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고스톱치고 봉사활동시간 받은 사연
발행일 2011.02.28. 00:00
중・고등학생들은 1년에 정해진 시간만큼 봉사활동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봉사활동 시간은 곧 성적과 연결되고 고등학생들은 대학 합격의 조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시간을 채우려고 한다.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못다한 봉사시간을 채우려는 학생들이 봉사 활동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인근 주민센터나 지하철역 등에서 휴지를 줍거나 안내를 하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 사실 막상 봉사를 하려해도 마땅한 봉사활동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주지 근처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활동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리 많지 않으며 있다해도 진정 봉사의 가치를 둘 만한 것은 소수다.
그러다 보니 봉사의 의미나 보람은 뒷전. 어떻게든 시간만 채우자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하는 예가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송파구 잠실여고 학생들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 현장을 찾아가봤다.
얼마전 잠실여고 학생자치회가 주최한 ‘관내 홀몸어르신 및 저소득층 2011 사랑 나눔 프로젝트’가 진행 됐다. 잠실여고 학생자치회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송파2동 주민센터 자원봉사팀의 협조로 홀로 사는 노인들과 저소득층 가정 25가구를 방문해 쌀 1포대와 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했다. 이는 모두 잠실여고 학생 1~2학년 60여 명 희망자들이 자신의 용돈을 조금씩 모은 성금 150만원으로 마련한 것.
송파 2동 자원봉사팀 김해경 팀장과 함께 학생들을 따라가 보았다. 이날 학생들은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60여 명이 25가정을 나눠 방문,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말벗을 자청하고 집안 청소를 도왔다. 먼저 무의탁 할머니 4명이 모여 생활하는 가정을 방문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하며 달려드는 학생들과 반갑게 반겨주는 할머니들.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할머니들은 마치 손녀를 대하듯 학생의 손을 꼭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이어 할아버지가 4명의 손자, 손녀를 돌보며 살고 있는 가정도 방문했다. 부모가 없어서 일까? 아이들은 수줍음을 많이 탔다. 하지만 걸핏하면 까르르 웃는 여고생들의 발랄함에 아이들도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할머니가 소일거리로 하는 마늘 까는 일을 도왔고 또 다른 학생들은 할머니와 고스톱을 치기도 했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과 행동에 노인들은 손녀딸 같아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잠실여고 학생회장 신가영(2학년) 양은 “봉사 활동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처음 시작해 올해 2번째다. 동네 어르신들이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자치회에서 의견을 모아 추진하게 되었다. 이 행사를 후배들에게도 전해 학교의 전통 행사로 자리잡게 하려고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만큼의 봉사활동을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또 기본시간보다 더 많이 봉사시간을 인정받아야 대학입학 시 유리하다고 한다. 그래서 봉사활동 시간에만 초점을 맞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어디서 어떤 봉사를 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등은 관심 밖인 형식적인 봉사를 하다보면 나눔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날 여고생들을 보며 마음을 다하는 봉사는 그야말로 산교육이라는 것을 느꼈다. 각 학교와 관계기관, 자원봉사센터 등이 학생들에게 형식이 아닌 진정한 봉사 기회를 제공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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