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빨간 자동차가 나타나면...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은자

발행일 2012.12.24. 00:00

수정일 2012.12.24. 00:00

조회 3,101

[서울톡톡] 새벽 5시 하루 400~500명의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모이는 서울시 최대 인력시장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이곳에 얼마 전부터 '희망식당 빨간밥차'가 등장했다.

서울시와 구로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지난 11월 21일, 희망온돌 사업 일환으로 '희망식당 빨간밥차' 공동 운영에 뜻을 함께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그 동안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2009년 6월부터 주2회(매주 수, 목) 운영하고 있는 밥차를, 이번 협약을 통해 '희망식당 빨간밥차'로 명명하고 주 5회 확대 운영하게 된 것이다.

현재 남구로역 주변 새벽 인력시장을 이용하는 일용직 근로자 수는 400~500여 명에 이르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용직 근로자 수는 일 평균 절반 수에 가까운 2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일자리가 없어서 생활고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른 새벽부터 이곳에서 대기하며 일자리를 구하느라 대부분 아침식사를 못하는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와 구로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이번 MOU 체결로 새벽 인력시장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여 결식 방지와 근로의욕 향상 효과뿐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분야별 14개 협의회와 245개 등록단체를 산하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교계 사회복지법인으로서 1976년 창립 이후 노인, 노숙인, 장애인, 입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해 왔다.

빨간밥차는 비씨카드사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및 단체에 기증하고 있는데, 지난 20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제1호차 운영을 시작하여 서울역과 을지로, 회현 지하상가 등지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겨울철 동사 예방운동과 함께 저녁식사를 제공했었다. 

1시간 동안 500인분 이상 식사조리가 가능한 특수차량

2009년 6월부터는 실업률 상승으로 새벽 인력시장 일용직 근로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구로구 남구로역 광장으로 빨간밥차를 이동하여 매주 2회 200명 정도에게 무료급식을 해왔다. 빨간밥차는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이동식 급식차량으로 1시간 동안 500인분 이상 식사조리가 가능한 취사장비와 냉방장비를 갖춘 특수차량이다. 현재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8개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단체에 11대의 빨간밥차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역 노숙자 야간급식 2회, 구로구 남구로역 새벽 근로자급식 2회 등 주 4회 운영을 해왔었는데, 2010년 8월까지 사업완료 이후로는 지원이 안 돼서 사실상 중단위기에 처해 9월부터 가톨릭사회복지회 모금과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으로 몇 개월을 버티기도 했었다. 2011년부터는 무료급식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3개 본당에서 배식봉사를 해왔던 것을 8개 본당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제단이 합의했고, 구로구청에서도 협조를 약속하여 원활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희망식당 빨간밥차' 공동 운영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아침을 굶고 일터에 나가는 이들이 많다

지난 12월 20일 새벽에는 서울시장이 이곳을 방문해 노동자들에게 무료 아침국밥을 배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5시부터 6시까지 배식봉사를 마친 서울시장은 이성 구로구청장, 김용태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정성환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등을 비롯해 현장의 근로자들과 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근로자는 겨울철 공공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건설현장 일자리가 동절기에는 없어서 생계가 막막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무료 커피봉사를 해왔다는 홍병순(60) 씨는 새벽 2시 30분부터 물을 끓여와서 커피봉사를 하는데 눈비가 내리는 날은 상가 계단으로 옮겨야 하는 실정이라며, 작은 쉼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진정한 어머니 모습이라며, 구청장과 잘 협의해서 동절기 일자리와 쉼터를 만드는 것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해서 한파의 천막 안이 잠시 훈훈해지기도 했다. 구로구청에서는 빨간밥차에 김치 1,200kg을, 희망마트에서는 목도리와 장갑을 근로자들에게 선물해 주어 따뜻한 아침이었다.

사랑의 나눔회는 매주 월~금요일에는 어르신들 점심 제공, 매주 화~수요일에는 서울역 근처의 쪽방촌에 도시락 1,000개 배달, 매주 수·목요일 새벽은 남구로역 일용근로자 급식 등 일주일에 총 1,750여 명에게 따뜻한 밥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박대성 원장은 "아직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굶고 사는 이웃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회는 마치 다 같이 잘살고 있는 것처럼 소비와 사치가 너무 심한 것 같다. 이곳 남구로역에 모인 서서울지역 일용직 근로자들은 아침을 굶고 일터에 나가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일감을 못 구해 낙담하고 있는 근로자를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이분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무료배식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간곡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관과 민, 종교단체까지 삼위일체가 돼 이뤄낸 결실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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