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천호동 십자성마을 사람들...

서울사랑 한해아

발행일 2013.07.25. 00:00

수정일 2013.07.25. 00:00

조회 2,737

에너지 절약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생산까지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는 동네가 있다. 동작구 성대골마을과 함께 에너지 자립 마을로 주목받고 있는 강동구 천호동 십자성마을은 베트남전 참전 전상 용사들로 이루어진 유공자 마을. 지난해 8월 서울시 에너지 자립 마을로 선정된 후 누구나 벤치마킹하고 싶은 도심형 에너지 자립 마을로 발돋움하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톡톡]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에서 나와 십자성마을을 찾아가는 길, 동네 입구에 자리한 대형 마트 옆에 한 줄로 늘어선 풍력발전기 가로등이 보인다. 풍력발전과 미니 태양광으로 만든 에너지로 가로등을 켠다. 민간 기업에서 설치한 것이지만, 동네 초입부터 이곳이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1974년 101명의 베트남전 참전 전상 용사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터전을 일군 십자성마을은 40여 년간 모여 살아온 역사 깊은 동네로 현재 46가구가 남아 있다. 환갑과 칠순을 훌쩍 넘긴 유공자 어르신과 미망인 가족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에너지 자립 마을로 우뚝 서기 위해 안 쓰는 전기 제품의 전기 코드를 뽑고, 멀티탭 사용을 생활화하는 등 모두 에너지 절약왕에 도전하고 있는 것.

어르신들이 모여 운동도 하고 바둑도 두던 마을회관은 근사한 에너지 절전소와 환경 교육장으로 변모했다. 베트남전에 나갔다 한쪽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입은 십자성마을의 노성남 할아버지는 에너지 자립 마을 홍보관으로 쓸 마을회관을 안내하며 말한다.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해 돈을 아끼자는 의미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손자, 손녀와 우리 후손이 살아갈 지구를 조금 더 건강하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라도 힘을 보태자는 의미에서 참여하게 됐지요."

마을회관은 에너지 절전소와 환경 교육 홍보관으로 변신

마침 이날은 인근 서울묘곡초등학교 에너지수호천사단 어린이들이 십자성마을을 견학 온 터. 눈빛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모아놓고 십자성마을의 역사와 에너지 자립 마을로 선정된 계기를 설명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열정이 넘친다.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바로 벽면을 가득 채운 에너지 자립 마을 절전소 현황판. 총 46가구의 지난해 전기 사용량과 올해 사용량을 비교해놓은 그래프가 눈길을 끈다. "자, 어린이 여러분~ 이렇게 그래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절약했다는 뜻이에요. 어떤 집은 사용량이 반이나 줄어들었지요? 단열 공사를 하거나 창틈으로 바람이 새나가지 않게 하면 집이 더 따뜻해지니까 이만큼 에너지를 더 많이 절약할 수 있는 거예요." 기후변화와 에너지, 원전 이야기까지 에너지 전문가 못지않은 설명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전기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린이들,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은 에너지를 많이 써요. 밥을 한 후 꺼냈다가 다시 데워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으니 밥솥의 보온 기능은 쓰지 않는 것이 좋아요. 부모님께 꼭 알려드리세요."

한쪽에서는 자전거 발전기에 올라탄 친구가 페달을 밟자 옆에 달린 전구에 불이 켜진다. 다른 에너지 체험관에서 많이 보던 발전기다. 아이들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집들을 표시한 마을 지도 앞에서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에너지수호천사단은 가정과 학교의 에너지 지킴이로, 서울 시내 52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만2천80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학부모 천사단 3천368명, 대학생 멘토단 277명도 천사단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이날 십자성마을을 찾은 6학년 효연이와 현지도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다. "에너지수호천사단은 에너지 관련 체험도 하고,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기도 해요. 학교의 빈 교실이나 화장실 불 끄기도 적극적으로 하고요."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해 돈을 아끼자는 의미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후손을 위해 우리라도 힘을 보태자는 의미에서 참여하게 됐지요."

25% 이상 에너지 자립도 목표로 어르신들 힘을 모아

아이들의 체험 활동이 끝나고 다시 십자성마을을 둘러봤다. 십자성마을은 25% 이상의 에너지 자립도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데, 에너지 절약과 태양광 시설 설치는 기본이다. 어르신들은 먼저 인식의 변화를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에너지 교육에도 참석하고, 에코 마일리지에도 가입하는 등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익히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시작했다. 멀티탭을 활용해 스위치만 꺼도 전기사용량이 내려갔다. 대부분의 집이 약 10%의 전기 에너지를 절약한 것이다.

50% 정도 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태양광 시설도 13가구나 신청했으며, 몇몇 집은 벌써 옥상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물론 어르신들 입장에서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하지만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뜻을 같이하는 집이 하나 둘 늘어났다. 또 옥상과 베란다 텃밭 가꾸기에도 열정을 불태운다(?)고. 이종윤 할아버지 댁 옥상 텃밭에는 가지와 방울토마토, 오이, 상추와 각종 쌈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막 익은 방울토마토를 하나 따서 베어 무니 달콤하기 이를 데 없다.

구민회관과 동 주민센터, 인근 중학교와 어린이집 등도 태양광이나 태양열 시설을 갖췄다.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에너지 자립 마을로 더없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십자성마을 어르신들은 유공자 가족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까지 모두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십자성마을이 성공한 에너지 자립 마을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에너지 자립 마을이 되려면?

에너지 자립 마을이란 주민이 주도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외부 에너지 수요를 최소화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마을이다. 서울시는 마을의 주거 형태와 특성에 맞게 단계별로 맞춤 지원을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또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단독주택 등이 단열, 창호, 보일러 교체 등을 할 경우 에너지 진단 컨설팅과 융자 지원을 한다. 태양광 시설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며, 마을이 지속적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한다.

에너지 자립 마을은 매년 2~3월경 공모해 선정하는데,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3인 이상 마을 주민 조직이면 참여할 수 있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www.seoulmaeul.org)를 통해 제안서를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방문과 서류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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