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가전제품·휴대폰이 만들어낸 기적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12.23. 00:00
집과 사무실에서 나오는 폐가전제품과 폐휴대폰을 제대로 버리는 방법이 따로 있다. 폐가전제품은 아파트의 경우 재활용하는 날 전용수거함에, 단독주택에서는 다른 재활용품과 함께 버리면 된다. 수수료도 낼 필요가 없다. 폐휴대폰은? 휴대폰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아파트 거주자는 아파트 경비실에 있는 수거함에, 그밖의 시민들은 동주민센터나 우체국과 교회 등의 종교시설에 비치되어 있는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서울에서 이렇게 모인 폐가전제품과 폐휴대폰은 성동구 송정동에 있는 서울시 재활용센터(이하 SR센터, Seoul Resource Center)로 간다. SR센터는 서울시와 자치구, 민간 비영리법인이 손을 잡고 2009년 12월에 설립한 사회적기업. 장애인·노숙자·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고용하기 시작해 현재 60여명의 식구를 보유한 탄탄한 작업장이 되었다. 이들이 지금까지 약 131만 대의 폐가전제품과 95만대의 폐휴대폰을 재활용했다.
재활용으로 만든 꿈과 희망을 나보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SR센터 가족
SR센터의 재활용 작업은 온전히 사람의 손이 닿아야만 하는 일이다. 폐휴대폰과 폐가전제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 구성원들만큼 자기의 일터에 충실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는 이들이 드물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이란 멀고도 먼 얘기 같았던 이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출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도 감사하는 장애인이 있고, 한때 노숙자로 불렸으나 저축왕으로 재기한 직원도 있고, 여기서 만난 인연과 미래를 약속한 사내 커플도 생겼다. 신영구 SR센터 분해반 반장은 실질적 자립을 이룩한 이에게 수여하는 ‘자활유공자’에 선정되어 광진구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경사에 경사가 겹친 SR센터의 2주년 생일잔치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아름다운 기부다. 재활용 작업으로 어렵게 벌어들인 수익금 중 인건비를 제외한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 지난 12월 23일 장학재단 등에 폐휴대폰 수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175,221,210원 전액을 기부했고, 그에 앞서 폐가전 재활용 수익금 7억 5천만원 전액도 기부했다. 꿈나래통장과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자 2,764명과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145명의 학생들이 자립과 재기를 꿈꾸게 됐다.
재활용률 1% 상승될 때마다 2명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 자원재활용과 기부를 동시에
SR센터는 자원 재활용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도 십분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 시민환경교실(에코스쿨)을 통해 관내 초‧중‧고등학교 학생 및 부녀회, 기업 등의 견학 및 체험코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미 이번 겨울방학 일정이 꽉 찬 상태. 해외에서도 방문이 줄을 이어 설립 후 약 3천여 명이 서울의 폐금속재활용사업과 취약계층 고용 및 사회환원 활동에 대한 사례를 배우기 위해 다녀갔다. 이 중 홍콩의 '지구의 벗'이라는 시민단체는 전자폐기물을 중국 등에 불법수출하지 않고 한국 내의 재활용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SR센터 사업에 대해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는가 하면, 도시광산 산업의 중심국으로 자리잡은 일본에서도 ‘SR센터의 민-관 협력구조와 장애인 및 노숙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 운영’에 대한 모범사례로 내년 5월 SR센터를 초청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서울의 소형폐가전제품 배출 추정량이 연간 1만톤 규모인 데 비해 현재 SR센터가 재활용하는 규모는 그 25% 수준인 2,500톤에 불과하기 때문. 버려지면 쓰레기이지만 SR센터에서 재활용을 거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금이 발생하고, 그 수익금은 다시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기부되면서 제2, 제3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재활용률이 1% 상승될 때마다 2명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하니 제대로 버리기만 해도 앉아서 일자리 창출을 돕는 셈이다.
최임광 기후변화기획관은 “새로운 기회에 감사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온기를 나누는 기부산타 SR센터의 모습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미담”이라며, “희망을 나누고 기부도 할 수 있는 폐가전․폐휴대폰 재활용에 시민들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맑은환경본부 자원순환과 02) 2115-7477, SR센터 02) 2244-5133, http://www.sr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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