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서울의 철도를 찾아서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한우진

발행일 2013.03.26. 00:00

수정일 2013.03.26. 00:00

조회 3,485

[서울톡톡]과거에는 도로교통이 좋지 못했고, 철도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도로가 늘어나고 자동차의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철도는 점점 도시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라서 서울 곳곳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지상 철도들이 깔려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 버린 곳들이 많다. 이렇듯 과거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잃어버린 서울의 철도'중 대표적인 것이 당인리선이다.

당인리라는 말을 듣는 서울시민들은 누구나 마포구 당인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화력발전소, 즉 '당인리발전소'를 떠올리게 된다. 예상하는 바와 같이 당인리선은 바로 당인리발전소로 연결되는 철도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용산~서강~당인리에 이르는 6.7km 구간의 철도가 개통되었다. 개통 당시의 이름은 '용산선'이었다. 당인리선은 간선철도인 경부선의 용산역에서 당인리까지 연결되는 철도로서 여객열차가 운행되면서 승객들을 수송하였으며, 193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당인리발전소로 석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하였다.

이후 당인리선 철도는 꾸준히 운행되어 왔으나, 도로교통의 발달로 승객수요가 줄어 1975년에는 여객열차가 영업을 중단했고, 1982년에는 당인리발전소의 연료가 무연탄에서 LNG(액화천연가스)로 교체되면서 화물열차의 운행마저 중단되고 말았다. 결국 당인리선은 도심 속의 방치된 철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동안 방치되어 있던 당인리선은 철길을 걷어내고 건물이나 주차장을 짓는 등 다른 용도로 차츰 사용되었고, 홍대앞 주변은 지난 2002년 서울시가 걷고 싶은 거리로 선정하면서 철길이 사라지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개발되었다. 현재 이곳은 젊음과 상업, 문화가 조화를 이룬 특성화 거리로 이름이 높으며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온다. 특히 공항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 개통되어 인천과 김포 두 공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곧장 올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관광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인리선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옛 철길 폐선 답사의 편리한 점은 시점이 철도와 연결되어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고, 철길 자체가 곡선과 높낮이가 적기 때문에 따라 걷기 편하다는 점이다. 특히 새주소 사업이 시행되며서 철길을 따라 걷기가 더욱 편리해졌다. 옛 당인리선 폐선 부지는 홍대앞의 '어울마당로'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총 길이도 약 1.6km에 불과해 체력적 부담도 없다.

비록 철길은 모두 사라졌지만 당인리선이 달리던 곳을 밟아보고 싶으면 이렇게 하면 된다. 우선 경의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작은 공원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답사의 출발점이다. 예전의 당인리선 철도는 현재 공덕 방면 경의선 전철로 운행 중인 옛 용산선 구간에서 갈라져나와 남쪽으로 내려가며 당인리발전소까지 향한 것이다.

어울마당로를 따라가면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의 면면을 볼 수 있다. 곳곳에 상징물과 소공원이 설치되어 있으며, 자동차의 과격한 운행을 방지하기 위한 회전교차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홍익로를 건너게 되면 약간의 언덕이 나타나면서 마치 철길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 같은 작은 건물들이 나타난다. 철길은 없어졌지만 철길 옆 오막살이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은 정겨운 모습이다.

이곳을 지나고 나면 당인리선 부지가 주로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지하철 6호선이 땅 밑으로 지나가는 독막로를 건너면 부지가 점점 넓어지고 철도부지 위에 세워진 여러 빌라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이 예전에 당인리역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서 역의 넓은 부지를 이용하여 선로를 걷어내고 주택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당인리선의 여객 수송은 여기서 끝이지만, 선로 자체는 더 이어져서 당인리발전소까지도 들어갔었다. 석탄 화차가 발전소 안까지 들어간 것이다. 현재 발전소는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므로 내부를 살펴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매년 4월 발전소내의 심어진 벚꽃이 만개하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발전소 내부를 개방하는 행사가 열리니, 이때 당인리 발전소를 방문하여 당인리선 철도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현재 어울마당로 주변은 상업화를 기조로 한 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당인리 발전소 자체도 발전소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복합 문화 공간을 건설하고 있는 등, 옛 당인리선 주변은 꾸준한 변화의 와중에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의 애환과 산업발전의 원동력을 실어 날랐던 서울시내 지선철도 당인리선의 추억이 그저 옛 사진 몇 장과 철길 한 가닥 볼 수 없는 폐선부지로만 남아버렸으니 아쉽기 그지없다.

실제로 인천의 주인선이나 광주의 경전선처럼 도심철도를 폐선하고 공원을 만들면서, 그 공원부지를 철길삼아 달렸던 철도의 추억과 상징물을 공원에 남겨 놓은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당인리선도 조금이나마 옛 철도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뜻 깊은 장소가 될 것 같다. 아울러 혹여 당인리 발전소 안에 아직도 당인리선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면 이를 잘 보호하고 유지해서, 향후 건설될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에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당인리선 자료참고: 다음카페 레일플러스 철도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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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당인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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