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급행열차 얌체 승객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손푸름

발행일 2013.05.09. 00:00

수정일 2013.05.09. 00:00

조회 6,170

[서울톡톡] 용산역 4번 승강장. 열차가 곧 도착하더니 모든 승객들이 하차한다. 전광판에는 용산까지만 운행하며 '당역종착'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지만 일부 승객들이 열차를 탑승하고 있다. 약 10분 후, 반대편 3번 승강장에 도착하는 열차에 방금 4번 홈에서 승차한 승객들이 그대로 열차에 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자리를 확보하려는 얌체 승객들

용산역은 호남, 전라, 장항선의 시 · 종착역의 기능을 담당하지만,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있어서는 급행열차의 시 · 종착을 담당한다. 급행열차는 일반열차와 비교했을 때 정차역을 줄임으로써 동인천행의 경우 약 15분, 천안행은 20분의 이동시간 단축 효과를 나타내어 이용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급행열차의 선로는 급행열차만의 선로가 아닌 화물열차와 새마을호, 무궁화호와 선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배차간격은 동인천행의 경우에는 15분, 천안행은 1~2시간에 1대가 온다. 따라서 급행열차 출발역인 용산역에서부터 이미 남는 자리가 없어진다.

원래 급행열차는 4번 홈에서 승객들을 하차시킨 후, 청소 및 점검을 위해 회차선으로 진입하여 3번 홈으로 다시 나와 운행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몇몇 승객들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발 승강장인 3번 홈 대신에 종착 승강장인 4번 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3번 홈에서 오래 기다려서 착석을 보장받지 못할 바에 어차피 3번 홈에 들어갈 열차를 4번 홈에서 미리 타고 있겠다는 계산. 소위 "얌체 승객들"이다.

이런 얌체 행동은 정당하게 기다려서 승차한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며 열차 운행 안전 및 효율성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동인천행 급행열차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동한(51세)씨는 "아무리 자리에 앉고 싶더라도 질서를 지켜서 타야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냐"라고 씁쓸해 했다.

편하게 가려다 자칫 열차에 갇힐 수도 있어

용산역의 선로 구조상 회차선에서 나올 때에는 급행출발 승강장 3번 홈을 거치게 된다. 얌체 승객들이 운이 좋아 회차하는 열차가 원하는 행선지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원하는 방향의 급행열차가 아닐 때이다. 만약 회차하는 열차가 다른 방향의 급행열차 또는 급행운행을 하지 않는 구로행 열차라면 결국 다시 출발 승강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얌체 승객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본전을 찾으려다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용산역의 급행열차 회차선은 용산선으로 이어지는데, 용산선은 화물 취급 및 기관차 회차 등 영업운행보다는 그 운행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급행열차 회차선에서 용산선으로 이어지는 교각은 매우 경사가 급해서, 급행열차의 승강장과 완행열차의 승강장끼리도 계단 5~6개의 높이 차이가 있을 정도이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이는 엄연한 승차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이다.

행선지 변경보다 더 심한 경우는 바로 회차를 안 하는 경우이다. 열차운행 중 시스템 오류나 고장이 발생하면 정기적인 점검을 위한 경우에는 용산역 3번 홈에 서지 않고 급행열차의 차량기지인 구로차량사무소로 바로 입고한다. 취재 당일에도 종착열차가 승객들을 하차시키자마자 불을 끈 채로 용산역을 통과하여 바로 차량기지로 향했다. 차량사무소는 역이 아니라 보안시설이기 때문이기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가 곤란해진다. 출고하는 열차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 출고열차가 없는 경우에는 차량기지에 갇히게 되거나 보안시설에 들어 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사를 받아야 나올 수 있다.

승객들의 질서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

코레일에서는 얌체 승객들을 막기 위해서 안내판을 세워두고 공익근무요원과 역무원들의 추가 배치하여 승객들의 하차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에티켓과 위험성의 자각이다. 종착해서 회차선으로 들어가는 열차는 위험하며, 위험한 상황이 없더라도 결국은 정직하게 기다려서 승차한 승객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이다. 아무리 자리에 앉고 싶더라도 출발 승강장에서 타야 하는 것이 정당한 행동이다. 바람직한 시민의식으로 얌체 승객이 없는 정직한 지하철문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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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급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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