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조끼 입은 해결사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신성덕

발행일 2011.01.14. 00:00

수정일 2011.01.14. 00:00

조회 2,706

해가 바뀌면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인 서울형 그물망복지 현장상담가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이들은 복지사각지대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시민들이 잘 모르는 복지혜택을 대신 알아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아침 9시. 빨간 조끼를 입은 현장상담가들의 일정을 따라가 보았다. 상담가는 황에녹, 강순희 씨. 황에녹 상담가는 오전 8시 10분에 지하철을 탔다. 대기 하고 있던 강순희 상담가와 합류해 상담인의 집에 도착 하니 9시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의 이력이 특이하다. 13년 전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살다가 현지에서 일자리를 잃고 지난 1월 4일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상담이 있었던 날도 어딘가 면접이 예약돼 있다고 했다.

보통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은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의 상담인 박지연씨는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기 위해 상담을 요청한 것이니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보고 그물망복지에 대해 알았다는 그는 지난 일들과 지금의 답답한 마음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복지혜택 연결과 관련된 이야기 뿐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고백하며 상담가의 위로를 받았다. 상담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안정을 찾은 듯해 보였다. 상담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었다.

오후에는 최명복, 오상근 상담가를 동행 취재했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 갑자기 시간 변경을 했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1시50분, 신촌기차역 앞에서 만난 두 상담가는 갑자기 많은 눈이 쏟아져 당황한다. 서둘러 피상담인을 찾아야 하는데 운전을 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겨우 시간 맞춰 피상담인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물망복지 현장상담 중입니다’라는 쪽지를 차량에 남기고 피상담인의 집으로 들어간다. 상담가들은 차분히 기본 상담을 하며 상담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렵게 살아온 지난 시간, 갑자기 닥친 어려운 현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상담인은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조차 없다며 하소연한다. 현장상담가들이 이야기를 경청 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가 보다.

그러더니 갑자기 현장상담가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55세의 가장이며 장남이라는 그는 노모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부끄러워했다. 그도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어느날 휘청하더니 순식간에 부도가 났고 그도 파산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건 너무 끔찍하다며 한숨을 쉰다. 아직도 그는 전화 노이로제가 심하다. 상담 중에도 전화벨이 울린다. 계속 울린다. 그는 전화를 받지 못 하고 있다.

현장상담가들은 "군 입대한 아들과 재수하고 있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 보자"고 그를 위로 한다. 피상담인은 자식들을 위하여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대리운전을 하고 있단다. 그리고 "몇 년간 말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오늘 모두 말하니 속이 후련하다. 감사하다"고 한다. 어느새 2시간 가까이 흘렀다. 집 앞에 세워 둔 차에 눈이 많이 쌓였다. 도로 위의 차들은 쌓인 눈 때문에 거북이 걸음이다. 현장상담가의 자동차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아마 최명복, 오상근 현장상담가는 늦은 시간까지 상담 내용 보고서를 써서 올릴 것이다. 이렇게 그물망상담가가 상담 내용을 정리해 올리면 매니저들은 센터장과 협의 해 적절한 복지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문의: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1644-0120

#그물망복지 #현장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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