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걸 한 번도 못해줘 미안해요~”
발행일 2011.08.19. 00:00
서울시는 경제적, 신체적 제약 등으로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 약 2천 명에게 가족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장애인과 가족들,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을 대상으로 한 여행이 진행됐고 올 연말과 내년 설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리포터는 이 중 8월 17일 한 부모 가정 어린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신나고 재미있는 ‘남이섬~오션월드’여정에 동행했다.
"나는 엄마가 없어요”, “나는 아빠가 없어요. 하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리포터에게 한 말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아빠, 엄마를 갖는다. 하지만 한 부모가정 어린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모의 이혼, 한쪽 부모의 죽음을 이유로 편부, 편모 슬하에 자라게 된다. 이들은 이유 없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매일 꿈을 꾸곤 한다. 아빠 무등 타고 엄마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가는 꿈을…
아침 9시 덕수궁 앞에 버스 한 대가 섰다. 버스 플래카드에는 아이들을 생각해 한 부모 또는 소외계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여행 타이틀은 ‘2011년 서울시 행복 만들기 여행’. 버스는 덕수궁 앞 외에도 동대문, 영등포구청, 잠실역 등 이동이 편한 곳을 골라 아이들과 부모를 태우기 위해 기다린다. 곳곳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태운 버스가 향한 곳은 남이섬.
남이섬의 나무 냄새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이들은 꼬마기차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섬 곳곳을 구경했다. <겨울연가>로 유명한 남이섬이니 배용준, 최지우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도 했다. 남이섬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한 아이의 엄마는 “아이와 처음 온 여행인데 아이가 무척 좋아 하네요. 이렇게 좋은걸 그동안 한 번도 못해줘서 미안해요”라고 한다. 운치 있는 남이섬을 등지고 배를 타고 가평 선착장으로 가는 5분 동안 아이들은 배가 신기한지 한없이 배 밖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제 숙소가 있는 양평군 용문리로 향하였다. 거센 비 줄기때문에 걱정 했지만 이날은 신기하게 버스에서 내리면 비가 멈추었다. 하늘이 여행을 돕는 듯했다.
저녁 식사는 한우불고기. 여행을 기획한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사다 정성들여 마련한 식사를 마친 후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이어졌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와 함께 신나는 파티가 시작되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게임도하고 도전천곡 노래대회도 하고, 퀴즈시간도 가지며 일상의 근심 스트레스를 모두 내려놓았다. 레크리에이션에 선물이 빠지면 섭섭하다. 1등을 한 조의 조원 10명에게는 재래시장 투어상품권이 증정되었다. 그렇게 용문리의 밤은 저물었다. 모두 행복한 꿈을 꾸며 곤하게 잠들었다.
둘째 날이 밝았다. 숲속의 아침은 서울보다 빠르게 온다. 핸드폰 알림벨 소리대신, 산새가 아이들을 깨우고 아파트 숲 대신 진짜 숲 속의 아름드리나무들을 보며 눈을 떴다. 이날은 15일 만에 해가 쨍쨍하게 내리 쬐는 아침이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기대하던 물놀이장 오션월드에 가기 위한 최상의 조건이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버스까지 걸었다.
오션월드에 가까워지자 아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와! 산 아래 바다가 있어. 저기 봐, 저기 사람들이 떠 있어~” 물놀이 공원은 처음이라는 아이는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모양이다. 물대포 한방에 입술이 파랗게 질렸지만 잠시 후 다시 친구들과 함께 워터풀 안으로 돌격! 자세히 보니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신난듯하기도 하다. 한 어머니에게 잠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이번 여행은 어떻게 아셨나요?
“자활을 하면서 동사무소 직원이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정부사업이 있다고 소개시켜줘서 신청했는데 경쟁자가 많아 기대도 안했어요. 이번 여행에 당첨됐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얼마나 좋아했다고요.”
-여행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동지 같다는 동질감에 마음이 편안했어요. 서로 마음의 벽이 없으니 다가가기 쉬웠어요. 나처럼 아빠 없이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서로 조언도 해주고 고민도 나누면서 어느새 친구가 되어 버렸네요. 정기적인 모임도 계획 중입니다.”
-불만은 없으셨는지요?
“생색내기 행사로 사람 바보 만드는 여행도 있는데, 이번 여행은 정말 좋았어요. 단지 이런 기회가 또 올지, 이걸 신청하기까지 정보가 부족해 발품을 많이 팔았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세상의 편견이 없었으면 해요. 아빠 없이도 아이 키울 수 있는데 왜 그런 눈으로 보는지... 그 눈초리가 정말 아프거든요.”
이날 물놀이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잊지 못할 피서가 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가 돌아갈 집이 있는 서울로 향하였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만 리포터 카메라 속에 고이 간직하며 마지막 기념촬영 후 여행이 모두 끝났다.
올해의 ‘행복 만들기 국내여행’ 접수는 마감됐지만 내년 상반기 중 이번에 가지 못한 가정을 대상으로 다시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신청자격은 기초생활 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장, 홀몸노인, 탈북자, 다자녀가구,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이다. 모집공고기간은 내년 6~7월 예정이다.
문의 :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관광과 ☎02-2171-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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