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부모가 되는 방법

시민기자 이혜원

발행일 2013.11.05. 00:00

수정일 2013.11.05. 00:00

조회 2,483

[서울톡톡] "발표회 날 누가 올 건데? 엄마는 출장이라고 했나? 그럼 아빠가 올 거지?" 그렇게 막연하게 아이와 약속을 하고 발표회 전 날, 내일 늦을 거 같다는 아빠 말에, "그럼 그동안 내가 준비한 거 아무도 못 봐? 엄마도?" 아이의 즉각 반응에 난 또 고민한다. '내가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뭘까?' 다행히도 다른 일정이 미뤄져서 조퇴를 하고 달려간 학교. 가는 동안에도 수시로 문자가 날아왔다. '엄마, 도착 몇 시?', '어디까지 왔어요?', '이제 곧 시작하면 엄마, 나 못 볼 지도 모르는데', 아이가 이 정도로 집착을 하나 싶어 걱정도 되고, 안정감을 주지 못한 못난 엄마로서 자책도 되고, 그동안의 직장맘으로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혼자 눈물 흘리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그때 문득 생각난 한 분. 작년에 찾았던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윤영희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다. 작년 8월에 갔으니, 1년이 좀 넘은 시점의 재방문. 작년에 했던 도형심리검사를 다시 해서 그동안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고, 아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두 아이 모두 상담 이후 표정이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본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상담을 받는 아이들 모습, 상담 후 아이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상담은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발전이 있다고 하신 작년의 말씀이 생각났다. 이참에 다른 상담의 사례도 들어봤다.

중학생들의 이유 없는 방황? 이유를 부모가 모르는 거죠

Q. 선배들의 한숨 섞인 하소연을 들어보니, 착하던 아이의 대반란이 중학생 때 생긴다는 거예요. 정말 그런가요? 착실하던 아이의 돌변에 당황하는 선배들이 주변에 많아요.

A. 중학생이 되어 돌변한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것처럼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데, 억누르고 있다가 그게 표출되는 것뿐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화가 어려워지기 전, 꾸준한 소통을 통해 본인이 힘들 때 부모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엄마의 바램대로 서울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대학생이 입학과 동시에 학교를 안 가는 사례도 있어요. 이는 그 아이의 사춘기를 부모가 억누르고, 부모의 바램대로 서울대 진학까지 하고 나서야 본인의 꿈이 뭔가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예요.

공부에 집중을 못 한다? 이유는 따로 있다

Q. 집에 TV를 없애고 온통 책으로 채워놓는 가정들을 종종 보게 돼요. 그런 면학분위기 조성도 중요하죠? 우리집은 아빠가 협조를 안 해줘요. 아빠는 집에 오면서 잠들 때까지 TV 앞에 있어요. 정말 속상해요.

A. 물론, 그런 습관도 중요해요. 엄마, 아빠는 외부 활동이 잦은데,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한다면 그런 분위기를 강요한들 그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가족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더욱 좋겠죠. 조금씩 시간과 공간을 양보해 간다면 그 조화 속에 아이들도 안정이 되고, 집중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형제·자매간 차이를 인정하자

Q. 언니는 정리도 잘 하고, 알아서 준비물에 숙제까지 정말 잘하는데, 동생은 겨우겨우 해요. 숙제 다 해놓고 두고 가는 바람에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나머지 학습을 한 얘기를 들으면 정말 속상해요.

A. 엄마도 어릴 적 동생이랑 비교당하고 같이 묶여서 이해받는 거 싫었잖아요.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어릴 적 그런 기억 하나쯤 다 있지만, 어른이 되면서 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언니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특성을 조금 더 가지고 난 거고, 동생은 그런 능력 대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기도 해요. 언니는 사실을 표현하는 풍경화에 비한다면, 동생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상상화인 거죠. 규칙에 어긋나는 것에 엄격한 언니와 한 두 번의 실수는 있을 수 있는 허용적인 동생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가정이 안정될 수 없어요.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해야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어요.

심적 안정이 우선, 학업을 우선시하는 건 위험한 발상

Q. 매주 다양한 체험학습으로 열심인 가정이 있어요. 모두가 부지런하다며 그 집을 대단하다 여겼는데, 그 효과가 학교생활에 그대로 드러나지는 않던데...

A. 마음이 안정돼야 책도 보이고, 선생님 말씀도 들리고, 부모님의 사랑도 느낄 수 있어요. 단기에 학업 성적이 반짝 오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건 그 아이의 실력이 아닌 거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은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은 언제 올지 몰라요. 독서에 취미 없는 아이에게 전집을 사 주고 다 읽으라고 한다면 억지로라도 다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기억이 얼마나 갈까요? 아빠랑 축구공 가지고 뛰놀고 싶은 아이를 아빠랑 박물관 가서 유명한 전시를 본다 해도 그건 아이에게는 좋은 기억이 될 수 없어요. 아이가 아닌 걸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요. 그래야 억누른 감정이 곪아 터지는 상황이 오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업에도 반영이 되는 거죠. 신체활동과 심적활동을 골고루 병행해 가면 학업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져요.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내 진로탐색 및 아이들의 상상 활동을 돕는 상상팡팡 공간

학업을 강요하고, 집중을 못하는 이유를 같이 고민해 가는 가정이 늘어날수록, 청소년의 방황도 줄어들 것이고, 뉴스에 깜짝깜짝 놀라는 사건도 줄어들 것이다. 대면 상담이 어려울 경우, 사이버 상담도 가능하다. 마음이 무거운 부모들이 있다면, 열린 공간에서 소통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래본다.

■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위      치 : 5호선 명일역 1번 출구
 문      의 : 3425-5210
 홈페이지 : http://slc.gangdo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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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강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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