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수문장 교대식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1.27. 00:00

수정일 2006.01.27. 00:00

조회 1,164



시민기자 김영숙

얼마 전 오랜만에 덕수궁 앞에서 열리는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참관했습니다. 그동안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을 보수하느라 1년 반이 넘게 중단되었던 교대의식이 지난 연말 대한문이 다시 열리면서 새해 들어서부터 행사가 재개된 것입니다.

문 앞을 가로막았던 철망 울타리도 치워지고 광장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새 단장을 마친 대한문의 후광 때문인지 그 앞에서 펼쳐지는 교대의식도 그전보다 한결 화려하고 짜임새 있게 느껴졌습니다.

오후 3시, 광장 한가운데 놓인 화려한 채색의 큰 북이 고수의 “초엄”하는 외침과 함께 ‘둥둥둥~둥둥둥~’ 여섯 번 크게 울리자 모자와 제복이 모두 노란색 일색인 취라척(취타대)이 등장하고 교대군이 문 앞에 도열하면서 교대의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한마디로 궁성 주위를 순찰하던 교대군과 궁궐문을 지키던 수문군이 만나 임무를 교대하는 의식입니다.
의식은 양쪽의 통솔 책임자인 수문장 간에 군호(암호)를 확인하고 양쪽 참하(종6품 무관인 수문장의 아래 직급인 종9품 무관. 곧 수문장의 부관) 사이에 궁중 열쇠를 인수인계하는 절차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수위의식, 교대의식을 거쳐 예필의식, 순라의식에 이르기까지 30분 남짓 진행됩니다.

의식에 참여하는 인원도 무관, 문관은 물론 그 역할에 따라 의장(衣裝)과 복색(服色)이 서로 다릅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볼까요.

수문장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화려하면서도 위엄을 갖춘 모습입니다. 붉은 소매가 달린 군복에 전립을 쓰고, 어깨에 환도를 차고 손에는 등채(채찍이 달린 지휘봉)를 들었습니다.
수문군(문을 지키는 군사)들은 청홍색 소매의 협수포(군복)를 입고 붉은 솔이 달린 벙거지에 능장(출입자를 가로막을 때 쓰는 쇠꼬챙이가 달린 긴 막대)과 협도(긴 자루가 달린 칼)로 무장했습니다.

황립을 쓰고, 황철릭을 입은 일군(一群)은 장악원(掌樂院:궁중에서 공연하는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 소속의 취라척입니다. 용고(작은 북)나 나각(소라로 만든 악기), 나발 및 징을 들고 있습니다. 홍주의(붉은 두루마기)에 검은 복두를 쓴 엄고수는 바로 엄고(교대식의 순서와 순서 사이에 치는 큰 북)를 치는 사람입니다.

사모에 녹관복 차림은 교대의식의 감독관인 승정원 주서, 홍철릭에 주립(붉은 색의 고깔모자) 차림은 궁중의 열쇠와 자물쇠 보관함을 맡은 액정서(掖庭署:왕명을 전달하고 왕이 쓰는 지필묵을 공급하고, 궐내의 정원 관리를 맡았던 관서. 궁내의 열쇠, 자물쇠도 관리했다.) 소속의 관원입니다.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1996년 처음 선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증을 거쳐서 재현한 것이지요. 창덕궁 돈화문 앞과 더불어 두 곳의 고궁에서 펼쳐지는 수문장교대의식은 이제 서울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통과 격조, 역동성과 스케일에 있어서 영국이 자랑하는 버킹검궁 근위병 교대식을 앞선다고 자신합니다.

이날도 여러 명의 외국인이 멈춰 서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욕심을 부린다면 전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사 진행에 시청각적인 요소를 좀 더 가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대의식은 월요일을 빼고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와 3시, 하루 세 차례 열립니다. 의식을 총괄하는 서울시 문화과에 따르면 겨울철에도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지만 않는다면 쉬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 문의 : 3707-9453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