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 떠오르게 하는 ‘땡땡땡’ 종소리

시민리포터 한우진

Visit2,834 Date2012.06.25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철도건널목이란 도로와 철도가 교차하는 곳을 말한다. 열차가 지나가기 전 ‘땡땡땡’ 하는 종소리가 나며 차단기가 내려오는 바로 그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건널목은 대부분 시골에 있으며, 도시는 주로 고가도로나 지하도로를 설치하여 철도와 도로가 직접 만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덜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이러한 향토적인 느낌의 철도건널목이 인구 천만 명의 대도시 서울에 아직도 남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서울역 북쪽 경의선 철도와 서소문로의 교차점인 서소문 건널목이다. 서소문 건널목은 서울역과 수색, 행신의 철도차량기지를 연결하다보니 열차 통행량이 매우 많다. 서소문 건널목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2010년 5월 4일자 「하이서울뉴스」에 자세히 소개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좀 더 한적한 다른 철도건널목을 찾아가보도록 하자.


시민 편의를 위해 남겨진 철도건널목


원래 서울에는 철도건널목이 더 많았지만, 차츰 줄어들어 현재는 몇 개밖에 남지 않은 상태이다. 철도건널목은 차량이나 보행자가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또한 열차의 운행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른바 ‘열리지 않는 건널목’도 늘어났다. 열리지 않는 건널목이란 왼쪽 방향 열차가 지나간 직후, 오른쪽 방향 열차가 들어오고, 금세 또 왼쪽 방향 열차가 들어오는 식으로 열차운행이 반복되다보니 사실상 차단기가 올라갈 여유가 없는 건널목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건널목은 계속 철거되어 왔으며, 고가도로나 지하차도로 대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건널목이 남아 있는 곳이 아직 있는데 이러한 곳은 열차의 운행량이 적거나, 건널목을 대체하는 지하차도 등이 생겼지만 보행자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 건널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철 1호선 외대앞에 있는 ‘휘경4 건널목’이다. 외대앞역의 이름은 1995년까지만 해도 지명을 따라 휘경역이었으며, 예전에 이곳에는 자동차도 지날 수 있는 철도건널목이 있었다. 그러나 열차 운행이 늘자 지하차도가 새로 생겼으며 역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보행자용 고가보도도 생겼다.


하지만 교통약자들에게 고가보도는 여전히 큰 부담이었고, 건널목 바로 앞에 위치한 역세권 보호의 필요성도 있어서 철도건널목은 보행자전용으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건널목도 바로 근처에 있다. 외대앞역에서 회기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휘경2 건널목’이 그것이다. 이곳은 저밀도 주택 밀집 지역으로서 공간이 협소하여 고가차도나 지하차도 등의 설치가 곤란하고, 건널목이 없다면 많은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지역 특성상 건널목이 유지되고 있다.



한강변 쪽으로 와도 철도건널목을 볼 수 있다. 중앙선 전철 서빙고역 동쪽에는 ‘서빙고 북부 건널목’이 있다. 이곳 역시 비슷한 위치에 지하차도가 있지만, 이 건널목을 이용하면 지하차도와는 달리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한강고수부지로 나갈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서빙고로 62길의 유일한 입구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철도건널목은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중앙선은 1호선과 달리 열차 운행횟수가 적기 때문에 철도건널목이 특히 많은 편인데 서빙고역을 사이에 두고 서빙고 북부 건널목의 반대쪽에는 ‘서빙고 남부 건널목’도 있다. 또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이촌역 서쪽에는 서빙고로에서 남쪽 아파트 단지로 들어갈 수 있는 ‘돈지방 건널목’이 있다. 이 같은 건널목들은 중앙선 철도와 강변북로 사이에 끼어서 일종의 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촌동, 서빙고동 지역의 연결 통로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백빈 건널목’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철교 북동쪽에는 경부선, 중앙선, 용산삼각선 철도로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지역이 있다. 북쪽에서 이 지역에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백빈 건널목이다. 현재 용산은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있다. 용산역은 대규모 민자역사로 탈바꿈했고, 용산역 동쪽에는 고층 빌딩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용산차량기지는 이미 이전을 하여 땅을 고르고 있고,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빈 건널목은 저밀도 주거지구 사이에서 예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도 이곳을 다니는 보행자와 자동차는 익숙한 모습으로 건널목을 건너고, 차단기가 내려오면 열차를 기다린다. 중앙선 전철에는 용산에서 용문을 가는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화물열차 운행도 잦은 편이다. 특히 이 건널목에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용산에서 춘천으로 가는 최신형 고속 좌석급행열차 ‘ITX-청춘’이 지나가는데 건널목에서 이 열차를 바라보는 느낌은 매우 새롭다.


‘땡땡땡’ 종소리는 메모리칩에 녹음된 것


철도건널목은 차량과 열차의 충돌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새로 짓는 철도에는 처음부터 건널목을 만들지 않으며 기존 철도건널목도 빠르게 없애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시정지 후 양쪽 확인’이라는 안전수칙만 준수한다면 철도건널목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철도건널목에는 자동 경보기와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안전원들이 24시간 근무를 하면서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도로를 막고 안전유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철도건널목의 장점은 동선(動線)이 지역밀착적이라는 것이다. 지하차도를 이용해서 긴 거리를 우회하여 이동해야 할 때 건널목은 최단거리 통로를 확보해준다. 또한 평면상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차량을 이용할 수 없는 교통약자들에게도 편리하다.


철도건널목하면 떠오르는 ‘땡땡땡’ 종소리는 예전에는 정말로 종을 쳤지만, 지금은 메모리칩에 녹음된 소리를 쓰고 있다. 첨단화된 것은 종 뿐만이 아니다. 경보등은 LED 조명을 쓰고 있고, 건널목 주변에는 레이저 감지기를 부착했다. 건널목에 들어온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으면, 감지기가 이를 감지하여 건널목 수백 미터 앞 선로변에 설치된 기관사용 경보기에 경보등을 켠다. 기관사는 건널목에 이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미리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렇듯 오늘도 서울의 철도건널목들은 안전을 추구하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지역 주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없어지는 그날까지 철도건널목들은 21세기 첨단도시 서울의 이색 교통시설물로서 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