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한다고 코드부터 뽑지마세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서형숙

발행일 2011.11.16. 00:00

수정일 2011.11.16. 00:00

조회 3,105

세 살 무렵이던가? 아이에게 인터넷으로 동요를 들려주면서부터인 것 같다. 처음엔 엄마가 선별해준 동요를 듣기만 하던 아이었다. 그런데 어느 샌가 어깨너머로 본 컴퓨터 작동법을 익혔나보다. 어린이집에서 오기 무섭게 방으로 달려 들어간 어린 아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떡 하니 차지했다. 그리고 컴퓨터 전원을 켜고 원하는 동요 사이트와 학습 사이트를 거침없이 찾아들어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엄마의 스마트폰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착각한지도 이미 오래다. 그 때마다 엄마는 혹시나 유료 요금제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참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기능들을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혼자서 터득하여 사용한다는 것.

처음엔 그런 아들이 신기하게 여겨져 그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는 미디어 세상에 흠뻑 빠져 밥 먹는 것도 귀찮아 할 때가 많다. 엄마로서 슬며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2일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우리아이 매체활동 지도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관악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강사는 김용임 KACE 부모리더십 센터 책임지도자.

청소년들은 왜 미디어 속에 빠져드는 것일까? 김 강사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 계기는 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터넷이나 게임에 몰두하면서부터라고 했다. 물론 인터넷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는 인지발달 촉진이나 스트레스 해소도 포함된다. 하지만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잦게 되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현저히 줄어든다. 심지어 몇 시간씩 계속하다 보면 오히려 인터넷 중독이 되고 이는 우울증 동반율이 높아 매우 위험하다. 이들 게임의 룰은 청소년들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몬스터 때려잡고 레벨 올리기’이다. 이런 게임류는 ‘게임이 폭력과 살인을 가르치는 행위와 같다'라는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

자녀가 잘못된 형태로 미디어에 빠져들면 부모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교육을 해야 하지만 너무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여 생기게 되는 부작용은 무엇일까? 밤을 새고 인터넷에 몰두하게 되면 나중에 자포자기감과 허탈감이 심해져서 무엇이든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김 강사는 “이뿐 아니라 많은 청소년이 짜증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인터넷 중독의 핵심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독(의존)'의 진단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단증상'인데, 인터넷을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불안이야말로 대표적인 금단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체적인 부작용도 뒤따른다. 장시간 전자파 노출은 전자파로 호르몬 분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반복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이나 중년의 알츠하이머병 유발까지 무시무시한 후유증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한 미디어 중독에 빠진 자녀를 도와주기 위해 우리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강사는 다음과 같이 제시해 준다.

◎ 자녀의 인터넷 중독에 대한 부모의 예방과 대응 방안
1. 자녀가 하루 중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고 꼭 지키도록 한다.
2. 자녀가 공개된 장소에서 컴퓨터를 이용하게 한다.
3. 오락과 휴식의 도구로서의 컴퓨터 사용을 줄인다.
4. 신체적 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려준다.
5.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의 대인관계를 늘려준다.
6.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대안활동을 찾는다.

김 강사는 이때 부모의 결단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휴대폰 이용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란다. 그는 전국 중·고교생 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5%나 되는 학생이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고 말한다. 믿기 어렵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수업시간을 분별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휴대폰 중독증’이라 할 것이다. 특별히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아도 계속 휴대폰을 꺼내보고 심지어는 길을 걸을 때 손에 들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김 강사는 교육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이런 조언을 던져준다. “자녀의 잘못된 미디어 사용 습성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자녀 훈육에 있어서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라.” 가령, 자녀가 점수를 목전에 두고 게임에 몰두해 있을 때 부모가 예고 없이 전원을 꺼버리면 자녀는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해 더욱 큰 문제점을 야기 할 수 있다는 것. “자녀에게 문제점이 생겼을 때 단박에 해결하겠다는 성급함을 버리고 자녀에게 다가가세요. 그리고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 조금씩 자녀의 미디어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부모님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느낀 게 많다. 청소년에게 인터넷은 '접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의미로 함축된다고 한다. 또 있다. ‘청소년은 미디어 원주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낳은 것은 바로 우리 부모가 아니던가. 이제 자라나는 내 아이에게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을 제시해 주고 도와줄 수 있는 엄마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점에 자신감이 붙었다. 강사의 마지막 당부가 귀에 맴돈다.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통제와 회피의 대상에서 적극적인 활용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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