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희망 한 단에 얼마래요?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0.12.31. 00:00

수정일 2010.12.31. 00:00

조회 2,302

 

올해를 하루 앞둔 지난 30일 오후 3시, 서울여성플라자 1층 아트홀 봄에서는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하는 송년 여행(女幸)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www.seoulwomen.or.kr)이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쉼터 등 서울시 소재 여성 관련 시설 가족들인 문화소외여성들을 초청해 그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어루만지는 무료 음악회를 열었던 것. 철저히 여성들만이 입장한 이 음악회에는 소외된 이웃은 물론 치열하게 한 해를 산 많은 여성들도 인터넷 예약을 통해 음악회에 왔고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에서 내일을 향한 희망과 고단했던 시간들에 대한 위안을 얻기 위해 참석했다.

이번 송년 여행(女幸) 음악회에서는 1집에서부터 6집까지의 장사익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선별된 주옥같은 노래들을 애절하고 구성진 소리꾼 장사익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초청된 문화소외계층 여성들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장사익 음악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서울여성플라자 1층 아트홀 봄 티켓박스 앞은 공연시간 30여 분 전부터 인터넷으로 예약한 티켓을 수령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티켓을 수령한 이들은 곧 공연장으로 입장했는데 아트홀 봄의 296석 전석이 가득차고도 통로에까지 보조좌석을 마련했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

음악회의 오프닝은 리드미컬한 장구연주로 시작됐고,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무대를 만들 뮤지션들이 차례로 멋진 음악을 들려줬다. 색소폰 연주와 재즈 피아노 연주, 1992년 MBC합창 단원이었던 멤버들로 구성된 국내 최고의 클래식 아카펠라팀 더 솔리스트의 환상적인 아카펠라 연주에 이르기까지.

본 공연에서 펼쳐진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은 음악회를 보는 내내 가슴 찡한 감동을 맛보게 했다. 마흔 다섯 늦깎이 나이로 무대에 서 국악과 팝, 클래식과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세계를 넘나들며 인생의 굽이굽이 삶의 진솔함을 노래해 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대 소리꾼 장사익. 그의 노랫소리는 언뜻 보면 삼베처럼 깔깔한 듯했지만 더할 수 없이 유연하고 감칠 맛나게 가슴을 파고드는 특유의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우리 고유의 가락과 가요의 애잔한 정서를 절묘하게 그의 방식으로 해석한 노래들은 절절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이게 아닌데),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 본다/ 아줌마 희망한단에 얼마래요? 희망유? 나도 몰라요/ 희망한단에 얼마예요? 희망한단에 얼마예요? 희망한단에 얼마예요?…….”(희망 한 단)

그가 들려준 그의 대표곡 ‘이게 아닌데, 희망 한 단, 찔레꽃, 여행, 아버지, 아리랑 연곡’ 등은 너무도 진솔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어 구슬픈 감동이 있었다. 장사익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가요 ‘돌아가는 삼각지, 대전블루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은 기존 가요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멋과 흥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응어리진 마음과 한숨을 다 토해내도록 그의 노랫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흥에 겨워 박수를 치다가도 그의 소리가 정점을 향해 내달릴 때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숨을 죽이며 그의 노랫소리와 호흡을 따라 가기도 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여성으로서 녹록치 않은 일상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송년 여행(女幸) 음악회는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었다. 세밑 음악회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은 아마도 내년엔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절망이 희망이 되리라는 덕담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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