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의 초록 정원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동현

발행일 2011.07.14. 00:00

수정일 2011.07.14. 00:00

조회 2,940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쓰는 물건 다 끄집어내 차곡차곡 쌓아둔 창고나 다름없던 옥상. 딱딱하고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에 긴 막대 두 개를 세우고 쌍줄 길게 이어 빨랫감 매달아 건조시키던 옥상. 그랬던 옥상이 근래들어 싱그러운 녹색 생명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곳곳 도심건물 옥상마다 꽃과 나무가 무성한 쉼터 공원으로, 상자텃밭을 이용해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옥상농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옛 구로공단이었던 구로구 소재 한 오피스텔(벽산디지털밸리1차) 옥상. 지난 2월 말 ‘서울시 옥상농원 시범사업자 선정’ 축하 현수막이 이 건물 입구 현관에 나붙었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다시 방문했는데 옥상농원의 방울토마토는 길게 줄이어 매달려 영글어 가고 검보랏빛 가지는 팔뚝만한 게 달려 반질반질 빛났다. 그물을 따라 기어오르는 호박과 오이 덩굴에는 노란꽃이 활짝 피었고, 오이는 제법 먹음직스럽게 자랐다. 장맛비와 바람에 쓰러질세라 튼튼한 지지대를 세우고 가지를 동여맨 고추는 성인 손가락 크기만한 것들이 대가 부러질 정도로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곳 옥상농원 운영회 겸 동호회 회장인 이창주 씨는 “평소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있어 연초 서울시 옥상농원 시범사업자 모집에 신청을 했다. 각 구에 1~2개소 선정을 했는데, 구로구에서는 7개 팀이 신청을 해 이곳이 선정이 됐다. 곧바로 옥상농원 사업 계획을 세우고 건물 내 동호회를 모집했다. 각 입주업체 50여 명이 신청했는데 열성멤버 22명을 선발했고, 5개 팀으로 나눠 반장을 두어 옥상농원을 가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옥상텃밭 전경(좌), 보기만해도 싱그러운 채소(우)

이씨는 농협대학 귀농귀촌반 1기생으로 흙사랑지렁이연구회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옥상농원 시범사업자에 선정되면 서울농업기술센터로부터 개소당 800만 원 상당을 지원받는다고 했다. 지원내용은 작물관리 지도 및 플랜터박스, 잡초가 발생하지 않는 고급용토, 비료, 모종 등으로 설치 당년에 지원을 받고, 이후부터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관수시설이나 농기구는 사업자 부담이다.

이곳 빌딩 내에서 근무하는 이만이 씨는 “옥상농원을 조성한 후 옥상에 자주 오게 된다. 작물 가꾸는 것이 자식 키우는 것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작물을 키워 열매나 채소를 채취해 직원들끼리 나눠 먹는 재미도 있지만 가꾸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 종일 사무실에서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머리가 지근지근한데 옥상에 올라오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진다. 더욱이 모든 재배작물은 무농약 무공해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라고 자랑했다.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안효연 씨는 이곳 건물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옥상농원을 들렀다면서 “남의 사무실에서 친구를 만나면 눈치 보이는 데 공원처럼 잘 꾸며진 옥상은 부담이 없어 좋다. 공기 맑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정말 상쾌하다.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와 고추를 보면서 직원들의 수고를 느낀다. 이런 아름다운 공간이 많이 알려져 주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여가를 즐겼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태체험 공간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름다운 화초한편 이곳 옥상에는 상자텃밭 외에도 뜰이 잘 꾸며져 공원화되어 있다.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이 활용하고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수고한 직원들을 기다리는 황토색 나무 벤치가 자리하고 있다. 하늘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야외 독서장으로서도 안성맞춤 장소다. 한켠에는 농구장까지 갖추어져 있는데, 타업체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팀을 이뤄 농구뿐만아니라 족구시합을 하며 서로 소통하고 화합을 다진다.

이곳 건물 관리실 이길호 소장은 “옥상농원이 부족한 점이 있지만 한꺼번에 무리하게 개조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개선해 나가겠다. 건물 내 1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는 데 이곳 직원들의 쉼과 소통공간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조성해 나갈 것이다. 옥상농원은 별도 입주업체 모임인 옥상정원운영동호회가 구성이 되어 자체적으로 활성화해 나가고 있다. 관리소는 옥상농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돕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라며 옥상농원과 공원관리 계획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한편 옥상농원 운영회장인 이창주 씨는 “옥상으로 올라와 이야기하면 사무실에서 풀리지 않던 것도 모든게 술술 해결된다. 앞으로 이런 옥상농원이 서울시에 더 많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확 트인 공간에 마련된 옥상농원이나 옥상공원은 여가공간뿐 아니라 기분전환과 소통공간으로 아주 적격이다”라며 옥상농원을 예찬했다.

그러면서 옥상농원 작물재배는 일회성으로 그침이 아니라 여름작물에 이어 오는 8월부터는 가을 작물인 무, 배추, 시금치, 갓, 쪽파 등을 다시 2차로 재배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옥상농원은 내년, 내후년으로 계속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야기 말미에 이씨는 “가끔 상자텃밭 관리를 하지 않는 분들이 정성들여 가꾸어 놓은 채소를 몰래 채취해 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래도 한건물에서 같이 생활하는데 어쩌겠나”라며 싱긋 웃었다.

옥상농원과 관련하여 서울시는 건물 옥상을 활용한 텃밭인 옥상농원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옥상농원시범사업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02-459-8992)가 채소 가꾸기를 희망하지만 공간과 시간이 부족한 시민을 위해 유휴공간인 버려진 건물 옥상을 활용해 텃밭을 조성해나가는 녹화사업의 일종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내 25개 다중이용시설(공공시설)에 보급됐고 올해 각 자치구에서 선정된 15개소를 더해 총 4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신청 건물은 건물 누수, 균열, 하중에 문제가 없으며, 면적 50∼100㎡의 식물재배가 가능한 옥상 공간이 있으면 된다. 

옥상농원은 시민 휴식처일뿐 아니라 자연체험학습 기회의 장으로 제공되고, 도심 녹지확보로 열섬현상을 줄여나가는 구실을 하고 있다. 도심에서 귀한 손님인 벌 등 생물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관상 아름다움을 더하고 대기 및 수질 정화작용에도 기여한다. 옥상은 좁은 공간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넓은 운동장만큼의 효과도 낼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 #상자텃밭 #옥상농원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