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타워에 청색 불이 켜지면

시민기자 박관식

발행일 2010.11.01. 00:00

수정일 2010.11.01. 00:00

조회 3,371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문학 시장’ 오세훈 시장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자 때마침 빛깔 고운 낙엽이 바바리코트 깃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지만 그 어떤 연출도 없었다. 남산 하늘에 반짝이는 목성, 곱게 물든 단풍을 아주 천천히 흩날리게 적당히 부는 가을바람, 깊게 들이마실수록 달콤한 맑은 공기가 모두 자연스러운 스태프였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무수한 별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28살에 일본에서 옥사한 민족 저항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하숙집이 있었던 종로구 누상동, 별을 헤아리며 연변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인왕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윤동주의 시에는 거의 하나같이 별이 등장한다. 「서시」에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라고 했다. 「참회록」에는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온다’며 유성(流星)의 별똥을 시어로 썼다. 윤동주 시인에게 별은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별은 무슨 의미일까.

새삼스럽게, 우연한 기회에 별을 헤는 자아를 발견하고 멈칫 놀란다. 찌든 삶에 지친 나머지, 서울이 마냥 오염된 공기만 있는 줄 알고 그간 별 보기를 포기했던 내 자신이 측은했던 게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서울 남산의 ‘10월의 마지막 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산소를 마음껏 토해내는 남산 숲속의 공기마저 솜사탕처럼 달짝지근했다. 왜 진작 몰랐을까. 앞으로 틈틈이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꿈같은 ‘별 헤는 밤 in Namsan’ 행사 인기

서울시는 10월 29일 저녁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가을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별 헤는 밤 in Namsan’ 행사를 열었다. 천체관측 차량 1대와 천체 망원경 22대가 동원된 이번 행사는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남산 팔각정 마당에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아마추어 천문학회 회원들의 설명과 함께 가을밤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과 직녀성 등을 관측했다.

서울시는 올해 미세먼지 농도가 46㎍/㎥(지난해 53㎍/㎥)로 1995년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아 시민들이 가을 밤하늘을 관측하며 즐길 수 있는 이번 행사를 열었다. 30㎍/㎥ 이하 일수도 지난해 46일에서 올해는 81일로 늘었다. ‘미세먼지’는 차량의 타이어 마모 및 매연으로 인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오염 물질이다. 몸속으로 들어가 기관지나 허파꽈리에 붙어 호흡을 방해하고 조직을 손상시켜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서울시는 일찍이 ‘먼지 없는 서울’을 표방하며 미세먼지 잡기에 앞장서 왔다. 남산에서 수락산 등 서울 외각에 있는 산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가시거리 20km 이상 일수도 지난해 76일에서 올해 103일로 증가했다.

천체 관측하는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마련한 TBS 교통방송의 ‘별 음악회’도 남산을 찾은 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해주었다. 코미디언 염경환과 전영미가 공동 진행한 음악회에는 무대 위의 별인 인기가수들이 다수 참여해 흥을 돋웠다.

솔개, 고니, 타조 등 새 시리즈의 가수로 유명한 이태원은 위와 뇌졸중 수술을 거쳤는데도 여전히 예전의 목소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속울음을 삼키면서 지친 몸을 창에 기대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워졌다고…’라는 「고니」의 가사가 낙엽과 함께 센티멘털하게 와 닿았다. 1995년 해바라기 멤버였던 송봉주가 리더인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많은 중년 여성들이 따라 불렀다. 20년만에 앨범을 낸 신곡 「진정한 사랑」을 선사한 김세화는 예전에 유익종과 불러 히트시킨 「작은 연인들」을 염경환과 함께 듀엣으로 잘 소화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즈음에 1부가 끝나면서 중간에 별을 관찰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른들의 노래에 관심이 덜한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는 젊은 엄마들은 아쉽지만 마지못해 끌려갔다.

남산 타워에 청색 불이 켜지면 대기질 좋아

다시 2부가 시작되면서 오세훈 시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서울의 공기가 맑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6㎍/㎥로 제주도 연평균 농도 43㎍/㎥에 육박합니다. 오늘 아침은 40㎍/㎥이고, 지금은 42㎍/㎥입니다. 이러니 별이 안 보일 리가 없지요. 천문연구원장님께 이런 행사를 매년 갖자고 약속했습니다. 저 타워에 청색 불이 켜진 날은 대기질이 좋다는 뜻입니다. 청색 조명이 계속 켜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습니다.” 오 시장은 매주 한두 번 이곳을 찾아 운동하는 남산 마니아다. 타워에 켜지는 조명 색깔에 대한 의미까지 알게 된 시민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한국천문학연구원의 설아침 연구원이 나와 주위의 조명을 끈 다음 밤하늘 별자리를 설명해주어 별 찾기 공부를 했다. 이름이 ‘서울의 아침’을 상징해 재미있다. 남산 타워 왼편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 견우와 직녀의 전설로 유명한 별도 처음으로 접했다.

드디어 ‘시월의 마지막 밤’이란 가사 때문에 10월이면 눈코뜰새없이 바쁜 가수 이용이 남산에서 이 노래는 처음이라며 「잊혀진 계절」을 부르자 아줌마 팬들이 무대로 나올 만큼 인기가 높았다. 마지막 가수로 여행스케치가 나와 「별이 진다네」를 불러 오늘의 주제에 맞는 노래로 가을밤 느낌을 제대로 전해 주었다. 콘서트에 참가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중장년층의 것이어서 그런지 음악회 중간에 일찌감치 별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운 이들이 많아졌다.

드디어 아마추어 천문학회 회원들의 친절한 천문관광 안내를 받으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별자리 설명, 하늘의 별 세기, 천체사진 전시, 천문우주 동영상, 친환경전기차 전시 등 다양했다. 특히 이동천문대 버스인 ‘스타카’는 6명씩 들어가 천체 망원경으로 목성과 알비레오를 관찰했는데 밖의 망원경보다 성능이 더 좋았다. 줄지어 기다린 탓인지 참가자들이 시간을 질질 끌지 않는 선진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또한 행성저울 체험도 필수 코스였다. 기자도 각 행성별로 체중을 재보았다. 지구는 65Kg인데 달 11Kg, 토성 65Kg, 화성 25Kg, 태양 1842Kg, 목성 173Kg로 나와 신기했다.

“서울 하늘이 맑아져 이제는 별 보는 일이 훨씬 좋아졌어요. 굳이 지방에 있는 천문대에 안 가고 낙성대 천문대에 가도 될 정도로….” 천문학회 회원인 계성여고 원지복 선생님을 따라 자원봉사자로 나온 정유진, 윤지혜, 최송이 여학생이 즐겁게 탐방객들을 맞으며 친절히 안내했다. 이들 2학년 여학생들은 장래 대학 학과 선택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우주 관련 학과에 지망할 수도 있다며 별에 흠뻑 빠진 꿈 많은 소녀들이었다.

아무튼 서울시민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서울의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해 운행경유차 21만대에 저공해조치를 하는 등 대기질 개선 역점사업을 진행해 온 서울시 행정에 협조하는 것이 곧 행복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남산 #별헤는밤 #윤동주시인 #스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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