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삼성역에서 탈 수 있을까?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한우진

발행일 2011.02.11. 00:00

수정일 2011.02.11. 00:00

조회 4,526

지난 2004년 4월 첫 개통된 고속철도는 교통혁명이라고 불리며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로 출장이 가능해졌으며, KTX 정차 도시 사이의 연계성을 높여 국토를 압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통합과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고속철도의 혜택에서 소외된 곳이 있으니 바로 서울 강남 지역. 4대문 안으로 일컬어지는 강북 도심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강남은 수많은 기업들이 밀집해 있고,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많은 통근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당연히 전국을 아우르는 고속철도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속철도 역은 서울역과 용산역에만 있기 때문에, 강남에서 고속철도를 이용하기는 매우 불편하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 지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에 고속철도는 이미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갈 정도인 것이다.

이에 문제점을 느낀 교통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역으로만 가는 고속철도를, 코엑스가 있는 강남의 중심지 2호선 삼성역으로도 끌어오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서 지난 2월 9일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이 주최한 ‘KTX 수서-삼성 연장 및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발구상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주제의 화제성 때문인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는 수많은 학계 및 업계 종사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좌석이 부족해 서서 발표를 듣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 원장과 오영태 대한교통학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토론회는,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연구실의 이재훈 실장이 KTX 수서-삼성 연장의 필요성과 기본 구상을 밝히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일단 이 실장에 따르면 KTX 수서-삼성 연장이란 완전히 새로운 선로를 놓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에서 광명으로 가는 경부고속철도의 혼잡을 개선하기 위하여 기존 고속철도 평택에서 갈라져 동탄을 지나 수서로 가는 수도권고속철도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경기도에서는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지하 40m 공간에 직선 철도노선을 건설해 운영 시간을 일반 교통보다 2~3배 빠르게 하는 지하 철도) GTX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GTX A노선은 동탄에서 출발해 삼성역으로 가며 두 노선은 하나의 선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가 수서역에서 멈출 것 없이 기존 GTX노선에 진입, 삼성역까지 연장운행하면 간단하게 강남까지 고속철도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GTX 삼성역의 확장이 필요한데, 고속철도역이 수서역에서 삼성역으로 가까워져서 발생하는 편익을 계산해보면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GTX 및 고속철도 삼성역은 현재 2호선 삼성역 북쪽의 영동대로 지하에 남북 방향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이어진 시간에서는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의 구자훈 교수가 역세권 정비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에 따라 대중교통중심의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형태)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도시개발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서울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동남부 지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남부측을 지원할 수 있는 광역교통체제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G20이 열렸던 장소인 코엑스 주변에 KTX 삼성역을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동서방향의 복합개발, 선릉에서 탄천, 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녹지 및 수변공간 조성, 격자형 블록체계 재편 등을 제안했다.

세 번째로는 실질적으로 KTX 삼성역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 가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한국교통연구원의 오재학 본부장은 한국전력 이전부지에 복합환승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제시했다. 영동대로 지하에 KTX와 GTX 삼성역이 남북으로 지나가면, 북쪽의 봉은사로에는 9호선이, 남쪽의 테헤란로에는 2호선이 동서로 지나가게 된다. 여기에 지상에는 버스와 택시의 통합환승장을 건설하고, 삼성동 공항터미널을 이곳으로 이전,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도로, 철도, 항공을 아우르는 종합 환승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복합환승센터는 판매, 문화, 업무, 숙박 기능의 환승지원 기능을 갖도록 한다. 이러한 복합환승센터는 영동대로 지하공간과 한전 이전 부지에 세워지는 새 건물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한편 휴식을 마치고 이어진 종합토론 시간에서 토론 참가자들은, KTX 삼성역 연장이 시민들의 편의 개선과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대의 최막중 교수는 주요 교통시설을 한 지점으로 모은다는 점에서 본 구상을 높이 평가했고, 한국철도대학의 최연혜 총장도 철도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강남 한복판에 첨단 철도역을 건설하는 것은 철도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이광훈 박사는 단순히 삼성역에 철도역을 하나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삼성역을 포함하여 서울 도심의 광역공간구조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우선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고속철도 실무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노병국 처장은 동남부 고속철도역이 삼성역과 수서역으로 이원화됨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본 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강남구청의 이봉준 교통정책과장은 이미 삼성역 주변이 혼잡한 상황에서 KTX 삼성역 설치는 삼성역 주변의 혼잡을 가중시킬 염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X #삼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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