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들려주는 장애 이야기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경근

발행일 2012.07.30. 00:00

수정일 2012.07.30. 00:00

조회 1,805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지난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장애아동들과 비장애아동들의 재잘거림이 이어지던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실내놀이터 '아이마루'는 일순간 소리가 멎는다. 불이 꺼짐과 동시에 켜지는 무대 조명에 실내는 조용해지고 아이들의 또렷한 눈망울이  우리두리인형극단의 무대로 몰린다.

15분 남짓한 인형극이 끝나면서 장내에는 또 다시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인형들을 조심스레 만져보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또래 아동들과 키득거리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담당선생님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그 무렵, 무대 뒤편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어린 관객들의 반응을 청취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다. 방금 공연을 마친 무대 뒤의 얼굴 없는 배우들로, 17~42세의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내 자식을 바로 알리겠다'는 소신과 목표가 있기에 공연 내내 무릎을 꿇고 있어 저려오는 다리의 통증도 가볍게 털어낼 수 있다. "인형극을 하는 단원들 모두가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소박하지만 목표가 같기 때문이에요. 내 자식의 장애를 바로 알려 장애에 대한 편견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지요." 우리두리인형극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유재숙 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바뀔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 단원들이 우리두리인형극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8년 3월. 한 '부모역량강화' 프로그램에서 상담가 양성교육을 접하면서이다. 더 성숙한 태도로 자녀들을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에 감동을 준 것이 인형 만들기였고, 그 인형을 통해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인형극의 시작이다.

장애를 이해하게 돕는 우리두리인형극단

우리두리인형극단에서 하고 있는 공연은 <내 친구 여진이>, <우리는 모두 대장>, <함께 가는 길>,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가지 일> 등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선생님, 친구, 이웃과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들이 주요 내용이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관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속에서도 자신감 있게 생활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비장애아동들에게 올바른 장애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폐성장애 아들을 둔 손창명(54) 씨는 인형극에 동참한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인형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장애아동들이 장애에 대해 생각하고, 장애아동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교육받는 통합보육 환경에서 그러한 사례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지요. 인형극을 통한 자연스러운 장애이해교육은 그 어떤 교육 방식보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어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아동통합지원팀 장보석 사회복지사는 "우리두리인형극단은 장애를 가장 잘 아는 '장애인 자녀의 어머니'들이 사회 속으로 들어가 '장애이해를 도모하는 주체자'로서 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8일 제24회 춘천인형극제에 올해로 3회째 출전하는 우리두리인형극단은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가지 일>이라는 작품을 들고 참여한다. 이번에는 장애영역 확장을 위한 준비단계로 수화를 접목하기 위해 매주 수화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와 차별화 된 것은 어머니 단원들이 직접 극본을 수정하고, 더빙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는 점이다.

"성우들이 하던 더빙에 참여하게 돼 어려움을 겪었지만 녹음 후에 들어보니 가슴이 뿌듯해지대요. 전문가에게 발성법 등을 제대로 익히고 했다면 더 잘됐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요." 며칠 전에 처음 더빙을 해봤다는 양현주(47) 씨는 "한번 경험했으니 앞으로는 그래도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형극을 통해 나를 찾았고 삶의 방향이 긍정의 세상으로 향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는 우리두리인형극단 단원들은 매년 약 30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소속된 1,200여 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인형극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2009년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엄마가 들려주는 장애이야기>(서울특별시 장애인식개선 지원사업)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우리두리인형극단은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주최하는 서울여성동아리 페스티벌 '여성이 만드는 세상'에서 1등을 수상하여 명실 공히 우수한 인형극단으로 인정받았다.

우리두리인형극단은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 8명(유재숙, 김경자, 송창명, 김윤명, 한부열, 이수진, 양현수, 유정임)으로 구성된 인형극단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지역 내 어린이집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인형극을 실시하고 있다. 인형극단의 공연관람을 희망한다면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아동통합지원팀(070-7113-5747)으로 문의 하면 된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인형극 #장애아 #우리두리인형극단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