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끓이는 향긋한 커피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정은

발행일 2011.03.07. 00:00

수정일 2011.03.07. 00:00

조회 2,067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더 좋은 커피향이 난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아담한 커피전문점 카페모아. 이곳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커피가 있다. 바로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담긴 향긋한 커피이다.

‘점점 더 먹고 싶어지는 커피를 만들자’라는 뜻으로 지난해 2010년 4월 개점한 이곳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고민하던 중 여성시각장애인들의 직업재활서비스를 위해 커피전문점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수 백번 반복해 외워야 한다. 차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이들만큼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래서 그 커피향은 아주 특별하다. 카페에 들어선 순간 “어서오세요”라며 상냥한 인사로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지 않았다면 시각장애인이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터라 겉보기만으로 일반 매장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

현재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는 5명으로 이들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바리스타 양성교육과정을 3주 동안 받고 나서 취업했다고 한다. 리포터가 찾은 저녁 시간에는 2명의 바리스타와 1명의 비장애인 매니저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주문과 계산, 시각장애인 손님 안내를 담당한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일을 하다 넘어지면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나머지를 제외하면 카페모아의 커피맛은 온전히 바리스타의 손길에 달렸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배성희 씨(36)는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정성과 최선을 다해서 음료를 만든다. 내 손으로 만든 것을 사람들이 기분 좋게 마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카페모아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윤혜원 씨(21)는 “일반인 앞에 섰을 때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으로 당당히 경쟁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입을 모아 "노력밖에 길이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40~50가지 정도가 되는데, 모든 과정을 외워야 한다. 재료들이 있는 위치와 기계 작동법, 버튼 위치 등도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져 있어야 한다. 간혹 메뉴가 잘못 나가는 착오가 생기는 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준다고 한다.

실로암사회복지관의 까페모아팀은 개점 1년 만에 2010 KCA 바리스타클래식 대회에서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카페모아의 수익금 전액은 시각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실력으로 경쟁하고 있는 이들. 이곳에선 희망의 향기가 커피향과 어우러져 진하게 피어오른다.

#바리스타 #시각장애 #카페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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