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죽' 따뜻한 '이웃'

이승미

발행일 2011.03.08. 00:00

수정일 2011.03.08. 00:00

조회 2,189

당신의 마음을 응원합니다

작년까지 후원해주던 업체의 갑작스런 죽 후원 중단 소식에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죽 배달을 가면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시던 여러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습니 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침대에 누워서도 죽을 드리러 가면 손을 잡아 주셨던 그 아련함이 아직도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낙담하지 않고 다른 죽 후원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안녕하세요? 대두식품입니다. 보내주신 제안서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신 죽 나눔을 함께 하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요.”
‘아, 이제 됐구나!’ 전화를 끊자마자 저도 모르게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같이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도 박수갈채를 보내줬습니다. 그 소중한 응원의 마음을 담아 대두식품 담당자와 디딤돌 협약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30여 년 가까이 앙금과 양갱, 죽, 화과자 등을 생산해온 대두식품은 한국적 먹을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한국 문화를 지키는 기업으로, 무 방부제 등 품질 우선 정책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양심기업입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안심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특별한 신념을 가지고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우리의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우연히 디딤돌 사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아주 특별한 소비자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정직한 기업 정신과 나눔에 대한 가치관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렇게 대두식품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디딤돌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입니다

햇볕이 내리 쬐던 무더운 여름 날. 경사진 오르막길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온몸에 흐르는 땀이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기분 좋은 만남은 이렇듯 서로에게 설렘의 바람이 되어 온몸을 감싸 안는 것 같습니다. 죽을 양 손에 든 제 얼 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어머님. 저 왔어요.”
“더운 날씨에 오느라 고생했죠? 얼른 여기 와서 앉아요.”
바람이 가장 많이 통하는 자리를 내어주십니다.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계시는 아버님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이번엔 단팥죽이에요. 저번에 드신 호박죽은 어떠셨어요? 아버님이 좋아하셨어요?”
“표현은 못하시지만 끼니마다 새로운 메뉴를 드시게 되어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아요. 쌀죽만 드리다보면 소화가 안 돼 힘들어 하셨는데 소화가 잘 되시는지 거북해하시지도 않구요.”

은평구 구산동에 거주하는 성지욱(가명) 아버님은 지난 2004년 뇌출혈로 쓰러져 올해로 6년째 우측 몸이 마비된 채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비가 되지 않았던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식사하는 정도로 소근육 활동만 가능했으나, 현재로서는 그 역시 힘들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당뇨를 앓았고 이제는 소화도 잘 되지 않아 식사 하시는 것이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간병하시는 어머님 역시 퇴행성관절염에 백내장을 앓고 계신데다 치매 판정을 받으신 시어머님을 모시는 상황이라 시장 한 번 가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죽과의 인연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늘 말씀하시는 어르신을 뵈면서 이웃의 힘을, 나눔의 힘을, 디딤돌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르신들에게 죽을 전해드리러 직접 가지 않습니다. 대신 자발적으로 죽 배달 봉사를 하고 싶다며 복지관을 찾아온 청소년들의 손에 죽을 쥐어줍니다. 이렇게 직접 이웃을 만나고,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신을 이토록 기쁘게 할 줄 몰랐다는 아이들의 손에 담긴 죽에 사람을 닮은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이제 고백하려 합니다. 죽만큼 신선한, 죽만큼 따뜻한, 죽만큼 오랜 정성이 깃든 것. 그것은 우리네 따뜻한 이웃, 서로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디딤돌. 그리고 그 안의 당신입니다.

이승미(사회복지사)

■ 참여 상담 : 서울복지재단 사업지원부 02)2011-0437, 0440 / 지역별 거점기관 

                   홈페이지 : http://www.welfare.seoul.kr/

#복지 #디딤돌 #아름다운이웃 #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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