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수입 90% 저축, 우리도 할 수 있을까?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Visit1,966 Date2012.01.02 00:00

열린여성센터와 서대문사랑방


상위 7명은 번 돈의 90% 저축하는 악착같은 의지 보여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전직은 다양하다. 잘 나가는 영어학원 강사였던 이도 있고, 조그마한 액세서리 공장을 운영하던 이도 있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으로 아무 걱정 없이 지냈던 중년 가장도 있다.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달콤한 미래를 꿈꾸던 한국과 필리핀의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IMF 이후 사업이 망했고, 직장을 잃었다. 주식에 빠졌고, 빚에 허덕였고, 술에 취했다. 가정은 지옥이 됐다. 한강 다리로 달려갔고, 옥상으로 올라갔고, 거리를 전전했다. 그러다가 노숙인 쉼터를 만났다. 이것이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서울시가 23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1,222명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번 돈 중 저축비율이 가장 높은 70명을 올해의 저축왕으로 선발했다. 올해 뽑힌 노숙인 저축왕들은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동안 한 사람당 평균 656만원을 벌어 그 중 절반이 넘는 375만원을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7명은 수입금의 90%가 넘는 저축률을 기록해 번 돈 거의 전부를 적립하는 등 악착같은 자립의지를 보였다. 자기 집에서 잠들 수 있는 비(非) 노숙인 시민들에게조차 저축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노숙인 저축왕이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까다롭다. 6개월 이상 꾸준히 근로소득이 있어야 하고 주택청약저축을 들어야 한다. 저축왕들은 서울시일자리갖기사업, 공공근로사업, 건설일용직, 사회적기업 등 쉼터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를 마다 하지 않고 푼돈을 버는 일부터 시작했다. 강동희망의집에 머물고 있는 이모씨(45세, 남)도 처음에는 일당 5만원 일로 시작해 저축왕에까지 이르렀다. 이씨는 “한 달 수입의 95%를 저축하기로 한 나의 결심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저축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사이와 딸과의 만남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서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짐은 쉽지만 그 다짐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과 자신의 습관이 있어 뼈가 깎는 노력이 아니면 이룰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70명 중 10명은 과거 신용불량으로 고생하다가 서울시에서 시행한 신용회복지원사업(신용-Restart 사업)을 통해 부채를 감면받고 저축을 시작했다. 통장은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인생의 전환기를 상징한다. 작년 3월에 개인워크아웃 참여를 통해 월 9만원씩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를 변제 중에 있는 구세군서대문사랑방의 송모씨(53세, 남)는 “현재 내 이름으로 된 통장만 무려 4개나 가지게 됐다. 몸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정말 행복하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흩어져 지내고 있는 가족들이 이제는 다시 모여 한 지붕 아래에서 웃으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수줍게 희망을 보였다. 저축왕으로 선발된 노숙인들은 자활ㆍ자립 의지가 매우 높다.


노숙인 상담 중인 구세군자활복지센터의 이정훈 과장


선발된 우수저축자 전원, 올해 3월 ‘희망 플러스 통장’ 가입자로 추천


노숙왕 70명 발표를 듣고 가장 기뻐할 이들은 바로 노숙인 쉼터에서 저축을 관리하는 담당자들이다. 박봉과 휴일도 반납한 어려운 근무 조건 속에서도 노숙인의 자활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인간미 넘치는 쉼터 담당자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5일자 본지의 인터뷰 기사에 잘 드러나 있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저축을 관리하고 있는 복지시설 중 저축 실적이 우수한 시설 6곳도 이번에 선발했다. 개인 저축 관리, 시설의 저축액 증가, 주택청약저축 관리 등 3개 부문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선발된 우수시설의 저축관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는 국내 여행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이서울뉴스 인터뷰의 주인공이었던 이정훈 과장의 구세군주거자활복지센터도 이번에 저축왕 다수 배출과 청약저축관리 우수 실적으로 6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한 개인 중 상위 10%인 7명에 대해서는 상장을 수여하고, 70명 전원에게는 3월에 약정할 ‘희망 플러스 통장’ 가입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또, 올해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된 사람 중 일부는 내년도 저축의 날 표창대상자로 추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09년 이래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저축의 날 행사에 노숙인 저축왕 중 10명을 추천해 모범사례로 위원장 표창을 받는 등 유효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최용순 복지건강본부 자활지원과장은 “노숙인 저축왕 선발사업이 기존의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 신용-Restart 사업, 희망의 인문학, 주거지원사업 등과 상승효과를 내면서 노숙인 스스로 준비하는 주거 독립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저축을 통한 노숙인의 자립ㆍ자활을 장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복지건강본부 자활지원과 02) 6360-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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