 시민들이 다양하게 즐기는 다목적 놀이공간, 그리고 놀이문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천에 널린 야생화와 잘 정돈된 화단들, 하얀 억새와 연보라 물결의 갈대, 안양천변에서 유유자적 노니는 고니 같은 새들, 그리고 갈대 숲 사이 작은 길을 통째로 차지하며 무리지어 짹짹거리는 수많은 참새떼들. 마치 친구나 짝을 부르는 듯 일정한 간격으로 맑은 소리를 내는 작은 새 한 마리는 기자의 카메라를 의식한 듯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더니만 결국 아주 멀리 날아가 버려 미안했다.

안양천에서 만난 주민 안종표(61), 이경순(57) 부부는 안양천이 잘 조성돼, 저녁식사 후에는 거의 산책을 나오는데 이 안양천 걷기가 건강을 되찾아 주었다며, 친구를 셋이나 이사 오게 했다고 한다. 박재홍(30), 박재완(27) 형제도 이사오자마자 한강까지 달려보기 위해 자전거도 사고 인라인 스케이트 장비도 준비했다고 한다.

민들레, 제비꽃, 개나리, 원추리, 그리고 벚꽃이 피었던 지난 봄에 안양천을 걸었던 기자는 봄과는 사뭇 다른 안양천의 매력에 푹 젖어, 마치 보물이나 찾아내려는 것처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초승달을 다 담았다.

아직도 하얀 억새와 연보라의 갈대가 잘 구분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금년 가을이 가기 전에 안양천으로 달려가 보시길 추천한다. 정말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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