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대신 밥냄새 가득한 카페?
발행일 2014.04.21. 00:00
[서울톡톡] 강서구 방화2동 방신재래시장 건너 골목길에 있는 북카페 '좋은사람들'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동네 사람들이 아침 8시부터 모여들며 북새통을 이룬다. 밥과 국, 반찬 3가지가 들어가는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서다. 자그마치 140여 가구에 전달할 도시락인 만큼 재료 양도 엄청나다. 달걀 세 판, 수북한 쪽파와 시금치, 한 자루나 되는 양파들, 모두 하루치의 음식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것들을 다듬어 내는 주부들, 급기야 양파 껍질을 까면서 매웠던지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커피 향 대신 커다란 전기밥솥 3개에서 밥이 끓고 가스레인지 위에선 반찬이 조려지고 된장국이 끓어오르는 북카페, 이미 향긋한 차향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고 카페는 하루의 영업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북카페가 이리된 사연이 궁금했다.
도시락 만드는 일은 지난 2012년 4월 방신시장 한구석에서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말아주던 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주부 다섯 명이 시작했는데, 점점 줄을 서시는 어르신이 늘고, 봉사에 참여하는 이도 늘어나면서 비좁은 공간이 문제가 됐다. 이때 장소를 제공한 이가 북카페 '좋은사람들'의 이영훈(46) 대표다. 모임 이름도 북카페 이름과 같은 '좋은사람들'이 됐다.
주민센터와 복지시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수혜자에서 제외된 불우이웃을 꼼꼼히 찾는 것도 이들의 몫. 도시락이 절실히 필요한 대상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동 주민센터나 복지관 등에 수소문해 수급 혜택에서 제외된 틈새 계층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 많던 음식재료가 어느새 모두 다듬어졌다. 음식을 만들던 주부들은 모두 동네에서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주부들이다. 도시락 배달을 도울 아저씨들과 청소년들도 한 부대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 아빠와 엄마 자녀들로 이뤄진 가족구성원들이다.
방화동 일대 20여 가구에 전달하던 도시락이 지금은 12개동 140여 가구로 늘어났다. 양만도 어마어마해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할 때에는 재료손질팀, 조리팀, 포장배달팀으로 나눠한다. 영양가 있고 맛있는 도시락 메뉴를 개발은 주부 회원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이나 카레를 준비하거나 치아가 약한 어르신을 위한 죽을 만들기도 한다.
엄마가 요리를, 자녀와 아빠들이 포장과 배달을 마치니 북카페는 어느덧 동네 사랑방이 됐다. 각자 맡은 일을 끝내고도 돌아갈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바람에 어떤 때는 이 씨가 우스갯소리로 "이제 장사 좀 하자"며 내쫓기까지 할 지경이란다. '좋은사람들'에 동참하려면 북카페 좋은사람들(02-2666-0415)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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