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우는 '함께 사는 세상'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은애

발행일 2011.02.09. 00:00

수정일 2011.02.09. 00:00

조회 2,350

지난해 연말 KBS2 TV <다큐멘터리 3일>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 아이들이 있다. 항상 친구들 손을 꼭 잡고 다니며 서로의 차이점보다는 친구임을 먼저 배우는 꼬마들. 바로 우리나라 최초 통합 어린이집인 서울 천호동의 ‘곡교 통합 어린이집’의 아이들이다.

‘장애’라는 편견없이 평등한 대인관계를 배우는 이곳엔 모두 120명의 원아가 있고 그중 30명이 통합아동(장애아동)이다. 이곳에서는 ‘장애아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통합아동’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도 한다. 장애를 각자의 ‘개성’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고 부족한 점은 도와주며 생활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아이들의 표정이 천사처럼 맑다.

1등, 2등 만을 가르치고 영어유치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진정한 교육이란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말해주는 '곡교 통합 어린이집'. 5년 째 이곳에서 통합교육을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있는 정해숙 교사는 “통합아동을 가르치는 'IEP'라는 개별화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데 교사들은 이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수업 환경은 아이들을 분리하거나 구분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무엇이든지 함께 하며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장애 관련 동화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며 '나와 내 친구는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한단다. 영・유아기 때 들어온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6~7세 때 들어온 아이들은 간혹 장애아동을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특별한 지도를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함께 생활하며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간혹 아동의 성향에 따라 통합아동을 대하는 것이 불편한 아이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것 자체를 받아들입니다.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죠.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일부러 가르치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점점 마음을 열고 친구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양성에 대해 알려주죠.”

서로를 통해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통합아동은 또래 친구들을 모방하며 언어와 사회성을 기르고, 일반 아이들은 통합아동을 통해 친구를 배려하는 법과 편견 없는 시야를 배운다. 하지만 이곳에서 더 큰 배움을 얻는 이들은 교사와 부모들이다. 아무리 편견을 감추려해도 잘 되지 않는 어른들은 아무런 계산없이 친구가 되는 아이들을 보면 부끄러워진다고.

이곳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곡교 통합 어린이집은 늘 대기인원이 많은 편이다. 구립어린이집이라 교육의 질이 보장될뿐더러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차별 없이 함께 생활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오히려 통합교육에 대해 비장애 아동 학부모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이에게 가르치기 때문이란다.

정해숙 교사는 “일하면서 수시로 보람을 느낀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벅찰 정도로 행복하다. 또한 통합아동이 그 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냈을 때는 함께 일하는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칭찬해준다”고 했다. 취재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들려온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에 리포터의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다. 아이들의 둥근 마음은 정말 어른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장애 #곡교통합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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