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뮤지컬 쏩니다!!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07.11. 00:00
25개 자치구, 1,200여명 저소득층 및 차상위계층 대상 문화관람 지원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표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서울시에서 지난 주말 오후 3시 공연 표를 전부 사버렸다. 개별 문화관람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문화공연 관람을 지원해주는 '제1회 문화바우처의 날' 행사 때문. 25개 자치구에서 초청받은 약 1,200여명의 시민들이 각 구별로 마련된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그 중엔 문화바우처 지원 대상이지만 이런 기회가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먹고 살기 빠듯해 뮤지컬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아예 이런 기회조차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각 자치구에서 추천을 해준 덕에 난생 처음 뮤지컬을 보게 됐다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문화예술과 강선미팀장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복지국, 교육청 등과 함께 문화바우처 행사를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올해만 해도 4월에 뮤지컬 '친정엄마'를 시작으로 19차례의 공연관람을 지원했죠. 하지만 여전히 문화바우처 혜택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시민들의 상황을 보다 잘 아는 자치구와 함께 실제적으로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초대하게 됐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제1회'라는 이름을 달았습니다."
공연도 그냥 고르지 않았다고 한다. 민간협력을 통해 직접 선정한 대행사와 함께 소문난 공연들을 꼼꼼하게 골랐고, 그 첫 번째로 '지킬앤하이드' 기획사와 접촉해 전 좌석을 구매한 것. 앞으로 9월에 뮤지컬 '피맛골연가' 등 전체 25개 자치구가 모이는 행사가 3차례 더 남아있으며, 8월엔 영등포구 내 저소득층 청소년 90명을 대상으로 한 한가람미술관의 '오르세 특별전'등 각 구별로 진행되는 행사도 기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공연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들리자 삼삼오오 티켓을 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각 구에서 온 인솔자들은 모두가 착석했는지 일일이 확인에 나섰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옆 사람과의 수다보다는 조용히 무대를 바라보며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숨어있던 지휘자가 일어나 인사를 하자, 침착하고 조용한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뮤지컬 시작. 우리의 주인공 지킬(Henry Jekyll)이 그의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노래를 부른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처음엔 박수소리도 작았지만, 한 곡 한 곡 진행될 때마다 점차 박수소리가 커져갔다. 어느덧 환호하는 함성도 들리기 시작했다.
1부 공연을 마치고 주어진 20분간의 쉬는 시간. 멋진 공연을 보다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지킬앤하이드의 이야기로 쉴 틈 없었다. 처음엔 이런 공연장 자체가 낯설어서 무표정했던 얼굴들도 공연이야기로 상기됐다. 이연희(가명, 16세)학생은 "뮤지컬이 이렇게 재밌고 멋있는 건지 몰랐다. 주인공이 노래 부를 때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너무 멋있다.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덧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1부 때 박수소리와 달리, 더 큰 박수 소리를 더 자주 치기 시작했다. 공연을 한 걸음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게 된 것이다.
커튼콜을 마치고 공연장 밖에서 만난 김명성(가명, 49세)씨는 기쁨을 감추질 못했다. 공연 하나로 큰 힘을 얻었다는 김명성씨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생겨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감이다. 문화공연은 사치가 아니다. 때때로 우리 삶을 죄어오는 무거움을 날려주는 산뜻한 기분전환이자,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들을 보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아이디어, 그리고 용기도 전해준다. 그렇다. 문화만큼 좋은 복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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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문화예술과 ☎ 02)2171-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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